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수원천 따라 가을을 배웅하다
2013-11-05 20:51:14최종 업데이트 : 2013-11-05 20:51:14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사진 찍기 참 좋은 계절이다. 고개를 들어 시선이 머무르는 곳이 모두 포토존이고 모델이 된다. 

얼마 남지 않은 치약처럼 마지막 소진이 될 때까지 알뜰하게 쓰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서서히 저물어가는 가을의 말미에서 화성의 풍경을 담기 위해 길을 나섰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접어들면서 이래저래 자주 오게 되었던 성곽 길을 따라 걷던 것을 창룡문파출소 근처에서 수원천을 따라 걸었다.

천변에는 마른 수초들이 미풍에 온몸을 맞기고 서로 부비며 바람이 가는대로 흔들리고 있었다. 붉은 담쟁이 잎사귀도 담벼락에 붙어 있는 것보다 떨어진 것이 더 많아 가시 같은 앙상한 덩굴을 드러냈다. 

붉다 못해 거무스름한 잎사귀하나 들고 살펴보니 여고시절 낙엽을 모아 책갈피 속에 넣어 두었다가 그 위에 시도 쓰고 잠언을 써 하나하나 코팅했던 기억이 났다. 벌레 먹은 단풍잎을 잘 말렸다가 연하장이나 크리스마스카스에 사용했었는데 어느새 그 마음을 잊고 산지 오래다. 

적당하게 선선한 바람이 부는 천변을 산책하는 이들이 듬성듬성 보인다. 한 낮에 젊은이들이 있을 곳이 아니라고 생각이 되었지만 데이트 나온 것으로 보이는 한 쌍이 마주 온다. 이들은 계획하고 오지 않음을 여자의 하이힐에서 넌지시 예상을 하고 지나간다. 보는 사람이야 무슨 상관이랴 둘만의 오붓한 시간이 얼마나 좋으랴. 20여 년 전 나도 팔달산을 그리하고 무수히도 걸어 다녔음을.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오리 떼가 잠시 멈춰 고요히 떠 있다. 주둥이를 깃털 속에 고개를 묻고 쿡쿡쿡 찧는 오리도 있다. 물속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수를 헤일 수 없을 만큼 많다. 물 반 고기반이란 말은 어불성설이다. 물보다 새끼 물고기가 더 많다. 저 많은 물고기가 모두 어미 물고기로 자란다면 수원천은 물고기 주택 대란이 일어날 것이다. 

수원천 따라 가을을 배웅하다_3
수원천 따라 가을을 배웅하다_3

담을 그늘삼아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할머니들이 보인다. 지나가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일까 천천히 걸어가는 나에게 말을 건넨다. "어디서 왔수?" 주말과 휴일에는 어떻게들 알고 다들 왔는지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이 참 많아졌다고 한다. 드나드는 외지인이 많으면 성가신 일도 있을듯한데 "사람이 사는 동네에 사람들이 들락날락거려야지 사람들이 없으면 그게 무슨 재미냐"고 하신다. 

바쁠 것도 없이 한정으로 걷다 보니 벌써 눈앞에 화홍문이 나타났다. 방화수류정과 한 프레임 안에 넣고 자리를 옮겨가면서 카메라에 담았다. 용연 앞 돗자리를 깔고 그림 그리는 화가들과 졸업사진을 찍는 어린 아이들이 북적인다. 파란 하늘과 노란색원복이 어울려 가을 국화를 연상하게 했다. 

화홍문의 수문을 지나 방화수류정을 한 프레임에 넣고 다시 카메라에 담았다. 방화수류정과 화홍문 일대가 사진작가들에게 왜 인기가 많은지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방화수류정의 원래 용도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어찌 이곳이 군사용이었다고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7개의 수문에서 흘러나오는 잔물결이 오후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인다. 그냥 무지개문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수원천 따라 가을을 배웅하다_1
수원천 따라 가을을 배웅하다_1

수원천 따라 가을을 배웅하다_2
수원천 따라 가을을 배웅하다_2

천변에 물속을 들려다 보는 어르신 여러분이 유쾌하다. 물속에 치어는 물론이고 어른 팔뚝보다 더 큰 물고기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받아먹고 있다. 봄에 산란한 치어들이 지금의 어른 물고기가 되려면 7,8년은 되어야 한다고 한다. 커도 너무 커서 배가 터질 것 같고 살짝 징그럽기까지 한 물고기가 먹이를 던져주는 사람들이 많아서 요즘은 사람을 피하지 않는다고 한다.

창룡문 파출소에서 화성박물관까지 수원천을 따라 걸어오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보고 만났다. 데이트하는 젊은 여인들, 자전거를 타고 산책하는 사람들, 화성열차를 타고 손을 흔들어주는 관광객까지 수원천과 화성은 언제 어느 때 가도 같은 듯 다른 모습으로 반겨준다. 
단풍놀이 멀리 갈 필요가 있겠는가? 보물을 옆에 두고 멀리 있는 것을 탐하지 말기를.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