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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마을 벽화보셨나요?
지동답사 중에 만난 사람들로 행복에 빠졌다
2013-10-28 08:46:26최종 업데이트 : 2013-10-28 08:46:26 작성자 : 시민기자   이경
길위의 학교 지동답사가 있는 날 아침은 어느때보다 분주했다. 밀린 빨래를 세탁기로 두 번씩 돌리고,마당에 널고, 뒷정리하며 정신없는 와중에 시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시고 15분만에 집에 당도하셨다. 가까이 살면서 일주일내내 뭐가 바쁜지 하루쯤 짬도못내는 며느리를 보러직접 오셨다. 차한잔 대접못하고 허겁지겁 집을 나오면서 마음이 편치않았다.

창룡문주차장까지 택시로 15분정도. 연무대쪽인지 국도쪽인지 헷갈린 상태로 도착한다.
늦지않게 도착했지만 집결지까지 정신없는 발걸음이 계속됐다. 

지동마을 벽화보셨나요?_1
길위의 학교 창룡문에서 시작하다
창룡문이 바라보이는 주차장에서 화성성곽을 자세히 봤다. 자주 와본 곳이아니라 낯설기만하다. 참석자들을 기다리는동안 키큰 소나무를 카메라에 담아본다. 돗자리펴고 하루종일 누워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들었다.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멋진 자태를 뽐내는 소나무를 잠깐 스치듯 지나치기엔 너무 아까웠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음악도 듣고,이야기도하고,도시락도 먹고 하루쯤은 그래도 되지않나...
  
일정을 담당한 기노헌 총괄팀장님이 30분정도 늦게 도착한다는 안내에 살짝 짜증이 났다. 사연이 어떻든 약속시간을 지키지않는건 참아내기 힘들다. 표정 관리중에 작고 마른분이 허겁지겁 도착하시고 책자 2권을 나눠주시며 연신 죄송합니다로 허리굽혀 인사하신다. 숨돌릴틈도 없이 지동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신다. 

수원에 살면서 단 한번도 와보지않았고 누구에게 소개받은적도 없는 낯선 동네, 지동에 관한 여러 가지 사연들이 쏟아지면서 좀 늦었다고 삐져있던 마음이 술술 풀리더니 곧 팀장이 새롭게 보인다. 아니 이런 공무원이 있을수있나? 의구심이 들정도로 빠져들기 시작한다. 과정이 끝날때까지 곁에 바짝붙어 설명마다 추임새로 답한다. (골목마다 색다른 벽화는 직접 보고 느껴봐야 할 것같아 설명은 자제하기로한다.)

팀장은 마을토박이처럼 골목골목 설명해주고 만나는 어른들에겐 안부인사가 자연스럽다.
"건강은 어떠세요? 어디 아픈곳은 없구요??"
"오래사셔야죠"
"딴데로 갔다며 왜그랬나? 얼른 다시와~~"
주고받는 인사만 들어도 짐작이간다.  그간 지동마을 만들기에 얼마나 노고가 많았는지.

웃을 수 있는 사연도 있고 웃을수 없는 사연도 있다. 사람사는게 다 거기서거긴가보다.
자원봉사자들이 주말마다 찾아와 벽화를 그린다는 설명을 들었는데 과연 현장에 도착해보니 그림을 그리는중이다. 어린아이도 눈에 띈다.
화가가 그린것도 좋고, 자원봉사자가 그린것도 좋고, 마을주민들이 그린것도 마음에든다.
내가 살고있는 화서동주택가는 어찌 안될까 부럽기만하다. 우리집 나무대문과 담벼락이 자꾸 생각난다. 자비를 들여서라도 해보고싶은 욕심이 들었다.

지동마을 벽화보셨나요?_2
지동마을 벽화를 보다
두시간쯤 동네를 구경하고 마지막에 수원제일교회에 도착했다.
화성을 한바퀴 걸을때면 눈에 띈 건물, 저건 뭐지? 생뚱맞아보이고 주변환경과 걸맞지않는 건축양식인데 성당인가했다. 처음와본 교회는 예전 아이들이 죽어서 묻히는 묘지터에 지어진 것이라한다. 주차장부터 경사진 언덕에 웅장하게 서있다. 본당건물은 올려다보기 힘들정도로 높다. 

2시부터 종탑에 오를수있는데 길위의 학교 참석자들에게만 특별히 허락해주신다. 7층 갤러리에 전시된 그림도 감동적이고 종탑에서 바라본 화성과 수원시의 모습은 감탄이었다.

팔달산에 올라 화성을 내려다본 느낌은 아기자기함이고 종탑에서 바라본 화성은 원래모습 그대로 웅장함이다. 높은곳에 올라 멀리바라보는 느낌은 색다르다.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면서 모든게 다 하나로 보이고 만다. 물아일체(物我一體) 경지에 다다르자 더 이상 바랄게 없는 기분이 감돈다. 
(너무 높은곳인가보다 어지럽고 울렁거린다.)
프로포즈 할 사람은 여기를 권한다. 아마도 젊은 연인들의 명소가 될것같다.
화해할 일이 있으면 와야겠다. 다 용서해주고 다시 시작해도 될것같다.
한겨울 눈이 펑펑내리면 다시 찾아와서 온세상이 하얀 도화지로 바뀌는걸 봐야겠다.

지동마을 벽화보셨나요?_3
지동마을 사람들을 만나다.
1시정도되자 지동시장의 순대국이 간절하다. 팀장은 2시에 있을 행사를 귀뜸한다. 고은시인이 참석하는 행사로 직접 골목벽에 시를 쓰신다는거다.
배는 고픈데 시인을 만날 생각에 피곤함은 사라지고 마음이 다시 들뜨기시작했다. 순대국에 소금간을 했는지 새우젓을 넣었는지 상관없이 맛있게 먹고 서둘러 일어선다.

올핸 행운이 연달아 나에게온다.
그간 만나고싶었던 분들도 만나고, 하고싶은 일도 다 해보고, 이보다 더 좋은날은 없을것같은 행복한 날들의 연속이다.

행사장소는 마을어귀의 공터였다. 고은시인은 주민들이 마련한 막걸리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계셨다.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몇 년째 거론되는 분을 직접 만나뵙다니 영광이다. 그런데 곁에 서계신 분들도 어려운지 선뜻 가까이 가지 않는 분위기다. 말씀도 적고 몸이 불편하신지 동작도 크지않다.

다시오지않을 기회인데 그냥 있을수는없다.
"선생님~ 사진찍고 싶어요~~"
감히 엄두도 못내고 있는 사람들틈에서 젤 먼저 용기를 냈다. 많이 마르셨고 감싸쥔 손안엔 옷감의 여운만 느껴졌다. ' 건강하세요. 오래오래 우리곁에 남아주세요' 마음속으로 기도하며 사진을 찍었다. 어려워하는 내모습이 눈에띄었나보다. 환하게 웃어주셨다.

지동마을 만들기 벽화담당하는 유순혜화가도 만났다. 그림과 화가의 교집합을 찾기힘들었다. 아기자기한 그림과 달리 화가는 힘있는 여장부였다. 사진찍고 멋쩍게 인사하자  "영광입니다." 먼저 인사해주신다. 그림도 화가도 매력있다.

지동마을 벽화보셨나요?_4
행복을 전해준 사람들
고은시인의 자필 서화를 사진에 담는 중에 또한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체육관에서 가끔 뒷모습만 보던 아저씨다. 허리가까이 내려오는 머리카락을 질끈묶고 배드민턴을 치던 선뜻 가까이 다가설 수 없는 외모를 소유한 분이다. 반가움에 먼저 인사를 했다.
"아저씨~체육관에서 뵀어요. 사진찍는분이세요?"
사진도 찍고 시도 쓴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갑자기 사라지더니 시집한권을 들고오셔서 싸인을 해주신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는데 건네받은 시집제목에 또 놀란다. 사랑짓다.(愛作) 감성시집이다. 전영구시인!
오늘 너무 많이 놀란다.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하루를 시간별로 정리해본다. 만난 사람들을 순서대로 떠올려본다. 
내가 갔던 장소와 그림들을 기억해본다.
밀려오던 벅찬감정과 잔잔하게 다가온 따스함. 
사람냄새.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
오늘 길위의 학교는 나에게 행복을 선물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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