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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놈이 아닌 양반이 되는 길
2012-10-24 14:57:35최종 업데이트 : 2012-10-24 14:57:35 작성자 : 시민기자   오선진

버스를 타고 퇴근하던중 우연찮게 운전석 바로 뒤에 앉게 됐다. 승용차와 달리 시내버스는 사람을 태우고 내려줘야 하기 때문에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하고, 또한 한참을 달릴땐 안전을 위해 1, 2차선으로 달리다가도 정류장에 멈춰 서기 위해서는 다시 길가 3, 4차선으로 빠져나가 세워야 한다.
또한 차를 세웠다가도 다시 출발할 때, 좌회전을 하기 위해서는 순식간에 2, 3개 차로를 밀고 들어와야 하는 고충이 따른다.

그동안에는 별 생각 없이 차를 타고 다녔는데 운전석 바로 뒤에 타 보니 시내버스 운전하시는 분들의 고충을 상당히 알게 되었다.
평소에 승용차를 운전할때는 솔직히 시내버스들이 머리를 들이밀고 끼어들기 할때 짜증도 많이 냈는데 직접 운행과정을 눈여겨 보니 그런 마음을 먹었던게 죄송스럽기도 했다.

 

상놈이 아닌 양반이 되는 길_1
상놈이 아닌 양반이 되는 길_1

한참을 달리던 중 앞에서 스포츠카 한 대가 느닷없이 끼어들면서 시내버스가 급정거했다. 기사님이 놀랐음은 물론이고 승객들도 급정거한 버스 덕분에 적잖이 놀랐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이번에는 그 스포츠카 안에서 차창이 열리더니 담배꽁초가 길 밖으로 휙하니 던져져 나왔다. 빨간 담뱃불 불꽃이 길 바닥에 튀었다. 

그러자 차가 끼어들때는 그냥 혀만 찼던 기사님이 담배꽁초를 목격한 뒤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저것들이, 저것들이..."로 시작한 핀잔과 비난은 "돈 많은 애비 잘 만나서 차를 얻어 탔으면 공손하게나 운전을 할 것이지... 저게 뭔 지랄여. 뭔 지랄. 요즘 젊은 놈들의 짓거리여!"등.

그렇게 시작된 그의 성토는 상당히 오랫동안 계속됐다.  운전을 하면서 마주치는 별별 경험들을 그 짧은 시간에 압축시켜 표현하려는 그의 안타까움이 문득문득 묻어나 보인다.
"요즘 젊은 것들은 예의범절이라는 것이 아예 없어요. 어른을 대하는 태도나 말투가 옛날에 상놈이나 하는 짓거리여." 
결국에는 이제는 운전 외에 것들에까지 넘어가 '요즘 젊은 것들'의 싹수까지 거론하시면서 분기를 토해내셨다. 
아마도 매일 시내버스를 운전하면서 한두번 당한 일이 아니기에 그동안 참았던 분기를 한꺼번에 다 쏟아 내는듯 했다. 

갈수록 도를 더해가는 젊은 세대들에 대한 그의 열띤 질타를 들으면서 조선시대 양반과 상놈의 신분제도가 오늘날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옛날부터 우리나라 신분계급은 양반, 중인, 천민 크게 세 부류로 나누었다. 양반이라 하면 그야말로 문반과 무반을 합쳐서 벼슬을 했던 사람들이나 그 후손들을 지칭했고, 농업이나 상공업 등 생산직에 종사했던 계층을 중인이라 불렀는데 이들 계급에 들지 못한 노비나 노예를 가리켜 천민이라고 했다. 

조선시대 양반에 속하지 못한 계층들은 신분상승을 무척이나 갈망했다. 글을 읽은 사람은 과거로, 힘이 있는 사람은 전쟁 때 공을 세워서, 돈을 많이 번 사람은 납속으로, 심지어는 족보를 돈으로 사서라도 양반이 되려고 한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이들은 왜 그토록 양반이 되고 싶어 한 걸까? 해답은 간단하다. 
조선시대 양반은 온갖 특권을 누린 지배층이었다. 모든 분야에서 군림하며 위세를 떨쳤으니 하위층이 느끼는 박탈감은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기를 쓰고 신분상승의 기회를 노렸던 것이다.
그러나 상놈으로 천대받던 중인들과 천민들이 그토록 동경했던 양반은 단순히 특권만 누리던 지배자는 아니었다. 모든 양반들이 다 그랬던 건 아니지만 대부분은 근검절약으로 자신을 절제하며 세상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청백리의 자세를 이상으로 여겼다는 점이다. 

양반은 조상을 정성껏 받들고, 찾아오는 손님을 잘 대접하고, 항상 예의범절을 지키고, 품위를 유지하는 자세를 가져야만 양반의 자격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임진왜란 때에조차 엄청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1년에 28번이나 제사를 지냈다는 양반의 기록이 나온다고 한다.
먹고살기도 힘든 판에 조상의 제사를 잊지 않았다는 것을 단순히 허례의식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당시 양반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얼마나 엄격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과거에 급제했다고 해서 반드시 완전한 양반으로 인정받는 건 아니라 양반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윤리도덕을 지키고 백성들에게 모범을 보여야만 하는 엄격한 자기통제를 지켜냈던 것이다. 
오늘날에 굳이 이 양반과 상놈이란 의미를 덧붙여 보자면 당시의 특권을 누리던 신분제도에서 보여주는 의미가 아니라 평소의 행실에서 예의를 잘 지켜 모범을 보임으로서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인품의 잣대로 가늠할수 있을것 같다.

그 옛날 양반들이 품위를 지키기에 부심했던 것처럼 올바른 인격이 무엇인지를 알아 사람다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 상놈을 면하는 길 아닐까. 그런 차원서 정말 우리 시민들 모두 다른 사람들의 눈에 '상놈' 축에 들지 않도록 자기 관리와 품위를 지키는 행실로써 모범을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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