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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이 없어도 마음부자
금곡동 김정자 할머니
2012-10-22 18:48:03최종 업데이트 : 2012-10-22 18:48:03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희
교통안전공단에서 희망봉사단원을 뽑아서 올해 봉사를 제대로 하고 있다. 
시민기자가 찾은 곳은 권선구 금곡동의 한 할머니집. 할머니께서는 차분하고 단아한 모습이었는데 집에 방문을 하니 재활용 박스를 분리수거를 하고 계셨다.

기자도 이전에 학교 봉사를 한답시고 신문을 수거하러 다니기도 하였고 또 나름 봉사하는 어머님들과 함께 폐휴지를 모으기도 하였지만 할머니의 폐휴지나 재활용 박스는 그런 차원이 아니다. 이건 분명히 생계를 위한 것이었다.

가진 것이 없어도 마음부자_1
사진제공 아시아경제 박종일기자

"요즘은 금액을 안쳐줘요. 하루 1500원 정도가 족해요." 하시는데 기자는 현재 무엇이 필요한지 또는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묻지 않아도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런 차에 바로 할머니집께서 하는 말씀.
"겉옷 하나 사입고 싶은데 여력이 안되고 공단에서 주는 교통카드로 구입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한다.
마침 기자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 겉옷이라도 하나 사드리고 싶어서 앞에 가게로 향했다. 할머니께 딱이다 싶어서 사드리려고 보니 아무래도 할머니께서 입어 보시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불편한 할머니시지만 모시고 가게를 향했다. 

할머니는 한사코 손사래를 치셨지만 기자의 마음이 이미 그렇게 움직였으니. 가난은 나랏님도 못 구한다는 말이 있지만 그런 말은 별로 중요치 않았다. 마음 가는 그곳에 좋은 일도 하면 된다고.
그런데 문제는 할머니를 겨우 설득시켜 나오다가 평소 습관처럼 "얼마 안해요. 5만 9천원밖에" 라는 말이 흘러 나와 버렸다.
이런 표현을 한다는 것이 큰 실수였다. 할머니께서는 겨우 겨우 마음을 움직여 불편한 몸을 이끌고 따라 나오셨는데 그만 발걸음을 돌리셨다.

"어찌 그렇게 부담가는 금액의 옷을 얻어 입는단 말이요" 하면서 그만 집으로 향하시는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많고 많은 사람중에 또 좋은 인연들 중에 기자의 가슴에서 무언가 치밀어 올란다.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을 뻔 한 것도 모자라서 이젠 불편한 몸으로 생계를 위해 빈 박스를 줍고 폐휴지를 모으고 또 고철을 모으는 그 손길위에 기자의 잘 못한 말 실수로 그만 옷을 사드리지도 못했다.

내심 마음이 무겁고 안타깝고 하였다. 무슨 일이 있으면 공단으로 연락하라고 보통 말을 꺼내는데 기자는 명함을 주었다. 밑줄 치면서 꼭 도움을 요청할 일이 있으면 전화를 달라고. 그러고 보니 올해 교통안전공단 희망봉사단 일을 하면서 자동차로 인한 교통사고 환우들을 많이 많났지만 할머니처럼 겸손하시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예의바르게 사람을 대하는 분은 처음 만났다.

내려 놓았을 때 겸손하였을 때 배려 하였을 때 분명 자신에게 뿌린 만큼의 복은 들어 온다고 했다. 폐휴지가 아니더라도 부디 교통사고 나지 않고 안전한 생활을 하여야 하고 할머니의 그 살신성인 하는 자세가 쉽게 삶을 포기하는 요즘 세태에 경종을 울림이 아니겠는가.
조금 더 나이 어린 기자가 할머니께 배운 것이 참 깊고 오묘했다. 자칫 놓치고 갈 수도 있었던 우리 주변의 불우 이웃을 이 일을 통해서 더 기운을 내기도 하고 또 살아가야 할 의미를 제공해 주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할머니께 백의천사는 못되어도 할머니께서 자립할 수 있도록 더 폐휴지며 신문 그리고 고철등을 모아서 기자는 큰 베낭에 메고 달려 갈 것이다. 할머니는 아마도 이런 것을 더 원하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어려워도 스스로 헤쳐 나가는 그 진정성이야 말로 이 시대 젊은이들이 그리고 조금은 더 능력과 건강한 사람들에게 또 다른 지침서가 됨이겠기에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항상 감사하고 안분자족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시간이었다.

혹자는 봉사는 아무나 하느냐고 하지만 정작 봉사는 자신의 가진 것에서 가장 쉽고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면 된다. 금곡동의  김정자 할머니. 할머니의 건강과 함께 조금 나태해진 기자에게 어머님 같은 존재로 각인되기에 충분한 것 같다.
그리고 가진 것은 없어도 따뜻하게 배려하는 마음부자인 할머니를 통해 한번 더 물질이 전부가 아니기를 소망해 보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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