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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역 앞 레스토랑에서 만난 네팔 사람들
네팔인 아내 먼주 구릉과 함께하는 한국 여행기 10
2012-10-24 13:05:50최종 업데이트 : 2012-10-24 13:05:50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오후 늦은 시간이었다. 일요일 오후다. 급하게 대전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내려 표를 끊는 김동준 시인에게 다시 뵙자는 인사를 서둘렀다. 수원터미널에 직행하는 줄 알았던 버스가 오산역에 섰다. 수원역 앞에 카삼 네팔·인도 레스토랑을 찾기 쉬운 생각으로 곧 하차해서 오산역에서 수원역까지 전철을 이용했다.

일요일 네팔 이주노동자들이 카삼 레스토랑에 모여앉아 있었다. 아내는 한국에 올 때부터 이주노동자들과의 만남을 기약했다. 그들은 각자의 테이블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네팔 음식을 먹거나 소주 혹은 맥주를 마셨다. 그들의 유일한 해방구가 자기 나라의 음식을 맛보고 자기 나라 사람들의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기네 나라 식당이다. 

수원역 앞 레스토랑에서 만난 네팔 사람들_1
네팔 레스토랑에 모인 네팔 이주노동자들이 히말라야 산길에서 만난 그 사람들처럼 변함없이 맑은 웃음을 웃으며 우리 부부를 반겨주었다.

수원역 앞 레스토랑에서 만난 네팔 사람들_2
꺼허르만 라이다. 카삼 레스토랑의 사장인 그는 네팔 동부 칸첸충가 히말라야 가는 길 코땅 출신이다. 그와 함께 있으면 그를 한국 사람으로 생각하는 한국인들을 만나게 된다.

많은 이주노동자 센타도 있고 인터넷 등을 통해 다양한 소통을 하는 노동자들이다. 그래도 자기 나라 사람을 만나서 터놓고 이야기할 공간이 있다는 것이 다행스런 일이다. 
사람이 소중해지는 시간들을 그들은 누리고 있다. 우리네 정서에도 그런 것들이 절실했던 때가 있었다. 요즘 각박하다는 말들이 횡행하는 것은 그렇지 못한 현실 때문일 것이다. 

나는 수원에 반가운 사람들도 있고 대전에도 광주에도 전국 각지를 부표처럼 떠돌지만 항상 마음에 품은 소중한 사람들이 있어 행복하다. 나의 자산이고 자랑이라 말할 수 있는 내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다시 네팔 이주노동자들을 본다. 
람 바하두르 타망, 써런 아수, 첨 구릉 셋은 모두 20대 중반의 청년이다. 2011년 7월 네팔에서 시행된 한국어능력시험에 합격하고 불과 4~5개월 전 한국에 왔다. 

서로 다른 네팔 산간마을 출신인 셋은 같은 사업장에서 일한다고 했다. 
핸드폰 부품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셋은 다정한 친구가 된 것이다. 그들은 살기 위해 네팔을 떠났고, 한국에서 새로운 친구가 되었다. 20대의 젊음에 꿈이 익어가는 청춘이 그들이다. 
아마 네팔도 우리 한국 사람의 눈에 가난해 보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그들의 꿈이 익어가는 속도로 네팔도 발전해 가는 것이란 생각이다. 

수원역 앞 레스토랑에서 만난 네팔 사람들_3
왼쪽부터 아내와 카삼 사장, 가운데 카삼 사장의 부인, 주방장, 주방장의 아내. 모두 세 부부가 만나 회포를 푸는 술잔을 기울였다.

수원역 앞 레스토랑에서 만난 네팔 사람들_4
네팔인 이주노동자도 세계의 모든 이주노동자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활짝 날개를 편 갈매기처럼 비상하길 기대해본다.

낯선 나라였던 네팔이 익숙한 내게는, 이제 그들의 꿈을 격려하고 독려하며 박수를 보내주는 일이 즐겁다. 그리고 그런 속에서 그들과 더욱 일체감을 느낀다. 16세 소년 시절 꿈을 꾸어볼 겨를 없이 시작된 나의 세상살이에 비하면 그들은 축복받은 사람들이다. 

아픔을 겪어본 사람은 희망의 길에 들어선 사람들에게 축복을 빌고 그들의 희망을 함께하는 것도 축복이다. 유쾌한 만난을 함께 한 그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날이 저물자 카삼 레스토랑 사장인 꺼허르만 라이가 주방장 부부와 함께 술잔을 내밀었다.

카삼 네팔 레스토랑, 꺼허르만 라이, 카삼, 반드시 지켜져야할 약속, 김형효, 먼주 구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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