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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교실'이 있는 수원신풍초등학교
116년 역사를 자랑하는 신풍초교의 승마교실
2012-10-19 12:33:55최종 업데이트 : 2012-10-19 12:33:55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고삐! 등자! 안장! 마구!"
"왼발을 등자에 올린다. 양손을 잡는다. 고삐를 짧게 잡는다. 박차를 가한다. 출발! 정지! 상마! 하마!..."
교련관의 소리에 발맞춘 아이들의 우렁찬 소리가 운동장 너머로 처렁처렁 울렸다. 간간이 "워~워~"라며 말을 길들이는 듯 사랑스럽고 귀여운 목소리도 들렸다.

수원시 팔달구 신풍로 15(신풍동) 신풍초등학교다. 1896년 수원군 공립소학교로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116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곳에 '한국전통승마교실'이 찾아왔다. 
지난 8일부터 시작된 방과 후 수업은 둘째 주를 맞아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고삐를 야무지게 붙잡은 아이들은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친구들에게 보란 듯 늠름한 자세로 원을 돌고 있었다. 주4회 3주간 총12회로 진행되는 승마교실은 꿈나무 초등학생들에게 호연지기를 길러주고, 자존감을 높이는데 한몫하고 있다. 

'승마교실'이 있는 수원신풍초등학교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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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교실'이 있는 수원신풍초등학교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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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교실'이 있는 수원신풍초등학교_3
'승마교실'이 있는 수원신풍초등학교_3

지난 18일 오후 1시, 시민기자는 승마교실을 이끌고 있는 전 무예24기 교련관 김광식 사범을 만났다. 
"이곳 신풍초교는 2005년부터 무예24기를 수련하면서 야조(夜操)에도 출연한 바 있다. 그동안 지상무예(18기)만을 배웠었는데, 이번에 승마교실이 생김으로서 마상무예의 기본인 '말타기'를 익히게 되었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무서워하더니 지금은 매우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양의 개념인 마장마술 '승마'와는 다른 만큼 많은 학교로 전파되어 한국전통승마가 전승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비췄다.

요즘에야 많이 대중화됐다지만 여전히 '승마'는 고급스런 취미활동에 속한다. 그런 귀족 레크리에이션이 마장(馬場)이 아닌 초등학교 교정에서 열린다니 놀랄 수밖에. 그리하여 찾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화성행궁 낙남헌 옆 울타리를 경계로 아이들을 위한 마장이 조그맣게 꾸며져 있었다. 
'타이슨, 광용, 청풍, 탱크, 비호'란 멋진 이름을 가진 5필의 말은 아이들을 맞이하기 전, 조련사들로부터 워밍업 단계를 거치고 있었다. 안전을 위함이다. 

시간에 맞춰 나온 아이들은 A,B,C로 순서가 정해지고 말 타기에 앞서 긴 통나무에 앉는다. 예행연습이다. 그 단계를 마치면 드디어 말에 오른다. 
처음엔 서서히 돌기, 조금 강도가 세진 S자형으로 돌기, 말을 길들이며(친구가 되며) 섰다가 가다가...... 질서정연한 승마교육이 체계적으로 진행되었다. 아이들의 강단 있고 진지한 모습이 멋져 보였다.

수원시 아니, 경기도를 통틀어 그 어느 학교도 '찾아가는 승마교실'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 
그리하여 찾아간 곳은 교장선생님 방. 선약도 없이 무작정 방문했다. 일문일답 전에 이곳에 부임한지 2년차라면서 '교장 박순자'란 명함을 건넨다. 밝은 인사와 함께.

신풍초등학교는 '광교신도시로의 이전' 문제로 그간 언론에 떠들썩했다. 그러니 시민기자로서 여간 조심스런 방문이 아닐 수 없다. 
다행이도 '따스한 맞이'에 마음이 한결 놓였다. 그는 그 문제는 이미 결정되어 돌이킬 수없는 문제라면서 그간 피해의 대상이었던 아이들에게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며 운을 뗐다. 
쌓였던 말이 많은 듯 부임 후 선생님들과 함께 사랑하는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을 위해 노력했던 그간의 계획과 성과들을 이야기해 나갔다.

'승마교실'이 있는 수원신풍초등학교_4
박순자 교장 선생님의 학교와 학생들에 대한 애정에 감동받았다.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 방과 후 수업 '승마교실'은 어떻게 생각하게 됐나요?
"이곳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묶여 개발도 못하는 일명 '후진 동네'에 속한다. 때문에 한 부모가정이나 방치된 아이들이 많아 생활지도가 힘들었다. 교장 부임 후 '무엇부터 시작해야하나'하는 고민이 앞섰다. 이에 최상의 목표를 제시한 선생님들과 더불어 의논을 거듭했다. 그 결과 시(市)의 지원금으로 '상담사'의 의미를 넘어서는 '복지사'가 오셔서 아이들의 자긍심과 함께 가치관을 심어주는데 주력했다. 

그런 와중에 한 선생님으로부터 '이 다음에 나의 사위로 며느리로 맞이하고 싶을 정도로 잘 가르쳐 반듯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 감동이었다. 그때 어려운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활동으로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다. 그리하여 2011년 초등학교로는 처음으로 '취타대'를 구성하고 그 팀이 화성문화제 거리축제에 참여했다. 이후 '소금 배우기·국악 한마당', '팔달산 오르기', '도서관·박물관 견학' 등에 이어 올해 전반기 '무예24기 수련'과 하반기 '승마교실'도 운영하게 됐다."

- 낙마 사고 등 대상이 아이들이라 사고가 생기면 골치 아플 텐데요. 
"걱정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렇지만 부모들이 챙기지 못하는 부분들을 '우리학교만이 할 수 있다'란 생각이 우선이었다. 제가 전교생 아이들 이름을 거의 아는데 대부분 순박해 잘 따라갈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그동안 이곳은 '떠날 학교'란 분위기로 인해 혜택에서 많은 부분 소외됐다. 때문에 학부모나 아이들의 박탈감에 힘을 불어넣어 주고 싶었다."

- 교장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신풍초교'는 어떤 학교인가요?
"지금 이곳은 116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저는 '행궁과 함께하는 학교'이고 싶었다. 우리학교가 추구하는 것도 '전통문화 계승으로 세계를 이끄는 멋진 신풍인이 되자'다. 이처럼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 안에 있는 만큼 자부심 하나만은 대단하다. 그런데, 내년 3월 5학급만이 남고 이전한다. 나도 간다. 팔달산 아래 교정은 사철 다른 색으로 빛나는데, 떠나려니 약간은 서운하다." 

- 앞으로 진행되는 특별수업은? 그리고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10월 승마교육이 끝나고 11월에는 양평 영어교실 스케줄이 잡혀있다. 그리고 12월 저학년 스케이트와 내년 1월 고학년 스키캠프가 계획되어 있다. 물론 부모의 허락을 받은 신청자만이 가능하다. 승마의 경우 사고위험 때문인지 처음엔 신청자가 극히 적어 제가 직접 나서서 배울 것을 유도했다. 개인적으로 배우려면 직접 마장으로 가야하는 번거로움과 수강비는 또 얼마나 비싼가.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했다. 몇몇은 끝내 신청을 안했는데, 지금은 그 아이들이 무척 부러워하고 있다. 이전하는 그날까지 제대로 된 교육으로 아이들의 학교에 대한 자긍심을 한껏 키워주고 싶다."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며 교정을 나서는데 막 승마를 마친 김세은(6년) 학생과 마주쳤다. 
"이번에 처음 말을 탔어요. 올라갈 때와 내릴 때 약간 무섭지만 무척 흥미로워요. 집에서 엄마아빠에게 자랑도 했어요." 
한껏 좋아하는 아이의 말에 '무한애정'으로 학교의 변화를 모색하고 계신 박순자 교장선생님 얼굴이 떠올랐다. 

현장취재에 나섰다가 때로는 본말(本末)이 전도되는 경우가 있다. '승마교실'을 보러왔다가 교육 역사의 현장에 더 마음이 가는 이번 경우처럼 말이다.
수원화성의 역사도 중요하지만 신풍초등학교의 역사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잠깐이지만 했다. 교장실 진열장에는 다양한 고전 우리 역사서와 함께 '신풍백년사(新豊百年史)'도 있었다. 정조의 숨결은 그곳에서도 느껴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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