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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의 식량을 남겨 주세요
도토리 등 야생 열매를 싹쓸이 하는 것은 자제되어야 한다
2012-10-23 20:01:09최종 업데이트 : 2012-10-23 20:01:09 작성자 : 시민기자   심현자

아침저녁으로 쌀쌀함이 느껴지는 가을의 한 가운데에 접어들었다. 녹색의 싱그러움을 자랑하던 청량한 나뭇잎들이 울긋불긋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더니 한잎 두잎 낙엽이 되어 바람에 휘날린다. 
한 여름 내내 열심히 만들어낸 작품인 탐스런 열매는 떨어진 잎사귀 사이로 주렁주렁 달려있다.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아 화려하게 수놓인 단풍을 구경하고, 그러다보면 산에서 생활하는 동물 친구들도 만나게 된다. 동네 주변의 나지막한 산에서 만나는 동물들은 아름다운 소리의 주인공인 산새와 다람쥐, 청솔모 등이다. 이들은 자연이 제공하는 식물의 열매로 생활한다. 

야생동물의 식량을 남겨 주세요_2
동네 뒷산의 모습

산새들은 겨울에 열매를 저장하지 않지만, 다람쥐나 청솔모는 한 겨울동안 먹을 양식을 모아 땅속에 저장한다고 한다. 이들은 가을이 되면 도토리나 밤 등을 물어다 자신이 생활하는 주변의 땅속에 저장하여 겨울에 꺼내 먹는다. 때로는 식량을 저장한 위치를 찾지 못해 땅속에 묻힌 열매가 새싹으로 변해 산림을 울창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산에 사는 동물의 식량인 도토리를 사람들이 싹쓸이 하고 있다.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연식품을 선호하게 되었다. 
칼로리는 높지 않으면서 포만감을 주는 웰빙식단이 유행하면서 도토리를 수거하는 사람들이 산을 누비고 있다. 식량이 부족하던 옛날에는 마지못해 먹던, 대우받지 못한 도토리묵이 고가의 식품이 되어 현대인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야생동물의 식량을 남겨 주세요_1
도토리를 줍고 있는 모습

이렇듯 가을이면 인기를 끌기 시작한 도토리를 주기 위해 매일 산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토요일 집에서 가까운 뒷산을 산책하고 있는데 저만치 산속에서 도토리를 줍고 있는 사람을 보게 되었다. 
도토리는 사람들이 재배를 하여 수확하는 것도 아닌데 산속에 사는 짐승들의 먹이를 사람이 빼앗아 가는 꼴이다. 등산 가방을 등에 메고 손에는 주머니를 들고 다니면서 떨어진 도토리를 남김없이 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리 동네에는 매일같이 도토리 열매를 말리는 사람이 있다. 아파트 입구에 보자기 세 개가 펼쳐져 있다.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껍질이 붙어있는 도토리가 놓여있는 보자기와 겉껍질은 벗기었으나 속껍질은 그대로인 도토리의 보자기, 그리고 또 하나는 껍질이 완전히 탈피된 것들이 있는 보자기에서 도토리가 햇볕을 받으며 말려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산행을 마치고 늦은 시간 아파트 입구에 다다르니 아직도 보자기 위에서는 도토리가 놓여 있었다. 

야생동물의 식량을 남겨 주세요_3
도토리를 말리고 있는 모습

야생동물의 식량이 되어야 할 도토리를 주워와 식용으로 만들면 이들을 먹고 살아야 하는 동물들은 겨울을 나기가 무척 힘들 것이다. 
식량이 부족하고 먹을 것이 모자라던 옛날에는 생존의 수단으로 산속에 들어가 야생 열매를 채집하여 살아갈 수밖에 없어 동물들의 식량을 생각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동물의 식량이 될 도토리까지 싹쓸이 할 정도로 궁핍한 시대를 살아가는 것은 아닌데, 아마도 도토리를 말려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방자치단체와 국립공원에서는 도토리, 밤 등은 야생동물의 주요 먹이가 되고 야생곤충의 산란 장소로 제공되고 있다. 
생태계를 유지하는 식생번식을 위해 필수요소가 되므로 일정량 이상 채취하면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특히 상습적으로 대량 채취하는 사람은 사안에 따라서는 형사고발도 하고 있다. 

농경사회를 살아가던 선조들은 감나무에 달린 감을 수확할 때도 새들에게 줄 감을 남겨 주었다. 지금도 시골에 가면 황량한 겨울에 감나무에는 몇 개의 감이 달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사람이 직접 생산한 열매도 동물에게 나누어 주는 우리의 인심과는 동떨어진 마구잡이의 야생 열매 따기는 자제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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