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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한상자가 준 교훈..씁쓸함
2012-10-25 06:57:30최종 업데이트 : 2012-10-25 06:57:30 작성자 : 시민기자   임동현

지난 주 일요일은 천안에 사는 친구 아들 돌잔치가 있는 날이었다. 12시 돌잔치라 내려가는데 1시간 정도를 잡고 아침부터 분주하게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원래 외출준비라는 것이 남자는 세수만 하면 끝나는 거지만 여자는 화장도 해야하고 아기 준비물도 챙겨야 하는지라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걸리는 것이라 얼른 준비를 마치고 컴퓨터 방에 들어가서 인터넷을 서핑하기 시작하였다. 

대략 내려가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느냐를 검색하고 혹시 그 주변에 볼거리가 있는지 살펴보는 도중, 얼마전 집사람이 머루포도가 먹고 싶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천안 인근에는 포도농장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였기에 그럼 돌잔치 가기전에 잠시 포도농장에 들러 포도 한 박스 사서 돌잔치 갔다가 올라오면 딱이겠다는 생각에 천안 인근의 포동농장을 검색해 보았다.

포도 한상자가 준 교훈..씁쓸함_1
날씨가 좋아 유난히 즐거웠던 천안행 드라이브

인터넷 창에 천안 포도 농장 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니 굉장히 많은 곳들이 소개되었고 그 중에서 평가가 좋은 곳으로 지정하여 주소를 메모해 놓았다. 그렇게 움직일 코스를 다 준비하고 나니 집사람이 드디어 가자고 말을 걸었고 그렇게 우리의 일요일 나들이는 시작되었다.

어려서부터 나들이를 좋아하던 아들은 '가자'라는 소리만 들어도 현관쪽으로 뛰어와 자기를 놓고 가면 안 된다는 눈빛과 울음소리로 우리를 웃게 만들었고 유모차와 이것저것 짐을 챙기니 꽤나 많은 양의 짐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네비게이션에 XX포도농원을 치고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신나게 내려갔다. 원래 목적지인 돌잔치는 천안IC에서 빠져 조금더 가면 되는 곳이었지만 포도농원을 가기 위해 북천안IC로 빠져 한적한 시골길로 접어 들었다. 그리고 여기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때 즈음 드디어 우리는 목표한 XX 포도농장에 도착할 수 있었고 우리를 본 농장주는 '왜 왔나'라는 표정으로 우리 차량을 바라보았다.

인사를 간단히 마치고 포도 사러왔다는 말을 건네자 그제서야 우리를 환대하며 잠시 기다려보라는 주인아주머니는 어디로 사라졌다가 포도 2송이를 들고와서 지금은 제 철이 아니라서 머루포도가 완전히 까맣지는 않지만 아직 달기에 먹는데는 이상이 없을거라고 말씀해 주셨다.

포도 한상자가 준 교훈..씁쓸함_2
한꺼번에 다 버리지 못한 포도 한상자

몇 알 집어먹어 보니 맛이 괜찮아 여기까지 왔으니 그럼 한 박스 사서 가자라는 생각에 4KG 1박스를 3만원에 주문했고 잠시 비닐하우스가서 포도를 따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주인 아주머니는 오토바이를 타고 멀리 사라지셨다. 그새 우리 가족은 기존에 아주머니가 맛보라고 따온 포도를 먹으며 한적한 시골풍경을 즐기고 있었고 3~4분 후에 오토바이에 포도를 가득담아온 아주머니는 박스를 조립하고 거기에 포도 한아름을 담아주셨다. 

박스보다 넘치게 담아준 포도를 받아든 우리는 기분좋게 3만원을 드리고 돌잔치 장소로 향했고 그렇게 우리의 포도구매는 끝이났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박스를 받아들고 상태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산지에서 구매한 것이고 샘플로 따 온 포도도 맛 본 상황이었기에 당연히 괜찮을 것으로 판단하였지만 돌잔치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뜯어본 포도는 탱탱하지가 않고 흐물흐물하여 그냥 식용으로 먹기에는 좀 불안해 보였다. 그렇다고 잼을 만들어 먹기에는 손이 많이 가고 여러모로 활용하기 어려울 것 같았지만 농장에 전화해 환불해 달라고 해보아야 딱히 돌아올 가능성도 없는 것 같고 괜히 그 사람과 싸우기도 싫었기에 그냥 흐물흐물한 포도를 모두 버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포도 한상자가 준 교훈..씁쓸함_3
제철이 지나 시들해진 포도알

그렇지만 3만원이나 주고 산 포도를 한 꺼번에 버리는 게 내키지 않아 하루 더 다용도실에 놔두어 보았지만 흐물흐물한 포도알이 다시 단단해 질리는 없었고 그렇게 우리는 비싼 댓가를 치루고서야 꼭 물건을 살 때는 상태를 잘 확인하고 사야 된다는 교훈을 체득할 수 있었다.

돌잔치며 가을풍경을 즐기는 모든 것이 좋았지만 집에 돌아와서 느꼈던 그 씁쓸함은 며칠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굳이 그런 상태의 포도를 팔았어야 했나라는 원망과 그 자리에서 물건을 확인하지 못했던 우리를 자책하는 복잡한 심경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으나 적은 돈으로 큰 배움을 얻었다는 정도로 이제 마음을 추스리려고 한다.

모든 제철과일은 제철에 맞추어 사야한다는 사실. 그리고 물건 사기 전에 꼭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 잊지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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