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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짱과 동안보다 내면의 진지함이 우선
2012-10-23 13:23:38최종 업데이트 : 2012-10-23 13:23:38 작성자 : 시민기자   유병화

누구나 아침 저녁으로 거울을 볼 것이다. 치아에 뭐가 끼이지나 않았을까, 머리카락이 잘못 헝클어져 있지나 않았을까, 얼굴에 뭔가 묻지나 않았을까 하고.
이렇게 매일 아침 저녁으로 거울을 보면서 얼굴에 자라는 수염을 깎고, 얼굴을 씻어서 로션을 바르고, 머리를 빗질한다. 옷을 입을 때도 거울 앞에서 와이셔츠는 구겨지지 않았는지, 넥타이는 바른지 살펴본다.

거울은 외형을 비쳐보는데는 없어서는 안될 일상생활의 반려자다. 만약 거울이 없다면 자신의 얼굴에 물감이 묻어 있어도 모를 것이다. 그런데 얼굴이 잘 생기고 몸짱이면서 동안이기까지 한 사람들은 자신의 외형을 비쳐보면서 자랑스럽겠지만 얼굴이 남보다 떨어지고 몸매도 잘 빠지지 못한 사람은 적잖은 속상함을 느끼기도 한다.

 

얼짱과 동안보다 내면의 진지함이 우선_1
얼짱과 동안보다 내면의 진지함이 우선_1

하지만 사람은 겉으로 보이는 육체만으로 돼 있는 존재가 아니다. 당당한 풍채로써 임꺽정을 연상하는 기골이 장대한 사람이라 하여도 그 사람이 나라를 구하는것은 아니다.
사람은 눈에 보이는 육체와 보이지 않는 마음으로 구성돼 있어, 마음은 보이지 아니하나 뜻을 세우고 사리판단의 기준을 정립하여 매사를 그 기준에 따라 판단하며 형체있는 육체를 마음대로 부리는 존재인 것이다.

결국 우리의 진정한 존재감은 거울을 통해서 보는 외모가 아니라 그 내면에서 풍겨져 나오는 깊은 인간적인 정과, 끊임없이 배우고 닦고 연마하는 데서 나오는 열정, 그리고 그런 과정들이 농축되어 얼굴에 새겨진 인간적 진지함이 진정한 외모 아닐까 생각한다.
거울을 통해서 보여지는 얼짱과 동안 피부의 조각같은 얼굴, 말끔하게 다려진 와이셔츠의 다림질 칼날과, 파리가 앉았다가 낙상할 정도의 광택이 번쩍이는 구두가 우리의 참 모습을 대변하는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몇 년전에 해외여행을 한번 한 경험이 있다. 물론 여행사를 통해서 패케지 여행을 간 것이기에 큰 불편함은 없었다. 여늬 여행과 마찬가지로 가이드가 알아서 다 해주는 그런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행 이튿날 되던때, 숙소에 들었는데 냉장고에 과일이 들어 있었길래 그걸 깎아 먹고자 호텔 프론트로 칼을 빌리러 갔었다.
그 시간에 가이드는 이미 숙소로 돌아가서 호텔 안에는 우리 가족만 있었기에 나는 짧은 영어실력만 믿고 칼을 빌리러 나간 것이다.

하지만 프론트에서는 콩글리쉬로 하는 내 영어를 알아듣기는 했는데 칼을 무조건 빌려줄수 없다는 투의 말과 제스처를 쓰면서 안된다고 했다. 한참을 씨름하다가 결국 칼을 빌리지 못해 그날 과일 깎아 먹는 일은 포기해야만 했다.
다음날, 가이드가 아침 일찍 우리를 데릴러 왔을때 사정 이야기를 하자 가이드는 그럴 리가 없다며 프론트로 가서 뭐라뭐라 상황 설명을 했다. 가이드는 큭큭 웃으며 돌아와 내게 설명했다.

호텔에서는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객실 손님에게 칼을 빌려줄수 없도록 규정돼 있고, 과일을 깎아먹고 싶을 경우 그 과일을 가져다 주면 직원들이 깎아서 넣어줄테니 날더러 과일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어가 짧은 나는 호텔 직원의 그 설명을 알아듣지 못한채 칼을 빌려달라고 똥고집만 피우다 만 것이다.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나서는 얼마나 얼굴이 후끈거리던지.

그렇게 여행에서 돌아와 한동안 그 창피함이 가시지 않았다. 중학교때부터 대학 4년까지 배운 영어가 왜 이모양인가 싶어서 결국 참다 못해 제대로 영어를 한 번 배워볼 생각으로 영어학원을 찾았다.
하지만 원장님 말씀이 어린 학생들 반에는 들어갈 수 없고, 어른들 셋만 모집하면 연락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돌아왔다. 

그 때가 여름이었는데 그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어서야 세명이 되었으니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고 달려가 보니 한사람은 직장의 부장님이었고 또 다른 사람은 30대 후반쯤 돼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는 고등학교밖에 안나왔는데 현재 직장에서 인정도 받고 있어서 방송대학을 다니면서 영어는 별도로 더 공부하고 싶어서 나왔다는 것이다.  
그의 아내는"노력하는 당신이 항상 사랑스러워. 훌륭함이란 높은 학력이 아니라 당신같이 노력하는 사람이다" 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아내도 참 멋쟁이라고 생각했다. 

옛 성현은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비쳐볼 수 있는 거울을 만드는데 많은 심혈을 기울였다. 미인을 선발하는데도 일정한 기준이 있는 것과 같이 마음을 평가하는 거울을 소개하면 첫째 남을 사랑하는가(仁), 둘째 의리를 중히 여기는가(義), 셋째 예절이 바르고 사양지심이 있는가(禮), 넷째 사리를 분별하여 옳은 것은 옳다, 그른것은 그르다 하는가(智), 다섯째 신의를 지키는가(信). 옛 성현은 이렇게 다섯개의 거울을 준비하였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유리거울만을 좋아하니 걱정이다. 얼굴을 성형하고 고급의상과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을 하며 외형을 꾸미는데 많은 정신적, 물질적 투자를 하면서도 마음은 헐렁하니 구겨지고 구멍이 나 있어도 무관심하다. 
사람이 사람답다는 것은 외형을 꾸미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과 내면과 마음을 깊이 있게 꾸미는 것이라는 점을 어른들 스스로 깨닫고 자녀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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