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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에너지를 주는 참 고운 말
2012-10-22 08:04:31최종 업데이트 : 2012-10-22 08:04:31 작성자 : 시민기자   최순옥

사람에게 에너지를 주는 참 고운 말_1
사람에게 에너지를 주는 참 고운 말_1

TV에서 본 설악산은 만산홍엽이었다. 흐드러지게 아름다운 붉은 단풍을 대형 TV를 통해서 보니 그야말로 만추의 멋스러움과 고즈넉한 사색의 시간을 갖게 만들었다. TV앵커는 "붉은 아우성"이라는 말로써 아름다운 금수강산의 가을 단풍을 소개했다.

"단풍이 참 곱게 들었다"
설악산의 가을을 TV로 지켜 보면서 단풍노랑과 빨강으로 현란하게 치장한 가을 나뭇잎 단풍이 아닌 작년 이맘때 시아버님의 혼잣말씀이 떠 올랐다. 하얗게 변한 어머니의 머리 색깔을 보신 아버지가 "단풍이 참 곱게 들었다"시며 염색을 하시겠다는 어머니를 만류하신 기억이 났다.
"나이 먹는게 당연허지. 염색은 뭐하러 하능겨. 그게 단풍인거지"라시며...

그때, 귀찮다는 핑계로 염색을 할까말까 망설이시던 시어머니의 흰 머릿결은 며느리인 내가 봐도 싫지 않다. 보기에 흉하지 않고 인생의 경륜이 그대로 묻어 나니 나쁘지 않았다.
아마 귀찮아 하시는 생각 탓에 염색시기를 맞추지 못하다 보니 희끗희끗 보이는 모습이 지저분하여 아예 염색을 포기한 것이라 생각된다. 아버님은 아예 처음부터 염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염색을 도중에 그만 둔 어머니는 머리 한 켠이 허옇게 드러나는 게 별로 유쾌하지는 않으셨던 모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친구분으로부터 "무슨 흰머리를 자랑이라도 되는것처럼 이고 사냐"는 말을 듣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며 전화를 하셨다.
어느 잡지에 나온 노년 할머니의 사진을 본 친구가 흰머리가 드러난 모습을 보고 어머니께 그렇게 표현을 하더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그 말씀을 들으면서 흰 머리가 마치 때맞추어 핀 꽃이나 열매처럼 자연스럽게 보이시는데 그걸 왜 부담스러워 하시냐고 여쭈었더니 어머니는 이내 "그런가..."하시며 다시금 편안함을 느끼셨다.
하물며 남편이신 아버님은 "단풍 참 곱게 들었다"시며 오히려 보기에 좋다고까지 하셨는데.
생각해 보니 그 표현이 참 곱고, 부드러워서 마음에 들었다. 같은 말이라도 표현에 따라서 듣는 사람에게 큰 차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겠다 싶었다. 

'너 흰머리 많이 늘었다.'고 하면 마치 힘겨운 인생살이에 지쳐버린 사람처럼 느껴져서 어깨에서 힘이 쭉 빠지겠지만, '단풍이 곱게 들었네!'하면 때맞추어 열심히 할 일을 한 상징을 드러낸 것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따뜻하고, 스스로 대견스러워 가슴이 활짝 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어르신들이 머리카락이 하얗게 되는 걸 가지고 많은 생각과 고민과 기분이 좌지우지 되는걸 보면서 아이들을 키우는 주부로써 말의 사용법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자녀들이 가끔 부모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때론 말썽도 피울 것이고, 특히 사춘기는 자기자신보다 훨씬 유난스러워 보일 것이다.
그럴 때'너는 도대체 누굴 닮아서 그렇게 유난스럽게 구느냐?'고 하는 것과 '너는 아빠, 엄마보다 훨씬 에너지가 많은 것 같다.'고 하는 경우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정서에는 큰 차이가 있지 않을까? 

예민한 사춘기의 아이들은'누굴 닮았느냐?'는 말에 '그럼 내가 부모님의 아이가 아니란 말인가?'하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에너지가 많다.'고 하면 스스로에게 잠재된 힘과 능력을 암시받아 큰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가질 것이다.

옛날 어린 시절,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덕담을 해 주시곤 했다. 아직 장난꾸러기 어린 아이들에게 '대통령감'이라거나 '장군감'이라고 하는 이야기도 흔하게 듣는 말들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사이, 그러한 말들이 너무 허무맹랑하다는 이유로 슬그머니 사라져버렸지만.  사람은 어렸을 때 기억된 내용은 더 오래가고, 나이가 들어서 겪은 일은 일찍 잊어버리게 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 기억력이 쇠퇴해지고 치매가 걸려도 어렸을 때의 기억은 남아서 아이처럼 된다고 한다. 그러니, 아이들일수록, 젊은이들일수록 더욱 오래 기억될만한 일들을 만들어주고, 오래 기억되어도 유쾌한 말들을 자주 들려주어야겠다. 

그래야 아이들이 열심히 살다가 나이가 들어 머리에 단풍이 곱게 드는 나이가 되었을 때에도 좋았던 기억들 속에서 따뜻한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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