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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다문화 가정 잉꼬 부부
2012-10-24 01:09:44최종 업데이트 : 2012-10-24 01:09:44 작성자 : 시민기자   장영환

밖에 나서서 하루를 지내다 보면 가을 내음 물씬 풍기는 요즘이다. 태양이 가까워져 눈부신 햇살에 쌀쌀한 날씨, 창문을 열어 젖히자 창 밖에서 서성이던 국화꽃 향기가 신발조차 벗지 않고 내게로 달려든다. 
10월의 가을바람도 덩달아 달려들어 얼굴을 스친다. 심신이 상쾌하다. 

오늘은 상강이었다. 시간의 흐름이 너무나 빠르다는걸 또 다시 찾아온 절기를 확인하면서 오랜만에 맛보는 자유로운 날이다. 회사에 출근해 느긋한 기분으로 조간신문을 펼쳐 본다.  곧 다가올 대통령 선거 이야기가 많은 지면을 뒤덮고 있다. 이 또한 우리 국민들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일 아닌가. 
신문을 접고 일과를 시작한다. 컴퓨터를 열어 자료를 정리하고, 파일을 다시 만들고,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다시 손질한다. 추가로 더 필요한 내용은 전화를 걸어 해당 부서에 협조를 요청하면서.  

회사는 1년중 4분기의 결산이 중요하기에 모두 다 긴장해 있다. 연중 계획에 차질이 생긴 부서는 마지막 10월과 11월, 12월 안에 피치를 올려야겠고,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된 프로젝트와 결산에 대해서는 최종 결과에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빠트림 없이 챙겨 나간다. 

그리고 퇴근 무렵, 하루 일과를 빈틈없이 마무리 한뒤 가뿐한 마음으로 직원들과 함께 소주 한잔 하기 위해 근처 식당으로 들렀다. 식당에 설치된 대형 수족관에서는 십여 마리의 금붕어들이 한가로이 노닐고 있었고, 식당 앞 현관문 쪽에서는 잉꼬의 청아한 노랫소리가 우리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그러나 식당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없이 잉꼬 두 마리는 애무를 즐긴다. 요즘 전철이든 버스안에서든 거리낌 없이 애정 표현을 하는 젊은이들의 사랑 풍속도를 보는 듯하다. 저러기에 금슬 좋은 부부를 일컬어 잉꼬부부라 하나 보다.

 

고향의 다문화 가정 잉꼬 부부_1
고향의 다문화 가정 잉꼬 부부_1

식당에 들어서면서 본 잉꼬는 그로부터 2시간 후쯤 우리가 나오면서 보았을 때도 여전히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지칠줄 모르는 애정 표현. 
나는 이 금슬 좋은 잉꼬부부를 보면서 문득 얼마전에 결혼한 고향의 다문화가정 농부 후배를 떠올렸다. 
올해 나이 마흔 둘. 총각이라 하기에는 너무 늙은(?) 나이지만 금년 초에 베트남 처녀와 결혼해서 지금 잉꼬부부처럼 잘 살고 있다.

지난번 추석때 가보니 배가 불렀다. 후배에게 축하한다며 산달을 물으니 내년 초라 했다. 그 얼굴에 핀 함박웃음이 가을 한가위 달덩이 같았다.
고향을 떠나지 않고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고향을 지키며 농사를 짓고 살 이 후배가 고맙고 자랑스럽다. 그런 그가 평생의 짝을 뒤늦게 만나 너무나 금슬 좋게 살기로 동네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이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함께 다녔고, 어떤 때는 경운기를 함께 타고 농촌 길가를 드라이브(?) 하면서 행복한 늦깎이 신혼을 즐기며 산다고 했다.
이런 내용은 시골통신인 어머니의 전화를 통해서 알고 있던 내용들이었다. 그들이 잉꼬부부 같다는 말 역시 동네에서 나온 말이었다. 

가끔씩 고향에 내려갈때마다 나도 두 눈으로 직접 보면서 고향 어르신들의 전언이 모두 다 과장됨이 하나도 없다는걸 깨닫곤 했다.
차를 가지고 고향에 가다가 어쩌다 길가에서 부인을 자전거에 태우고 달리는 후배를 마주치는 경우도 있다. 그들 부부는 계면쩍은 표정을 짓지만 내 눈엔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으로 보인다. 이게 어디 돈이 많거나 지위가 높다고 될 일인가?

남편은 아내 몰래 바람을 피우고 아내는 남편 몰래 외간남자와 술잔을 기울이는 것이 다반사로 여겨지는 세태에 한들거리는 길가 억새를 배경으로 한낮의 데이트를 즐기는 농촌의 이들이 더욱 돋보이는 것이다.
나는 그걸 한낮의 데이트리고 표현해 주었지만 사실 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건 그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것만은 아니다. 그들은 대부분 함께 자전거를 타고 들일을 나가는 길이다. 

우리 농촌에는 참 많은 다문화가정이 있지만 모든 가정이 다같이 이 후배처럼만 살아준다면 하나도 걱정이 없을듯 했다. 
오늘도 콤바인을 몰고 볏논에 나가 가을걷이를 했을 이 잉꼬 다문화 가정 후배 부부가 정말 항상 아낌없는 사랑을 나누며 행복하게 잘 살아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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