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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의.식.주는 돈이구나?
소박한 것의 소중함을 아는 마음
2012-10-19 20:08:32최종 업데이트 : 2012-10-19 20:08:32 작성자 : 시민기자   박나영
거실에서 빨래를 접으며 TV를 보고 있던 중 초등학교 1학년 딸 아이가 무릎 앞으로 쪼르르 달려와 앉았다. 그리고는 대뜸 "엄마, 의식주가 뭐야?" 라고 물었다.
순간 '얘는 여태 의식주도 모를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아직은 그럴수도 있으려니 싶어서 꾹 참고 말했다.

의식주를 어떻게 설명할까 잠시 망설이다가 아이에게 되물어 보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게 뭐가 있을까? 딸 아이는 내가 어떤 대답을 원하는지 몰라 머뭇거렸다.
"첫번째로 우린 먹고 살아야 하니까 음식이 필요 하겠지? 그리고 홀딱 벗으면 춥고 창피하니까 옷도 필요할테고. 또 하나 뭐가 더 필요하지?"
의식주, 세가지 중에서 두가지를 알려줬으니 한가지쯤은 딸내미가 맞춰 줬으면 하는 바램으로 아이를 바라봤다.
"아... 엄마~ 돈 얘기하시는구나? 돈 말하는거지? 돈이 필요하잖아. 엄마 맨날 돈 벌러 회사 다니잖아. 돈 맞지?"
아이의 대답은 '돈'이었다.

아, 의.식.주는 돈이구나?_1
아, 의.식.주는 돈이구나?_1

당연하다는 듯이 돈이라고 대답하는 아이 때문에 나는 할말을 잃었고 옆에서 듣고 있던 애 아빠도  "이건 아닌데" 하는 표정이다.
물론 아이가 말한 돈이 꼭 틀렸다고는 말할수 없다. 어쩌면 어린 마음에 제녀석이 사는 집에 돈이 있어야만 불편함 없이 살수 있을거라는 소박한 생각을 하는게 당연할런지 모른다.  

그러나 의식주 중 마지막 하나는 집이라고 아이에게 설명을 해 주고 이야기를 다른 데로 돌려 아이가 돈만 생각하는 부모라는 그 곤혹스러운 상황을 모면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이 눈에 비친 엄마, 아빠는 돈에 구속되어 헤어나지 못하는 가련한 모습을 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니면 돈만 좋아하는 물질만능 어른으로 비쳤나? 

그러고 보니 우리 부부가 과연 아이 앞에서 지나치게 돈 이야기를 많이 한건 아닌지, 돈 문제로 다투거나 혹은 돈을 더 벌어야겠다는 식으로 돈타령을 하지는 않았는지 반성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과연 세상이 아무리 바쁘고 어수선하고 사는 게 힘겹다 하더라도, 8살 어린 아이에게 돈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이야기 해 주지 못한 것은 변명할 여지없이 엄마, 아빠의 책임이다. 

나는 그동안 세상을 살아오면서 아이들에게 돈보다 소중한 것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을 얼마나 제대로 가르쳤을까.  겸손과 너그러움, 참된 용서, 이웃 사랑과 배려, 작은 것조차 소중하게 여길줄 아는 겸양과 만족의 지혜...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음의 평화가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빠트리지는 않았는지. 

아이를 돌려 세운후 심난한 마음에 어떤 도시에 가난한 구두 수선공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는 늘 나무망치를 들고 즐겁게 노래를 부르며 일 했다.
그의 이웃에는 돈 많은 부자가 살고 있었다. 그러나 부자는 너무나 바빠 새벽녘에야 잠자리에 들고, 새벽에 출근 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는 늘 잠이 모자랐고, 피곤했다. 더구나 새벽에는 구두수선공의 커다란 노랫소리에 잠이 깨버렸다.
화가 난 부자는 구두 수선공을 집으로 불렀다. 그리고는 아주 거만한 태도로 "당신은 1년에 돈을 얼마나 버는가?" 물었다. 그러자 구두 수선공이 "입에 풀칠이나 할 정도지요"라고 대답했다.

부자는 "그럼, 내가 돈을 좀 주지. 하지만 새벽에 노래를 부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 내가 잠을 자야 하거든."이라 말했다.
구두 수선공은 공짜로 생긴 돈 덕분에 기쁜 마음으로 돈을 받아들고 돌아왔지만 그 날 저녁부터 고민에 빠졌다. 돈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난감해 진 것이다. 벽에 구멍을 뚫고 숨겨도, 안마당 땅속에 묻어도 안심할 수 없었다. 
그는 결국 불안감을 견디다 못해 돈을 부자에게 돌려주었다. 그리고는 부자에게 "저에게는 돈보다 노래와 잠이 더 소중합니다. 돈 때문에 그걸 포기할 수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즐겁게 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갔다.

이는 라풍텐 우화집 중에 나오는 대목이다. 역시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건 돈 같은 물질적인게 아니라 마음의 평화였던 것이다. 
8살은 아이는 어른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순수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나이 아닌가. 우리 아이들이 사랑과 나눔을 배우고, 꿈과 소망을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만들어 주는 것이 어른들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부터라도 아이들에게 소박하지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더 많이 가르치며 살아야 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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