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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날이 지금 나를 살게 하는 역량이다
기도하게 되는 가을날의 그리움
2013-10-31 00:26:17최종 업데이트 : 2013-10-31 00:26:17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온도가 내려간다. 세상은 사람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 여름, 가을, 겨울은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러나 겨울 초입으로 가는 길목에 가을은 추위를 생각하며 화려한 낙엽을 꽃처럼 활짝 빛나게 한다
그래서일까? 자신의 자리를 돌아보며 고독을 사색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늘은 30살을 넘긴 한국 사람들이 대부분 마음 한 구석에서 추억을 만들어보자 하는 10월의 마지막 날, 10월의 마지막 밤을 맞을 것이다

온도가 낮아지며 우리는 기도하게 된다. 자신의 고독을 달래며 주변의 사람들을 바라본다. 을씨년스런 날씨에 소외된 이웃을 위한 노래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불려지는 계절이 오고 있다

시민기자는 40대 후반으로 백영규의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한경애의 "마른나무가지에서 떨어지는 작은 잎 새 하나~"로 가을바람을 달래는 시기다. 그리고 그런 노래 속에서 가을의 낭만에 푹 빠져들곤 했다. 우리 또래들은 아직도 그런 노래들을 기억하며 그리움에 젖는다.

지나온 날이 지금 나를 살게 하는 역량이다_1
폴란드의 겨울, 눈이 세상을 덮었다. 낯선 이국의 풍경이 시간이 지나 그리움을 남긴다.

지나온 날이 지금 나를 살게 하는 역량이다_2
10월 30일 밤 아파트 옥상에서 스산한 불빛을 본다. 차가운 불빛들을 감싸주고 싶어진다.

이맘때가 되면 이웃을 살펴보는 일은 습관과도 같았다. 물론 대단한 활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살아온 과거에는 그런 일상이 있었다. 온도가 내려간다는 것은 날씨가 추워진다는 것이다. 시민기자는 30대 때까지는 가을노래에 추억에 젖어 보내기가 일쑤였다

그러나 이후 더 나이가 들면서 가을이 저물 때면 지나온 날에 대해 더욱 간절한 그리움을 느낀다. 일 년 전, 이년 전, 삼년 전부터는 가까운 기억에서부터 오래된 기억까지를 더듬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살다보면 매우 즐겁고 안타까운 사연으로 서로 위하며 살던 사람과 어쩌다보니 소식이 끊기는 경우가 많다. 대단한 우여곡절이 있거나 특별한 인연이 아니었어도 세월이 흐르고 흐르다보면 한없이 그리워지는 사람들이 있다

날씨가 추워지며 아랫목에서 몸을 부비며 놀았던 어린 날 동무들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그리움 같다. 그리고 한결 같이 그 그리움을 몰고 내 곁을 찾는 추위 속에서 그 그리움의 대상들에 대해 손 모으게 된다. 안녕을 빌고 빌며 언젠가 어디선가 우연히라도 만나게 되기를 기도하게 된다

지나온 날이 지금 나를 살게 하는 역량이다_3
루마니아 수체아바의 역사 유적지에서 만난 종과 풍경들, 종소리를 울려 그리움을 불러오고 싶다.

지나온 날이 지금 나를 살게 하는 역량이다_4
폴란드 남동부의 한 대학의 한국어과 학생들을 길에서 만났다. 그들은 지금 무슨 꿈을 꿀까? 모두가 평화를 향해 가기를 기도해본다.

현재의 나를 구성하는 수많은 파편들이 어쩌면 그 그리움 속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한없이 그리운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드는 밤이다. 몇 해 전 폴란드의 한 대학을 찾아 한국어과 학생들을 만나 동양의 철학에 대해서 가르친 적이 있다. 물론 철학자도 아닌 내가 그들에게 가르친다는 것은 동양인의 문화적 특성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전하는 부드러운 강의였다. 그들도 그립고 거리에서 만난 해당 대학 학생들은 지금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낯선 대학에 지인을 찾아가는 길에서 만나 한국어 인사를 전하는 그들을 만난 기분은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었다. 루마니아의 수체아바라는 도시의 거리에서 길을 걷다가 만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역사유적을 찾았을 때 내가 본 종도 금방 커다란 울림을 품고 다가올 것만 같다. 기도의 순간 우리는 종을 울린다. 은은한 풍경소리처럼 기도가 울려 퍼질 날도 있지만, 종을 울려 소리쳐 부르고 싶은 그리움들도 있다.

10월이 저편으로 건너간다. 이 순간에 우리 모두 함께 지나간 날의 자신을 보며 그리움을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천천히 사는 행복한 꿈 하나를 배울 수 있으리라 믿는다
시민기자는 오늘 아내에게 10월의 마지막 밤을 서장대에 올라 이야기해볼 생각이다. 10월의 아쉬움을 달래실 분들 서장대에서 수원을 바라보며 노래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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