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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공고 관악부..10월 마지막 밤의 행복
꿈 넘어 꿈을 연주한 수원공고 관현악부 제39회 정기연주회
2013-11-01 22:56:07최종 업데이트 : 2013-11-01 22:56:07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예고했듯이 10월의 마지막 밤을 아내와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전날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획을 세웠다. 퇴근 길 아침, 경기경찰청 앞에서 동행의 차에서 내려 평소처럼 월드컵경기장 앞을 걸었다. 아침 운동 삼아 퇴근길에 아주대 앞을 지나 구매탄시장 근처 집까지 걷는다. 10월의 마지막 날의 나무에 형형색색으로 매달린 가을빛은 찬란하기만 했다. 혼자 보기 아까워 노천까페의 여유를 즐기자고 월드컵경기장 앞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았다.

아침의 여유를 24시간 근무 후 퇴근하는 시간에 홀로 즐긴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아침에 찍은 가을을 카톡으로 보내주었다. 네팔에 사는 처제에게도 보내고 지인 몇 사람에게도 내가 만난 가을빛을 선물로 보냈다. 화려하고 여유롭고 사색이 깊은 가을빛을 혼자 만끽하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느낌 때문이다.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는 아침, 가을이 날 깨운 것이다. 사색의 강으로 몰아세운 것이다.

그렇게 깊은 사색에 잠기며 아침 발걸음을 옮겨 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멋진 시를 밟고 걷는 기분이었다. 사람도 길가의 은행잎, 각기 다른 나뭇잎, 아침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 모두가 그랬다. 집에 도착했다. 
누군가 문밖에 과일을 가득 가져다 놓았다. 가을 선물이었나? 바나나, 감, 귤, 사과, 배가 들어있었다. 기쁜 마음으로 누구인지 범인? 색출작업에 들어갔다. 구매탄시장에 인근에 살기 시작한지 1년이 되었다. 주변에 이웃이 생기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수원공고 관악부..10월 마지막 밤의 행복_1
아침에 퇴근하는 사람이다. 이틀에 한 번 만나는 수원월드컵경기장 앞마당에 가을이 가득 들어찼다. 황홀한 아침 노천카페의 자판기 커피는 가을맛이다.

수원공고 관악부..10월 마지막 밤의 행복_2
수원공고의 '꿈 넘어 꿈'은 10월의 마지막 밤을 행복하게 했다. 그들에게도 행복이 넘치기를 기원해본다.

과일 봉지를 집에 들여놓고 이웃 몇 사람에게 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집주인께서 집에 들어온 과일들이 많아 함께 나누어 먹자고 가져다 두었다고 했다. 따뜻한 마음이 날 기쁘게 하고 기쁜 10월의 밤의 전주처럼 느껴졌다. 잠시 후 청주의 목사 시인 김창규 형께서 수원에 오신다고 전화가 왔다. 
곧 카삼레스토랑으로 오라는 것이다. 나는 몸이 못 견딜 만큼 고통스런 일이 없으면 그 누구라도 만나자는 제안을 거부한 적이 없다. 카삼레스토랑을 찾아 10월 마지막 날 네팔 찌아를 마시며 일상을 이야기하다 헤어졌다.

그리고 다시 팔달문을 거쳐 지동시장까지 걸었다. 걷는 중에 화성박물관장을 지낸 이달호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후 2시에 화성박물관에서 박팔양 문학심포지엄이 있다는 소식에 직행하였다. 
그곳에서 이달호 형, 김우영 주간, 김해자 시민기자님 등을 만났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발제자인 김재용 교수와 인사를 나누고 싶었으나 난 그의 발제가 끝나고 자리를 떠야했다. 두 사람의 발제와 한 사람의 토론자에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수원공고 관악부..10월 마지막 밤의 행복_3
아내가 즐거워 나도 기쁜날이었다. 관현악을 들으며 기분 좋은 눈물을 마음껏 울었다. 아내 모르게....

수원공고 관악부..10월 마지막 밤의 행복_4
행복한 곳에 늘 희생이 있다. 그로나 모두가 행복을 주는 공간에서 희생을 즐겁게 보낸다. 학생들이 자원봉사를 하며 기뻐하는 모습이 참으로 고맙고 예쁘다.

아쉬운 마음을 접고 자리를 떠야했다. 그리고 아내와 나는 저녁에 서장대를 찾겠다는 마음으로 짧은 오후 휴식을 즐겼다. 시민기자는 마음속으로 낮에 알게 된 수원공고 관현악단공연을 보러갈 것인가? 아니면 예고대로 서장대를 갈 것인가? 즐거운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그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내에게 학생들의 관현악이지만 음악을 선물하고 싶었다. 저녁 7시 공연인데 5분 정도 늦었다. 집 근처 청소년문화센타에서 열리는 공연이라 공연장을 찾는 일은 쉬운 일이었다. 

'어매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를 들으며 아내를 생각했다. 순간 심연 깊이에서부터 샘물이 솟듯이 눈물이 솟아났다. 기쁨의 눈물이 났다. 난 아내 곁에서 아내 몰래 눈물을 흘리며 음악을 들었다. 눈물의 행방을 감추려고 카메라로 바쁘게 사진을 찍는 시늉을 했다. 

아내에게 선물하려던 선물을 내가 받았다. Dream Over Dream(꿈 넘어 꿈)이라는 제목의 수원공고 제39회 관현악단 연주회다. 학생들의 비완숙미에 완숙함이 더욱 진한 감동을 주었다. 그 감동의 흐름을 난 스마트폰 메모장에 그려보았다. 음악을 들으며 적어간 나의 메모로 그들이 들려준 음악 선물로 보낸 10월의 마지막 밤의 향연에 고마운 인사를 전하며 그들의 꿈이 확대되어 가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나의 메모
물 속 고요로 여행을 떠났다가 놀란 잠에 수면을 튀어 올랐고, 수면과 지상위의 경이를 보고 허공을 날다가 별을 보고 달구경하다 저 멀리 우주를 나는 유영이 시작된 느낌이었다. 그러다 다시 물 속 그리움에 되돌다가 지상과 수면이 새로워 돌아왔다.

야생의 거리, 야생의 시간을 달리는 질풍노도의 시기에 청소년의 열정을 품은 대지의 야수들이 거침없이 사막을 달린다. 거친 호흡도 거친 속도를 달려간 여행도 야생의 공간에서 강렬한 생명의 불꽃을 피운다. 

어린 야수들의 긴장도 고요롭게 머무는 관현악이 모두를 거친 대지의 숨결 속에서도 잔잔한 여유를 전한다. 10월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깊어가는 사색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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