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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따는 날, 어머님의 마음
2012-10-21 20:45:37최종 업데이트 : 2012-10-21 20:45:37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미

감 따는 날, 어머님의 마음 _4
감 따는 날, 어머님의 마음 _4

2012년 10월 한가운데서 익어가는 가을.
발길이 머무는 곳마다 알록달록 다양하고 고운 색깔들로 뜨겁게 불을 지피고 있는 가을 한가운데 있다. 

벌초하는 모임에도 참석하지 못했고 추석에도 준비하는 과제로 참석하지 못하여 지난 주말에는 시간을 내서 홀로 계시는 시어머님을 뵈러 시골에 다녀왔다.
코발트색 청아한 하늘과 한적한 들길 드문드문 늘어선 코스모스가 즐겁게 춤을 추고 있었고 중간 중간 산지에서 바로 수확한 과일을 시판하는 모습과 과일 따기 체험실습장이 시선을 끌었다.

막내아들과 며느리를 반갑게 맞아주시지만 어머님께서 업고 다니시면서 손수 키웠던 손자가 많이 보고 싶어 하셨고 동행하지 못하여 안타까운 시간이었다.
2학기 중간고사기간이라 같이 오지 못했다고 말씀드리니 이해는 하시지만 섭섭해 하시면서 서랍에서 과자랑 사탕을 꺼내놓으시고 손수 만드신 곶감과 미숫가루 손자를 위해 준비해 두신 것을 주섬주섬 내놓으신다.
짙은 사랑!  막내 손자가 오면 주려고 하셨던 할머니의 깊은 사랑을 아들은 1/100 이나 이해할까?

지난 7월 이사하면서 인터넷 전화로 바뀐 뒤 말씀을 드리지 못하여 근무 중인 남편에게 핸드폰으로 몇 차례씩이나 감을 따야 한다며 걱정 하셨던 어머니 말씀대로 오늘은 감을 따려고 서둘러 내려왔다. 
마트나 시중에서 판매되는 큼직하니 먹음직스럽게 생긴 감이 아니라 조그마하고 씨가 많이 들어있는 못생긴 재래식 감이였다.

감 따는 날, 어머님의 마음 _2
감 따는 날, 어머님의 마음 _2

남편은 10대 소년으로 돌아가 뒷산의 감나무부터 올라가서 잠자리 채 같은 긴 막대기를 이용하여 부지런히 감을 따서 내려주면 밑에서 받아 담으면서 남편이랑 어린아이들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무 끝자락에 붙어있는 감은 마구 흔들어서 떨어지는 것은 바닥에서 깨지기도 하였지만 그럭저럭 한 자루 담아서 내려왔다.
앞뜰 고추밭 한가운데 버티고 있는 큰 감나무는 감이 굵어서 훨씬 수확이 쉬웠고 짧은 시간에 한 상자가 넘었다.

결혼 한지 25년이 되었으나 감 수확은 처음이고 앞뜰 고추밭에 나무가 감나무인줄도 오늘에서야 처음 알게 되었다. 그저 곶감을 만들어 주시면 가져다 먹기만 했었지 
시골 행은 늘 바쁘다는 핑계로 도착하면서 갈 채비를 했었고 서둘러 돌아오려고만 했었다.

자식으로서 연로하신 부모로부터 그저 받고만 있는 자신을 뒤돌아보게 되고 반성하게 되는 것도 불과 얼마 전부터였다. 
사실 재래 시장에서 구입하면 단돈 몇 푼 되지 않고 아이들은 감은 좋아하지 않고 어머님이 애지중지하시는 손자는 감은 먹지 않는데도 그렇게 애듯하게 주려고 하시는 어머님의 마음을 이제서야 아주 조금 이해가 되는데 어찌 대학생인 아들이 이해를 할 수 있을까?

어쩌다 할머니께 전화 드리는 것도 바쁘다면서 귀찮은 표정을 할 때면 꾸중을 하곤 했었지만 교육적인 차원이 아니라 시간이 되면 정기적으로 의무적으로 전화들 드리게 했었다.
그렇게라도 하여 며느리가 자식교육을 시키고 있구나 하고 인증 받고 싶었던 얕은 생각이 감 따는 오늘은 참 부끄럽게 반성해본다.

고들고들하게 말려진 곶감을 한 줄을 베란다에 늘어놓았다. 어머님의 정성으로 만들어진 곶감 한 개를 따서 입에 넣었더니 참 달다. 가을 햇살을 받으면서 곶감은 더 당도를 높여간다.

 
감 따는 날, 어머님의 마음 _1
감 따는 날, 어머님의 마음 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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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따는 날, 어머님의 마음 _2
감 따는 날, 어머님의 마음 _2

오후에 몇 차례 전화를 드렸는데 전화벨만 울리고 받지 않아서 걱정이 되었다. 그새 어디가 편찮으신가?, 무슨 일이 있는가? 두 시간 흐르고 저녁노을이 자취를 감춘 뒤 전화가 연결되었다.
잘 도착했고 가져온 애기 배추로 겉절이를 담았다며 자랑도 하고 어머님의 막내 손자가 곶감을 맛있게 먹었다고 거짓말도 하였다. 어머님은 흐뭇하게 좋아하셨다.

아들 며느리가 떠난 후 따놓고 온 감을 손질하시느라 지금까지 마당에 계셨었나보다. 금년 가을 감 따는 날 10월20일은 내 생일이기도하다.
시골에서 다녀오니 식탁위에 큰아이가 마련해둔 선물 기다리고 있었다. 

시험 준비하는 있는 아들은 학교 도서관에서 문자만 날렸다. '엄마 아들 힘들게 열공 중' 
엄마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아들, 지금 내 나이가 되어야 어른스러워질까? 그때까지 작고 못생긴 감이 달린 감나무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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