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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 한..숟갈 머..먹어
장애인 시설 봉사, 진정성은 있었는지?
2012-10-20 12:38:02최종 업데이트 : 2012-10-20 12:38:02 작성자 : 시민기자   이선화

죽 한..숟갈 머..먹어_1
죽 한..숟갈 머..먹어_1

지난주에 볼일이 있어서 지방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갔었다. 친구는 중증 장애인들을 보호하는 시설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내가 내려가던 토요일날 마침 친구가 당직근무여서 그곳으로 직접 찾아갔다.
사무실에서 밀린 이야기를 하던중 시설을 둘러 보고, 마침 내려간 김에 직접 팔을 걷고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다.

시설을 돌아 보니 몸을 가눌수조차 없는 노인분들은 침대에서 추락하는걸 막기 위해 온몸을 침대에 묶고 생활하시고 있었다. 이분들은 식사때는 그 상태로 침대를 기역자로 꺾어 올려 앉은 자세로 해드린 다음 봉사자들이 죽을 끓여 한숟갈씩 먹여드려야 했다.

이분들은 몸을 가누기 어려우니 운동도 못하고, 운동을 못하시니 소화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죽을 드시고 계셨고, 죽에는 적당량의 소화제도 함께 넣어 드렸다.
어떤 할아버지는 죽을 더 달라고 하셨지만 봉사자들은 그렇게 할수 없어서 안타까워 했다. 마음이야 더 드리고 싶지만 만약 그상태에서 체할 경우 며칠동안 고생을 하셔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죽은 펄펄 끓여 낸 음식이라 그냥은 드릴수가 없었다. 뜨겁기 때문이었다. 죽을 퍼낸 다음 이걸 그릇마다 적당량씩 담아 선풍기 바람을 돌려 식히는 작업이 따로 있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봉사자 한명이 어르신 한분씩 담당자가 되어 떠 먹여 드렸다.

나도 선풍기로 식혀 낸 죽을 들고 할아버지께 떠 드렸는데 몇숟갈 드시던 할아버지가 날더러 "한...숟갈 머...먹어"라며 내게 당신의 음식을 권하시는게 아닌가. 
나는 아무 거리낌 없이 "제가 할아버지 점심 진지 뺏어 먹어도 괜찮아요?"라며 다른 숟갈로 덥석 퍼 먹었다.
그러자 순간 그곳 관리인 한분이 그 광경을 보고는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나를 한동안 바라보셨다.

할아버지께 죽을 다 떠 드린 다음 운동삼아 하는 산책 코스가 있었다. 휠체어를 태워 밀어 드리는 일이었다. 그게 약 30분 정도 소요되는 일이었는데 산책을 다녀 온 뒤 그곳 관리자 한분이 내게 다가와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우리 시설에 와서 이 죽을 먹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라고...
죽을 얻어 드시는 할아버지들은 자식 같은 사람들이 정성껏 떠 먹여 드리는게 고마워서 인사로라도 "같이 먹자"고 하시는데 그때마다 봉사자들은 대부분 배불러요, 점심 먹고 왔어요, 괜찮어요 하며 사양한다는 것이다. 

관리자의 그 말의 속뜻을 이해하고는 한동안 미안하고 죄송했다. 자원봉사를평소에 많이 한것도 아니고, 우연히 그렇게 한건데 이분은 그런 내게 감동을 느끼셨던 모양이었다.
봉사 한다며 속으로는 "이런 곳의 음식을 먹기에는 약간 께름칙해"라는 식의 약간의 가식이 있다는 말뜻에 혹시 나도 그동안 살아 오면서, 자원봉사 조금 다니면서 그런적은 없었는지 되돌아 보게 되었다. 

우리들 입에서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시도 때도 없이 쏟아져 나오고 신문 방송 등 대중매체에서도 사랑과 봉사라는 말이 일상화가 된지 오래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우리들 가슴을 요동치게 하고 삶에 생명을 불어 넣는 희망의 단어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사랑은 평생 그 사람을 등에 업고 가는 것이라고도 한다.  등이 아파오고 허리가 끓어질 듯해도 그 사람을 내려놓지 않는 것이다. 

우리들은 자원봉사를 위해 영아원, 고아원, 양노원, 장애인 복지시설 그리고 영세민,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세대 등 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며 사랑을 나눠 갖는다. 모두들 아름다운 심성을 가지신 분들이며 존경의 대상이다. 우리 이웃을 위해 이런 베풂을 실천하는 분들은 정말 신이 내린 천사 아닐까.
그런데, 봉사활동을 다니며 선한 행동을 하는 중에 심금을 울리는 사랑의 묘약이 얼마나 담겨 있는지 우리 스스로에게 반문해 보는건 어떨런지...  

봉사의 형식과 보이는 모습도 중요한 일이겠지만 그 보다는 그 속에 숨어 있는 진실된 마음의 사랑이 담긴 봉사였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 본다.
그게 바로 이웃에게 삶의 희망과 꿈을 살려주고 행복을 전해주는 자원봉사일걸로 본다.

장애인 시설, 혹은 영아원이며 양로원에서 그 분들과 함께하고 대화하며 놀아주고 했던 그동안의 나의 행동에 상대를 감싸주는 진정성이 과연 얼마나 있었는지를, 그리고 그들을 회피하지는 않았는지, 거꾸로 그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모든분들의 이웃사랑 실천에 가식이 없는 진정한 사랑이 가득차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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