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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신혼부부들께
결혼 시즌, 이 가을에 드리는 당부의 글
2012-10-19 12:49:11최종 업데이트 : 2012-10-19 12:49:11 작성자 : 시민기자   홍명호

엊그제 퇴근길이었다. 배도 고프고 피곤하기도 하여 서둘러 발길을 재촉하면서 무심코 걷는데 발 밑에서 '바스락'소리가 났다.
처음에는 그저 "아, 낙엽이 밟히는구나. 이젠 때가 되었지" 생각하며 그냥 걸었는데, 계속 발걸음을 옮길때마다 '바스락, 바스락'하는 소리에 발걸음을 멈춰 섰다.

'이건, 그냥 지나가지 말고 바스락 소리를 들으며 마음이라도 좀 한번쯤 쉬어 주라는 자연의 선물인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자 그저 배고프고 빨리 가서 쉬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서둘러서 가는게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퍼뜩 스쳤다.
발걸음을 멈추고 발 밑을 쳐다 보았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은 아직 푸른 색깔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지만, 도심의 가로수는 공해 탓인지 하여튼 많이들 단풍이 지고 낙엽이 떨어져 있다. 

내가 정신없이 사는 동안 자연은 변하고 있었다. 가을이라는 계절은 내게 순간적으로 휴식을 주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딩동, 문자 왔습니다'
 낙엽을 보며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문자 배달 알림이 떴다. '누굴까' 하는 궁금증에 휴대폰을 열어 보니 집안 친지의 결혼식을 알리는 문자였다. 

'아, 결혼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이구나' 하며 되돌아 생각해 보니 최근에 한달 사이에 벌써 두곳의 결혼식장에 다녀왔다. 앞으로도 11월말까지는 누구의 결혼식에 얼마나 더 가야할지 모르지만, 가을 낙엽을 밟으며 누군가의 행복한 새출발을 접하게 되니 기분이 묘했다. 새출발 하는 신혼부부들이 더없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마음이 녹아 들었다. 

모든 신혼부부들께_1
모든 신혼부부들께_1

청첩장을 받거나 누군가의 결혼식 소식을 들을 때마다 늘 만만찮은 축의금에 대한 궁상스런 상념에 젖어도 보지만 그래도 인륜지 대사인 결혼식만큼은 진정 축복의 날이기에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는게 우리의 도리였고 미풍양속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내 결혼하는 사람들의 사랑과 새 가정을 꾸리는 축하의 마음으로 이어 진다.

이 가을, 길거리에 뒹구는 낙엽을 보면서 계절의 오묘함을 체감하듯, 새로운 사랑을 갓 시작하는 그 많은 신혼들을 보면서 문득 그 옛날에 들었던 수많은 '주례사'를 또 떠올리게 된다. 
수천군데 결혼식장에서 수천명의 주례분들이 쏟아내는 수만가지의 축복과 당부와 부부사랑에 대한 가르침의 말씀들을 다 모아 책으로 엮는다면 아마 그보다 더 주옥같은 명저는 없을것 같다.

또한 하나 버릴것 없는 그 많은 좋은 말씀들을 반쯤은 정신이 나갈 정도로 떨고 서있는 상태에서 온전히 기억하고 마음에 새길 수 있는 심장 강한 부부는 또 몇이나 될 것인가도 궁금하다. 
부부가 살면서 주례사를 다 지키고 주례사대로 살아온 부부는 몇이나 될까도 생각해 본다. 이렇게 해마다 두 번씩 만나는 봄 가을의 결혼 시즌때마다 남의 결혼식장에 갔다가 주례사를 건성 듣고 오는날 문득 자신의 결혼식때 주례님 말씀을 떠올려 보게 된다. 그러나 그때 무슨 말을 들었는지 바로 생각나는 부부는 아마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주례사가 두고두고 외우고 새길만한 말씀이 아니어서 그렇거나 신세대 수준으로는 유치하고 뻔한 잔소리여서는 아닐 것이다. 가장 가깝고 가장 경건한 자리에서 좋은 말과 의미 있는 삶의 체험만 고르고 골라 진중하게 준비해 오신 최고의 말씀이었을테니까. 

그런데도 우리는 살아갈수록 결혼식장에서 분명히 들었을 주례사를 잊고 살게 된다. 말씀대로는 커녕 가르치고 타일러 주신 말씀과는 오히려 정반대되는 부부생활을 할때도 있다.
천재시인 애드가 앨런 포우처럼 죽은 아내의 무덤옆에 오두막을 지어 놓고 낮에는 아내가 좋아했던 꽃을 심고 아내를 그리는 시를 지으며 밤에는 외로움과 그리움을 못이겨 술에 취한채 길거리 뒷골목을 헤매다 끝내 죽어간 그런 순애보는 바라지도 않지만...

성공한 결혼은 훌륭한 짝을 찾는게 아니라 훌륭한 짝이 되는 거라고 하신 언젠가의 주례사가 기억난다.
그런데도 우리는 내게 편하게 맞는 내짝을 찾기만 했지 상대에게 훌륭한 짝이 되어 주려는  양보와 희생을 꺼려 왔지는 않았는지. 
"너의 어머니와는 바닷가 까지만 가고 너의 남편과는 바다를 넘어서 가라"는 속담을 주례사로 들어 놓고도 고생스러우면 남편을 절반도 안따라가고 돌아서고 멈춰버린 이기적 사랑도 없었는지. 

결혼 시즌 이 가을.
"네가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주어라. 그대가 바라지 않고 싫어 하는 것은 남에게 행하지 말라.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라는 말을 모든 신혼부부들께 전해주고 싶다. 축복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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