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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은 몸을 혹사시키는 것이지요
2012-10-24 08:40:57최종 업데이트 : 2012-10-24 08:40:57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석원

나는 개인적으로 "술 권하는 사람이 제일 싫다"고 단언한다. 이유는 술을 못 마시기 때문이다. 그냥 못마시는게 아니라 술을 마시면 당장 위와 장기능이 마비 될정도로 소화도 안되고 가스가 차고 더부룩 하며 아랫배에 복부 팽만감이 느껴진다.

술을 조금만 마셔도 1주일 내내 고생해야 하고 그렇게 될 경우 죽을 쑤어 먹으면서 배를 살살 달래주어야 한다.
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가. 그정도로 술이 체질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에 술을 멀리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직장 생활 하다 보면 정말 어쩔수 없이 불가피하게 한두잔 마셔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럴때는 그야말로 조작생활을 위해 어쩔수 없이 몇잔 마시고 스스로 치료하며 견뎌낸다.

하지만 안마실수 있고, 충분히 피할수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별수수 없이 마시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나쁜(?) 사람들...
예를 들어 어떤 술자리나 공공 회식장소에서 술을 마시지 않고 있는 나에게 다들 듣는 가운에서 "에이. OOO도 술 좀 마셔. 누군 건강 생각 할줄 몰라서 술 마시나?"라며 약간 핀잔쪼로, 그것도 아주 무안하게 소리치며 술병을 들고 와서 따라주겠다고 시늉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럴때는 정말 밉다.

결국 이런 강권에 못이겨 한잔, 두잔 하게 되면 그 후의 고생은 죄다 내 몫이 된다. 억울하다.
지난 주말에도 친구를 만났다. 술을 마시려고 만난 게 아니었다. 시골에 살고 있는 한 친구와 오랜만의 통화 끝에 그러면 어디 한번 여럿이 모여 이런저런 얘기나 하자고 찾아간 걸음이었다. 그러나 친구의 집을 방문해 수인사를 끝내자마자 곧 점심을 먹게 되었고, 점심을 먹자니 반주로 소주가 따라 나왔고, 친구들은 소주를 보자마자 한두잔씩 하게 된것이 반주가 아닌 완전한 술자리로 변해 버렸다. 

친구들 모임이니 나는 술을 편한 마음으로 피할수 있었지만 술을 좀 할 줄 아는 남자 어른들 대부분의 모임이 그렇다. 일부러 술을 마시러 간 게 아닌데도 어디로든 가면 여지없이 그곳에서 술판이 벌어진다.  
회사를 보자. 워크숍을 가도 그렇고, 직원 연수나 MT를 가도 2박3일중에 첫날부터 술을 마신다. 여행때도 그렇다. 이럴때는 아예 3박4일이든 5박6일이든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저녁마다, 그래서 마침내 새벽이 올 때까지 술을 마신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황혼에서 새벽까지'를 외치며 술을 마신다.
처음 여행을 떠날 때는 술을 마시겠노라며 가지는 않는다. 그저 심신을 쉬고 싶어서 떠나는 여행이건만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술부터 찾는다.
그것도 혼자가 아닌 여럿이 움직이는 여행때는 아예 술 마시러 가는걸로 생각하면 맞다.

바닷가에 가도 술을 마시고, 산으로 가도 술을 마신다. 제주도에 가도 술을 마시고 설악산에 가도 술을 마시며, 호텔에 묵어도 술을 마시고, 펜션에 들어도 술을 마신다.
심지어 주말에 광교산에 올라 보면 그 짧은 등산 시간에도 팩으로 된 소주를 들고 와서 "캬아~"를 연발하며 한모금씩 홀짝홀짝 마시는 사람도 봤다. 맛이 죽인다며......

'술 한잔'은 몸을 혹사시키는 것이지요_1
'술 한잔'은 몸을 혹사시키는 것이지요_1

결국 우리의 문화는 휴식 혹은 놀이와 술 마시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문화가 되었다. 즉 지금 성인 남녀들은 휴식=술, 또는 술=휴식이라는 개념이 머릿속에 공식처럼 자리잡고 있다.
어딜 가서 "여기까지 왔는데 소주 한잔 해야 되지 않겠어?"라며 술을 마시는 일을 정당화 하는 것이 바로 그런 예가 아닐까 한다.
우리는 결국 몸을 혹사시키면서 놀러 왔다, 휴식하러 왔다, 쉬러 왔다며 착각들을 하는 것이다.

친구와도 마시고 거래처 사람들과도 마시고, 말을 틀수 있는 사람만 앞에 있다면 술을 마시는 일. 그리고 술 마시는 일 자체가 놀이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노는 것이 술을 마시는 것이고, 그렇게 말고는 달리 놀 줄도 모르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그 이유가 뭘까. 그것은 젊은 시절, 열심히 일하는 것만 배웠지 휴식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단 휴식을 취할 때는 휴식 시간 그 자체를 정말 휴식처럼 즐기고, 몸을 쉬게 해주는 방법을 찾지 못한채 가까이 있는 술을 마시는게 쉬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놀아도 노는 것이 아니게, 노는 방법도 그냥 술잔 비우기로 단순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은 그래도 영화나 연극이나 음악회 같은걸 함께 즐기는 문화가 퍼지고는 있다고 하나 이는 젊은 사람들만의 이야기인듯 하다. 이젠 40대 이상 중장년층 성인들도 술 대신 문화를 즐기는 휴식을 해 보시길 다함께 고민해 보자. 아니 고민할것도 없이 진짜배기 휴식을 취해 보자. 몸좀 그만 혹사시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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