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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 향기 같은 대화
2012-10-19 12:16:35최종 업데이트 : 2012-10-19 12:16:35 작성자 : 시민기자   이영애

추석때 모이기로 했던 여고 동창생들의 만남이 여러 가지 이유로 흐지부지 된 후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친구들이 다시 모인건 지난 주말이었다.
8명 정도가 금요일 저녁때 커피숍에서 만났는데 두세달 만에 본 친구도 있고, 1년만에 본 친구도 있고 거의 2년만에 나타난 친구도 눈에 띄었다.

어쨌거나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친구들이니 서로 얼굴을 보자마자 반갑게 인사하며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아이들은 잘 크는지 궁금해 하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한참 이야기중에 친구 하나가 다른 친구에게 "너는 피부가 어쩜 그럽게 곱니? 지금까지 내가 본 우리 나이 또래 여자들중에 최강 동안이다 얘. 부럽다 정말"이라며 칭찬을 해 주었다.

국화꽃 향기 같은 대화_1
국화꽃 향기 같은 대화_1

그 '최강 동안'인 친구는 정말 누가 봐도 얼굴에 윤기가 흐르며 제 나이보다도 기본 5살, 최고 10살 정도까지는 내려다 봐 줄 정도로 매끄럽고 잡티 하나 없이 도자기 피부 같았다. 얼굴의 뽀얀 피부와 동안은 연예인이 안부러울 정도였다. 이런 피부를 일컬어 방부제 피부라고도 한다나.

그 친구는 그냥 빙긋 웃으며 "엄마 덕분이지 뭐"라며 겸손해 했다.
그러자 바로 옆의 다른 친구 하나가 불쑥 "얘, 너는 밥 먹고 피부 관리만 하냐? 한달에 얼마씩 들어가냐?"라고 했다. 그 순간 일시적으로 분위기가 싸아~. 

참, 돈 들어 가지 않는 말이고 똑같은 말인데... 한 친구는 부럽다는 표현까지 써 가며 칭찬을 해 주었고, 한 친구는 칭찬은 커녕 상대방이 듣기에 너무나 불쾌하게 오해할수 있는 수준으로 말을 들이댔다. 한달에 얼마씩 돈을 쳐 바르냐는 투로.

물론 이 친구도 악의로 그런건 아니었겠지만 본인의 뜻과 상관없이 상대방이 오해를 하거나 악의적으로 받아들이면 그건 분명히 말을 한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 말을 받은 친구는 순간적으로 굳어졌던 얼굴을 펴며 "얘는... 이런데 쓸 돈이 어디 있겠어. 그냥 엄마하고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라니까."라며 역시 온화하게 웃어 넘겼다. 그 웃음에 하얀 국화꽃 같은 향기가 났다. 
울컥 하는 마음도 참아 넘기며 슬기롭게 받아 넘긴 친구.

"얘, 돈을 안들여도 된다잖아. 모르기는 해도 임진왜란때 얘네 할아버지가 나라를 구하셨을거야. 안그러니?"
다시 다른 친구의 재치 넘치는 우스갯소리로 우리는 까르르 웃고 말았다. 역시 말은 하는 방법과 표현에 따라 참 달라지게 들리는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 대화였다.

우리는 날마다 많은 사람들과 많은 말을 하며 살고 있다.
그 중에는 몇 번을 들어도 좋은 아름다운 말이 있는가 하면 상대방의 감정을 자극하거나 혹은 그의 가슴에 깊은 상처로 남게 하는 말도 있는데, 뒤돌아보면 후자에 속하는 말을 생각보다 참 많이 듣고 사는 것 같다. 
이는 말 속에도 향기와 사랑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때론 잊고 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날로 발전하고 복잡해지는 사회 속에서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만큼 바삐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기주의와 자기의식속에 갇히는 것 같다.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매사를 자기 잣대에 맞춰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짙다.

결코 길지 않은 인생, 좋은 말만 가려하며 한다면 듣는 이나 말을 하는 이의 가슴이 따뜻해지고 그 주위에는 웃음과 행복이 가득 번지는 것을 잘 알면서도 실천을 잘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집에서도 책상을 치우지 않고, 방바닥은 항상 지저분 하고, 생활에 규칙도 없는 딸아이더러 "너는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니? 도대체?"라며 마음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기를 참고, 숨 한번 크게 들이쉬고, "어휴! 우리 공주님이 요즘 바쁘시구나. 어서 씻고 밥 먹으렴"하면 두 모녀 사이엔 더 끈끈한 정이 흐른다.

누구와 대화를 하다가 의견이 대립될 경우도 내 생각만 관철시키려 고집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한 발자국만 뒤로 물러설 줄 아는 마음의 자세를 갖춘다면, 결코 큰 소리나 혈압을 올리는 과격한 언쟁은 벌어지지 않을것이다.
둘이든 셋이든 모이기만 하면, 나와 너의 이야기가 아닌 남의 이야기로, 그것도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한다거나, 당장 앞에 없는 타인의 험담을 늘어놓는 것 보다는 칭찬하는 말을, 상처 주는 말 보다는 위로의 말을, 비난 보다는 격려의 말을 해줄 때, 나와 타인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 것이다. 아울러 우리 사회를 더 환하고 밝고 기분 좋게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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