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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순으로 데코레이션하면?
생활 속에서 삶의 지혜를 배운다
2013-11-01 18:40:12최종 업데이트 : 2013-11-01 18:40:12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요즘 좋은 사람을 만나서 즐거운 담소를 나누고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유쾌한 삶의 지혜까지 더불어 얻는다. 사람을 좋아하는데 나이가 필요하고 무슨 특별한 이유가 필요할까?
좋아하는 감정의 종류도 다양하여 좋아한다는 것을 한마디로 단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좋은 것은 그냥 좋은 것이지 이유가 붙으면 그때부터 좋은 감정이 불편해질 수도 있다는 것도 배웠다. 

지인의 생일이었다. 친구가 아니며 집안의 어른도 아닌 그러나 존경하지만 조금은 어렵고 친구처럼 편안하지만은 않은 관계, 어느 날 툴툴거리고 싶을 때 전호 번호를 어렵지 않게 인생의 지혜를 구하는 그런 지인의 태어난 날이라고 했다..

갑작스러운 즉석 만남이었기에 생일선물도 준비하지 못하고 살짝 당황한 가운데 다른 지인과 함께 약속 된 장소로 나갔다. 내 마음도 몰라주는 수원천 위에서 오리들은 느긋하게 떠 다녔고 우리는 남문의 새로운 먹자골목으로 떠오른 통닭거리로 향했다. 

통닭 골목으로 접어드니 방송에 몇 번 나왔던 통닭가게에는 홀에도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밖에도 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별미라고 소문났지만 같은 메뉴를 다른 가게로 가면 바로 사고 먹을 수 있는데 저렇게까지 추워 손 비비며 기다리고 서 있을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동행중에 닭요리를 자주 먹어서 닭다리 냄새도 맡기 싫다는 만류에도 평소에 자주 가던 통닭집으로 갔다. 잠시 후 튀긴 닭이 통째로 나왔고 주인아주머니는 뼈를 발라서 찢어주었다. 단골이 좋은 것은 세세히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취향대로 해 주기 때문이다. 

아직도 해 저문 후의 문화에 대하여 익숙하지 않은 나는 항상 옆에서 챙겨주는 분이 있어서 어색함도 자연스럽게 위장이 가능하다. 생일이었던 지인이 퇴근시간이 조금 지나 합류했다. 언제 보아도 당당하고 기운찬 모습이 보기 좋다. 

세월을 저렇게 당당하고 멋있게 맞서려면 자신의 관리에도 철두철미하리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겁게 사는 일은 누구나 바라지만 자신의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성취감과 자긍심이 부족한 사람들도 있다. 
몇 해 전 자긍심의 부재로 방황할 때 지인의 툭툭 던지는 충고와 직언에 마음을 바로세운 때가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라는 질문으로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하여 누군가는 말했지만 나는 이제는 흔들리지 않는다. 

내 손으로 뿌리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욕심을 가지지 않고, 무언가를 거둬들이고 싶다면 열심히 파종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는 것을 터득하고는 흔들릴 것도 없고 빈손이 불안하지도 않다. 나와 비슷한 길을 먼저 간 인생의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지혜를 배우고 익힌다.

 고구마순으로 데코레이션하면?_1
고구마순으로 데코레이션하면?_1

잠시 자리를 비웠던 이이 돌아와 불쑥 선물 꾸러미를 내민다. 그 선물 포장을 함께 보고 있던 사람들 모두 순간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꽃분홍의 포장지로 곱게 싼 선물상자에는 고구마 순으로 만든 데코레이션이 압권이었다. 더 많은 웃음을 주었던 것은 평소에 과묵하고 장난기를 찾아 볼 수 없었던 분이 중년의 남성에게 준 것이라니 상상초월이었기 때문이다. 

또 오늘 삶의 지혜를 배운다. 생활에서나 사람관계에서 윤활유가 되어주는 위트가 없다면 얼마나 메마르고 재미없는가? 가지런하게 연 꽃잎으로 돌리고 마지막 하나를 자연스럽게 비틀어 만든 청자연적의 아름다움과 난초의 잎사귀를 하나쯤 꺾어 그린 여유로움이 생활 속의 위트가 아닐까? 

인생의 연륜에서 나오는 삶의 지혜는 아무리 깊고 높은 지식으로도 따라갈 수 없는 것이다. 소위 코드가 맞는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만남이 늘어날 때마다 인생의 지혜로움이 쌓이고, 조금 어설프고 부족해도 기꺼이 넓은 아량으로 보듬어 주는 지인들의 숲에 사는 나는 오늘도 행복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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