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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산에서 배운 또 하나의 교훈
2012-10-21 14:45:45최종 업데이트 : 2012-10-21 14:45:45 작성자 : 시민기자   최음천
어제는 온종일 날씨가 흐릿하고 우중충하더니 오늘 아침엔 나들이 하게에 너무나 좋은 날씨로 화창하게 개였다. 대부도 쪽에 사는 친척의 전화를 받아 보니 그곳에는 어젯밤에 비까지 뿌렸다고 한다. 
이렇게 맑고 좋은 일요일 낮, 그냥 집에 눌러 앉아 있는건 날씨를 모독(?)하는 일 아닌가 싶어 방에서 뒹굴 모드로 들어가려는 남편을 꼬드겼다. 나가서 점심때 보리밥이나 같이 먹고 들어오자고. 

지남철 같은 방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눌러 앉아있을것 같던 남편이 다행히 흔쾌히 동의해서 물과 간단한 과일을 챙겨 넣고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광교산이었다. 자주 다니면서 늘 느끼는 일이지만 항상 친구 같고, 어떤 때는 이웃 같고, 어떤 때는 신나는 놀이터 같고, 또 어떤 때는 부모님 품 같은 산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따라 참 많은 이미지와 각기 다른 느낌을 주는 산이다.

 
광교산에서 배운 또 하나의 교훈_1
광교산에서 배운 또 하나의 교훈_1

그리 높지 않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정도의 높이와 코스이고, 또한 너무 낮지 않아 등산의 기분도 느낄 수 있고, 너무 높지 않아 맘 편하게 올랐다가 내려올 수 있는 그런 산이다.
광교산을 처음 올랐던 몇 년전에는 지지대고개 쪽에서 출발해서 통신대-갈대밭-시루봉쪽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물론 등산 전문가가 아니니 주변에서 귀동냥을 한 뒤 다른 친구들을 따라 갔었다. 그때는 2시간이 약간 넘게 걸리는 코스였는데 등산 초보자이니 그 정도가 딱 좋을것 같았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지금은 익숙해져서 몇가지 코스를 골라가며 걷는다. 그중에서도 경기대에서 출발해 형제봉과 시루봉, 그리고 지지대 고개쪽으로 내려오는 코스는 4시간에서 4시간 30분 정도가 걸리는 가장 긴 코스다.
그런데 오늘은 문암골에서 출발해 백년약수터와 형제봉을 거쳐 시루봉으로 하산하는 2시간 짜리 코스를 택했다. 간단히 걷고 산과 나무도 보면서 지치지 않은 가운데 근처로 내려와 보리밥과 된장찌개를 먹는것까지 3시간~3시간30분 안팎이면 족하다.

마음 편히 걷고 나서 그렇게 웰빙으로 점심 식사를 하고 나면 세상에 부러울게 하나도 없기에 그 코스를 정한 것이다.
남편과 함께 문암골 초입에 들어서 약 30분 정도 걸었을까.
 저만치 40대의 한 중년 부부가 초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아들과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 등산로를 지나면서 아버지로 보이는 이 남자분은 담배를 피우다가 꽁초를 길 바닥에 버리고 발로 밟아 불을 끄는 것이었다. 

등산로에서 담배를 피우는것도 안되지만 꽁초를 버리는데다가, 곧이어 뒤따라 가던 그분의 아들이 쵸콜렛을 먹고 난 껍데기를 땅바닥에 버리고 그대로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그냥 지나치기에는 심하다 싶어 내가 담배꽁초와 쵸콜렛 껍데기를 주워들었는데 마침 뒤따라 오던 그 사람의 아내인듯한 아줌마가 무안해 하며 날더러 담배꽁초와 쵸콜렛 껍데기를 달라고 했다. 

그분은 내게서 그것들을 건네받아 휴지에 싸서 주머니에 넣었다.  그 표정이 무척 미안해 하는 것이었는데 나는 마음속으로 "그래도 저 집안은, 올바른 엄마가 있어서 다행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아이들은 어른들의 행동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한다. 기초질서 뿐만이 아니고 어른들의 말과 모든 행동은 언제나 어린 아이들의 본보기요 산 교육이다. 

결혼후 한때 시부모님과 같이 살았는데 시아버님이 젊은 나이부터 약주를 좋아하신 까닭에 자주 취하신 상태였고 시어머님은 홧병을 얻으셨다. 그래서 당신 두 분은 대화때마다 부정적이고 거친 어투를 사용하셨다. 그러다 보니 두분은 자식들에게 잉꼬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셨다. 
그래서일까. 아버님의 그런 성격을 닮았는지 남편이 아이들에게 항상 큰 소리로 이야기하고 화도 자주 냈다. 은근히 고집도 셌다.

안되겠다 싶어 남편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우리는 최소한 우리 아이들에게 아버지나 어머니처럼 다투며 거칠게 살면 안되지 않냐고. 다행히 남편이 금세 이해를 했고 아이들에게는 그런 모습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들의 거울이라고 한다.  이런 뜻을 되새겨 산에서 본 어느 아빠와 그 아빠를 닮아 가는 아들, 그라고 다행히 바른 마음가짐을 가진 그집 엄마를 떠올려 본다.

'신독'에 힘쓰라는 옛 성현의 말씀이 있다. 이 말을 독음과 뜻 그대로 풀어 쓰자면 '신독'은 한자로 愼獨이고 뜻으로는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와 이치에 어그러짐이 없도록 늘 정갈하고 세심하게 몸을 삼가하라'는 뜻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항상 바른 말, 곧은 행동과 솔선수범이 보다 더 좋은 산 교육이 될 것이다.  오늘도 광교산은 나에게 신독의 소중함을 가르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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