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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가요가 점점 좋아져요
2013-11-05 07:50:11최종 업데이트 : 2013-11-05 07:50:11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노래는 참 좋은 것이다. 듣는 사람을 즐겁고 유쾌하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글자가 생기기 훨씬 이전부터 인류는 자신의 희노애락을 노래로 표현하면서, 어울려 사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아마 노래를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곳에나 예외는 있는 법. 노래를 싫어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바로 나였다. 친구들이 조용필과 혜은이에 열광하던 중학시절. 나는 그런 친구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소풍날 장기자랑 시간이면 줄 맞춰 앉아서, 친구들의 노래를 들어야만 하는 시간이 내게는 고역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낯 간지러운 가사 내용과 온 몸을 간질이는 듯한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내 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 불쾌했다.

고등학교 때는 좋아하는 연예인의 브로마이드를 모으는 게 유행이어서, 학교 앞 문구점의 연예인 포스터는 동이 날 지경이었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진을 코팅하여 책받침으로 가지고 다니는 게 유행이었다.
모두들 가수나 탤런트의 사진을 한 장 이상씩 가지고 다니는데, 나도 하나쯤은 가지고 다녀야 할 것 같아 한참을 고민한 적이 있다.

특별히 좋아하는 대상이 없었으므로 고민 끝에 얼굴이 예쁜 여자배우의 사진을 코팅하여 가지고 다닌 기억이 있다. 내가 연예인에 별로 관심이 없고 특히 노래를 싫어한 이유는, 아마도 노래를 정말 못하는 나의 우스운 자존심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음치에 박치, 모든 조건을 골고루 갖춘, 정말 노래에는 재능이 없는 나는, 결국엔 아름다운 노래를 싫어하는 메마른 감성의 소유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대중가요가 점점 좋아져요_1
가요무대의 한 장면

시골에서는 한 동네에 사는 친구들끼리 가끔 모여서 놀 때가 있다. 여러 가지 게임도 하고, 팔뚝맞기 민화투도 치며 놀다가, 그래도 심심하면 카세트에 음악을 틀어놓고 춤도 추고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노래를 부르기도한다.
그런데 내 노래를 듣고 나면, 노래 들어준 값 내놓으라며 친구들은 나를 놀린다.

나의 노래 실력을 익히 아는지라, 아예 노래를 시키지 않으면 좋으련만 아무리 안하겠다고 빼도, 끝까지 시켜놓고서는 그렇게 놀리는 것이다. 그래도 그때는 형제 같은 동네친구들 이었으므로 나도 그냥 웃어 넘긴다. 

그런데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부터는 문제가 조금 심각해진다.
노래방이라는게 생기더니 어느 순간 대한민국을 휩쓸며 전 국민을 가수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직장의 회식 후에는 당연히 노래방행이었으며, 친구들과의 만남 후에도 마지막코스는 노래방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그렇게 노래들을 잘하는지. 매일 매일 노래연습을 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가끔 방송에서 들었던 새로 나온 노래들도 어쩜 그리 잘하는지 존경스럽기만하다. 

다른 사람들이 여러곡씩 부를 때, 나도 용기를 내서 겨우 한곡 부르면 내가 들어도 정말 앞사람이 부른 노래와 차이가 많이 난다. 조금만 음이 높아지면 아예 목소리도 나오질 않고, 반주는 뒷부분을 연주하는데 노래 부르는 나는 이미 저 앞을 달리고 있다. 사람들과 어울려 살면서 내 나름대로의 노력도 해왔다. 

언젠가는 회사야유회를 앞두고 노래하나를 정해서 100번 이상을 듣고 부른적도 있다. 아무리 노래를 못하는 사람도 노래한곡을 100번 이상 연습하면 잘 부를수 있다는 얘길, 누군가에게 듣고서이다. 하지만 그런 노력도 큰 도움은 되지 않는 것 같다.
마음은 나도 가수 못지않게 잘 부를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노래는 노래라기보다는 그냥 소리에 가까울 정도다.

세월이 흘러도 노래 실력은 여전히 변함없고, 가끔은 노래를 불러야하는 자리도 여전히 나를 힘들게 하지만, 그런데 세월 따라 변한 것이 하나있다. 그토록 싫어하던 노래가 점점 좋아지는 것이다. 모든 장르의 노래가 다 좋지만, 특히 정말 싫어하던 트로트가 이제는 귀에 착착 감기면서 나를 흥겹게 만들어준다. 

대중가요가 점점 좋아져요_2
대중가요가 점점 좋아져요_2

간드러지는 남진의 노래가 좋으며,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의 애틋한 소리가 좋고, 심수봉의 노래 또한 나를 사로잡는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길거리의 젊은이들이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다니는 것을 보면서 위험하다며 못마땅해 했었는데, 이제는 내가 그들처럼 걸으면서 노래를 듣는다.
좋아 하는 만큼 마음껏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길을 오가는 시간에라도 듣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가요를 사랑 하게된 내가 요즘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가요무대다.
월요일이면 다른 일을 하다가도 얼른 TV를 켜서 가요무대를 틀어놓고 흘러나오는 노래를 감상한다. 입가에는 미소가 흐른다.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보는 프로그램인줄 알았던 가요무대를 내가 이렇게 즐겨보게 되리라고는 생각조차 해본일이 없었지만, 지금은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다.

노래를 듣다보면 가사 안에 삶의 모든 희노애락이 들어있다.
즐거울 때는 모든 노래가 즐거움으로 느껴지고, 쓸쓸할 때는 또한 내 마음처럼 노래가사에 쓸쓸함이 묻어나며, 누군가가 그리울때면 내 그리움을 알고 쓴 듯한 노랫말이 내게 와서 감긴다.

이제는 혼자만의 시간이 점점 늘어가는 중년의 나이. 만나서 이런저런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도 소중하지만, 혼자만의 시간에 나의 친구가 되어주는 노래도 참 소중하다. 
비록 누군가에게 나의 음성으로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줄 수 있는 재능은 없지만, 노래처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사람. 그리움을 달래주고 위로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노래가 좋아지는 요즘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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