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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기 관리자의 고충
각박한 사회풍조로 인해 생긴 의심의 마음
2013-10-30 07:49:30최종 업데이트 : 2013-10-30 07:49:30 작성자 : 시민기자   이수진

집에 정수기를 설치한 사람들은 알 것이다. 정기적으로 정수기 필터를 교체해주고 청소를 해 주러 와주시는 관리자들이 계시다는 것을 말이다. 우연치 않게 처음으로 정수기 관리자를 내가 맞이 해야 하는 날이었다. 어머니 핸드폰으로 며칠 전에 문자가 오는데 '몇 월 며칠 몇 시 쯤에 방문하겠습니다.' 라는 문자가 오기 때문에 정확한 날짜와 시간은 미리 알 수 있다.

그래서 방문 하러 오시는 날짜에 정수기 주변에 널부러진 도구들을 싹 치우고, 대충 청소를 했다. 그런데 문득 남자인지 여자인지가 급히 궁금했다. 큰 덩치와 맞지 않게 유난히 겁이 많은 나는 이왕이면 여자가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 여자 혼자 사는 집이나, 여자가 혼자 있을 경우에는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안심이 되는 이유였다. 요즘에 방문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보다는 여자가 많다고 한다. 

성별이 남자 보다는 여자일 경우 문을 쉽게 열어 주고, 원활한 방문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가스 검침원이나, 인구 주택 조사 그 외 정수기 필터 교체를 하시는 분들 중에 남자는 여지껏 본 적이 없긴 하다. 그렇게 해서 여자임을 확인하고 약간의 안도(?) 아닌 안도를 한 뒤에야 마음 편히 정수기 관리자를 맞이 할 수 있었다. 정수기 교체를 하는 시간동안 어색함이 흘렀지만, 그래도 정기적으로 우리 집으로 오시는 분이시니 앞으로도 자주 마주칠 것을 생각 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깔끔하게 정수기 관리자 옷을 차려 입으신 단정한 모습의 관리자께 음료수 하나를 대접했다. 대뜸 하시는 말씀이 그래도 우리 집은 항상 약속한 날짜와 시간에 항상 집에 누군가가 있어 주셔서 쉽게 방문을 하고 일 처리를 할 수 있다는 말을 하셨다. 고객들에게 방문일시를 통보하고, 방문 함에도 불구하고 집에 사람이 없는 부재중인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하셨다. 

그러면 다시 돌아가서 추후에 연락을 하고 다시 방문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기게 된다고 하는데, 누구에게나 시간은 금인 것을 이런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용자들의 태도는 좋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경우는 택배와 관련해서 많이 나타나기도 한다. 집에 사람이 없음을 반드시 알리고 택배의 수령지를 정확히 택배기사님께 알려드려야 하는 기본적인 매너 조차 없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하다.

자기 시간만 중요하고 남의 시간은 우습게 여기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보게 된다. 또는 집에 사람이 있으면서도 문을 잘 안열어 주려는 고객들도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범죄가 만연해진 사회가 만든 하나의 풍조가 아닐까 생각 된다. 특히나 여자 혼자 사는 집에서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람이 초인종을 누를 때 순간 드는 긴장감이라는 것이 있는데 방문자가 특히 남자일 때 더 긴장을 하기 마련이다. 

내가 혼자 살아 봐서 아주 잘 안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서는 정수기와 같은 업체에서 정기적인 방문을 하기 전에, 방문하는 사람의 성별에 대한 정보를 미리 제시하는 것도 나쁠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을 해 보면서, 점점 더 삭막해지고 경계를 더욱 더 해야만 하는 사회가 오는 것 같아서 씁쓸한 기분이 든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의심의 마음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경계태세의 습관은 요즘에 꼭 있어야 할 습관이기도 하다. 
미래에는 정수기 관리자든 가스계량기 검침원이든 간에, 집 안에 낯선 사람이 들어오는 것은 되도록 막고, 집 밖에서 모든 관리가 이루어지는 시스템이 형성 되는 날이 올 것 같다. 

집 안에 들이는 낯선 사람을 들이는 자체가 무서워지는 사회가 점점 다가오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아무튼 우리 가족들의 건강을 책임져 주는 정수기의 청소를 매번 방문하여 깨끗이 해주시는 정수기관리자 아주머니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면서 다음에 방문하게 되시면 더 살갑게 대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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