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얌마, 담배 무지 해로운 거 잘 모르지?
훈계의 방법과 어른들의 의무
2012-10-17 09:22:02최종 업데이트 : 2012-10-17 09:22:02 작성자 : 시민기자   김기봉

청소년들이 물건을 훔치는 등 조그만한 실수를 저질러 경찰서에 불려 가는 경우를 가끔씩 보곤 한다. 어린 청소년들이 새싹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사회의 그늘을 먼저 경험하게 하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무관심 때문인 것만 같아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써, 기성세대 어른으로써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얼마전 회사 업무 때문에 프린트를 좀 할 일이 있어서 프린터가 있는 PC방을 갔던 때 일이다. 그때가 일요일 오후 2시쯤 되었는데 PC방에는 90%이상이 초중고생들로 꽉차 있었고 실내 공기는 너무 탁해서 숨이 막힐듯 했다. 환기조차 안되는 그 밀폐된 공간에서 담배를 얼마나 피워대든지, PC방 안은 완전 오소리굴이었다. 

얌마, 담배 무지 해로운 거 잘 모르지?_1
얌마, 담배 무지 해로운 거 잘 모르지?_1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프린트를 하기 위해 한글 파일이 깔려 있는 컴퓨터에 앉아 일을 하려는데 저만치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청소년이 버젓이 담배를 피우며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바로 옆에 4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아저씨는 학생이 담배를 피우고 있어도 당연한 이치라는 듯이 자신의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담배 피우는 당사자인 고등학생은 그런 일은 흔한 경우라는 듯 마음 편히 담배를 뻑뻑 피워대고 있었고, 그 옆에서 게임 하는 어른 역시 아이들의 그런 모습은 하루이틀 보는게 아니라는 듯 둘이 똑같았다.

프린트를 하면서 내내 마음이 얹짢았는데, 결국 일을 마친 뒤 나는 학생에게 다가갔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너 이자식, 어디서 감히 담배를 꼬나물고..."라며 호통을 치고 싶었지만 꾹 참고 나서 호흡을 가다듬은 뒤 아이의 어깨를 쓱 만지며"게임 재미있니?"라고 먼저 물었다. 

고등학교 1, 2학년쯤 되 보이는 아이는 웬 낯선 남자가 게임에 대해서 묻자 슬그머니 놀래면서 "네, 재미... 있어요"라며 약간 떨떠름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작은아버지 쯤 되보이는 아저씨가 다가가서 물으니 제녀석도 담배를 꼬나 물기에는 좀 미안했는지 그걸 슬그머니 의자 아래쪽으로 감추는 시늉을 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한가지를 발견했다.
아이들이 길거리든 PC방이든 혹은 으슥한 골목길에서든 함부로 담배 꼬나물고 있을때 어른이랍시고 다가가서 한마디 했다가는 자칫 봉변을 당하기 쉬워서 아예 피한다고들 한다. 실제로 그런 사례들은 주위에서 많이 들은 이야기다.

그런데 이때,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접근했고, 어떤 식으로 훈계를 했는지 한번 되돌아 보자.
느닷없이 아이들에게 다가가 "이 이노무 짜식들. 머리에 피도 안 마른것들이"라며 분기 탱천해서 고함부터 지르지는 않았는지. 혹은 "어이, 학생들. 너희들 여기서 담배 피우는거 너의 부모님도 아시냐?"면서 아이들을 자극하지는 않았는지.

물론 아이들이 백번 잘못한거 하느님도 알고 부처님도 다 알고 있다. 그러나 아직 철이 덜 든 아이들이다.
즉 우리 어른들이 어른 답게 다가가서 부드럽게 말하지 못한 실수도 한번 되짚어 보자는 것이다.
그날 나는 PC방에서 아이에게 우선 게임 재밌냐고 물으면서 담배 이야기는 꺼내지조차 않았다. 그 상태에서 아이에게 게임에 대해 이것저것 몇가지 물으며 시간이 흐르는 동안 결국 아이는 먼저 꼬랑지를 내리고 담배를 슬그머니 감추었다. 이를테면 우리 아이들에게도 양심과 도덕성이라는게 아직은 살아있다는 증거 아닌가.

"친구들이랑 같이 왔니? PC방에 자주 오나 보다."
"네, 가끔 와요"
"배고프면 아저씨가 빵 하나 사줄까?"
"아니 됐어요"

말이 길어지는 사이, 이 학생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결국 손을 내려 숨기고 있던 담배를 결국 이제는 땅바닥에 떨구어 꺼 버렸다. 더 이상 어른 앞에서 담배를 들고 있기에 미안했던 모양이다.
"얌마, 그 담배 몸에 무지하게 해로운거 너 잘 모르지?"
그제서야 나는 작은아버지뻘 되는 사람처럼 슬쩍 웃으면서 아이의 어깨를 툭 치며 장난처럼 화두를 던졌다. 아이는 금세 얼굴이 붉어졌다.

나는 담배가 몸에 얼마나 해로운지 설명하며, 가급적이면 피우지 않도록 하라는 당부를 했다. 그러자 그때까지 옆에서 게임에만 열중하던 중년의 아저씨는 자신이 부끄러운 듯 나를 쳐다보며 겸연쩍어 했다.
이게 우리 어른들의 현재 모습이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잘못을 하면 한번쯤 타이르고 바른길로 나아가도록 인도하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몫일텐데. 

인성 교육은 가정이나 학교교육에서 대부분 이루어지지만 사회도 크나큰 역할을 한다. 청소년들에게 '무작정 하지마라'보다는 어른이 모범을 보이고 왜 안되는지 일깨워 주어야 한다. 물론 가정이나 학교 못지 않게 사회시설도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자라도록 좋은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당연하다. 

요즘같이 오픈 돼 있는 사회일수록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이 술과 담배를 가까이 하는가 하면, 유해환경업소를 기웃거리거나 불건전한 유혹에 빠질 우려가 높다. 그래서 우리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술담배를 하거나 불건전한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솔선수범해서 타이르고 훈육해야 한다. 

우리 어른들은 모두 다 내 아들딸이라는 생각으로 잘못된 행동을 하는 길거리의 청소년들을 보는 즉시 선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