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인터넷 웹 검색을 하다가 만난 글 두 편
20년 전에 끄적였던 글을 만나다
2013-10-27 13:42:47최종 업데이트 : 2013-10-27 13:42:47 작성자 : 시민기자   하주성
인터넷 웹 검색을 하다가 만난 글 두 편_1
살풀이 춤. 2004년 박은하의 발표회 때 찍은 사진이다
 
벌써 20년 세월이 흘렀다. 이 글을 쓴 세월이. 그리고 오늘 20년 만에 우연히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는 글 두편을 찾았다.

살풀이

덩실덩실 풀어간다
이승에서 맺힌 고를
한 겹 한 겹 풀어간다

누구라 맺힌 마음
저리도 슬피 울어
찢어진 가슴 한 귀퉁이
바람에 휘날릴까

그저
목 놓아 울어본들
가시는 길이 북망이고
잠든 곳이 산천이라

풀어헤친 봉두난발
다소곳 갈기 모아
흰 천 손에 들고
플어내니 겁살(劫煞)이라

인터넷 웹 검색을 하다가 만난 글 두 편_2
살풀이를 추는 춤꾼 박은하씨
 
시(詩)랄 것도 없다. 그저 생각나는 대로 끄적였을 뿐이다. 내가 시인도 아닌데 무슨 시를 쓸 것인가? 우리 춤인 살풀이 사진을 찍어대다가, 옆에 놓인 종이에 적은 글이다. 그리고 당시 플래닛이라는 나만의 공간을 올려놓았었다. 
아침에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살풀이라는 글을 찾았다. 1994년인가 적은 글이니 꼭 20년 세월이 지났다. 그런데도 인터넷에 이 글이 남아있다.

물론 내 블로그는 아니다. 아마도 누군가 이글을 퍼다 자신의 블로그에 남겨 두었는데, 그 글이 내 눈에 띄었을 뿐이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참으로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내친 김에 또 무엇이 있을까 하여 찾아보았다. 또 하나의 살풀이라는 제목으로 쓴 글이 보인다. 참 글 같지도 않은 글을 만났으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인터넷 웹 검색을 하다가 만난 글 두 편_3
2007년 10월 14일 건봉사 경내에서 살풀이춤을 추고 있다
 

살풀이 2

먼 산 한번 쳐다보고
물동이에 올랐다.
무거운 다리는 천근이고
하늘은 그다지도 높았는지
아무리 올려다보아도
그 끝이 없다.
천겁 세월 찌들어 온 인생
그 안에 먼 살(煞)이 그리도 많았는지
날마다 살을 풀어낸다 야단이다.
어미 아비 세상을 뜨던 날
살 풀어 저승원문 편히 가라고
그렇게 물동이 타고 훨훨 날았다.

26일 지동 '시인의 벽'을 취재하고 난 후, 기사를 쓰기 위해 검색을 하다가 발견을 한 두 편의 글. 참 글 같지도 않은 글을 찾아놓고 괜히 부끄러워진다. 왜? 이런 글을 적었을까? 살풀이는 우리 춤 살풀이를 보고 썼고, 살풀이2는 굿판에서 무당이 물동이에 올라 엉엉 우는 모습을 보고 적었던 기억이 난다.

인터넷 웹 검색을 하다가 만난 글 두 편_4
무당들은 용사슬을 세운다고 하여 물동이를 탄다
 
생전 시라는 것은 써보지도 않았고, 시를 쓰는 법을 배운 적도 없다. 그저 생각나는 대로 적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 두 편의 글이 아직도 인터넷에서 검색되고 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참 아무 것도 모르는 인사가 끄적인 글도, 글이라고 나돌고 있으니 말이다.

살풀이, 20년 전, 우리 춤, 물동이, 용사슬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