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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자녀들의 곱고 예쁜 말
2012-10-24 02:27:27최종 업데이트 : 2012-10-24 02:27:27 작성자 : 시민기자   송경희

사람이 태어나 살다가 죽을때까지 무수히 많은 인연이 있고, 그 인연의 끈을 이루 다 헤아릴수가 없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억겁이라는 표현을 쓴다.
우리는 매일 많은 사람들과 마주치며 지낸다. 오늘 스치듯 만나는 사람도 따지고 보면 소중한 인연이다. 우리나라 인구 가운데 옷깃을 스쳐 지나갈 확률을 따지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따지면 부모에게 자식은 엄청난 인연이다. 아이가 외모는 물론 잠버릇과 식성까지 닮아가는 것을 지켜보면 신기하기 그지없다. 밥을 먹다가, 혹은 일상생활에서 아이가 은연중에 누가 가르친것도 아닌데 아빠 혹은 엄마의 어떤 버릇이나 특성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을 보면서 부모는 행복에 겨워 한다. 내 자식에 대한 기쁜일 것이다.
그리고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며 희망과 기대에 부풀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소중한 인연으로 만난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우선 가장 빨리 겪는 일이 바로 아이의 말 표현에서다.
아이는 말을 배울 무렵이면 집이나 바깥에서 주워들은 말이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게 된다.

어린 자녀들의 곱고 예쁜 말_1
어린 자녀들의 곱고 예쁜 말_1

우리 아이가 어렸을때 일이다. 골목길에서 우연히 아이가 친구와 노는 장면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아이는 친구가 요구르트를 길 바닥에 엎지르자 "아휴! 짜증나 죽겠네. 똑바로 먹어야지, 너 우리 엄마가 때찌한다!"라며 큰 소리로 야단을 쳤다. 처음에는 많이 컸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웃을 일이 아니었다. 아이는 그동안 그렇게 말한 엄마인 나의 행동과 말을 그대로 따라 한 것이다. 

또 한번은 아이가 친구와 다투더니 갑자기 "야, 임마!"하고 소리지르는 것이 아닌가. 그건 남편이 언젠가 전화통화중에 하은 말을 들어 뒀던 것 같았다.
나와 남편은 그동안 아이들 했던 말이나 행동을 되돌아보게 됐다. 아침에 아이를 빨리 놀이방으로 보내고 출근하려는 마음에 서두르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가 뭔가 조금 잘 안맞을때 우리 부부는 서로 투덜거리며 짜증을 내는 경우가 많았고 가끔 TV를 보면서 마음에 안 드는 장면이 나올 때 말을 함부로 하곤 했다. 
예를 들면 아주 못된 사란의 사례가 나왔을때 남편은 무의식적으로 "저런,나쁜 자식" 또는 "저거, 참 싸가지 없네"이런 식이었다. 아이는 우리 부부의 이런 행동과 말을 그대로 보고 배운 것이다. 

말은 그 전달하는 사람의 본심과, 주변 상황, 그리고 말을 듣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아주 큰 파장도 일으키고, 국가적으로는 외교적 단절을 부를수도 있다. 개인들에게는 친분관계를 끊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그건 말이라는게 가지고 있는 전달력의 특성 때문이다.

말의 전달력이 어느정도인지 나는 일전에 한라디오 프로에서 나온 출연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주 크게 절감한적이 있다. 
요리강좌 프로그램이었는데 자동차 운전중에 차 안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맛깔스러운 형용사들에 빠져 들어 눈앞에 생생한 영상이 펼쳐지는 착각에 빠져들 정도의 경험을 한 것이다. 

출연자는 "실파를 쫑쫑쫑 다져 넣고, 갖은 양념을 하여 조물조물 버무린 뒤, 프라이팬에 기름을 사알짝만 두르고, 달~달 볶다가, 노릇노릇~해지면 불을 꺼야 싸각싸각 씹히는 맛이 남아 있죠, 너무 푸욱 익히면 밍글밍글~해져요."
이 정도면 바로 눈 앞에 대단한 요리가 만들어져 그대로 집어 먹어도 될만큼 완벽하고도 생생하게 표현한 것이다. 
이게 바로 말의 전달력이다. 마치 그 요리사 옆에 서서 지켜보는 듯한 시각적인 설명에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음은 말할것도 없었다.
이토록 엄청난 전달력을 무제한적으로 담아내 표현할 수 있는 말. 

그런데 아이들 입에서"싫어""그러면 안돼""미워"이런 부정적인 말이 먼저 나오게 하는건 그만큼 어른들이 그런 말을 많이 썼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의 백지처럼 깨끗한 마음에 좋은 그림이 그려질 수 있도록 사랑, 행복, 아름다움 같은 희망적인 단어를 채워 주도록 노력하자. 특히 나이가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더욱 신경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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