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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 둘째 아들의 황당한 저축 일기
2012-11-02 09:01:09최종 업데이트 : 2012-11-02 09:01:09 작성자 : 시민기자   오수금

3일전이었던 10월 30일은 저축의 날이었다. 어렵고 가난하던 시절, 부존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그나마 우리가 잘 살수 있는 길은 물건을 만들어 수출하는 것이었고, 물건을 수출하려면 공장이 돌아가야 하는데 공장을 돌리려면 돈이 필요했다.

이 공장에 돈을 빌려주려면 은행에 돈이 있어야 했는데, 그 돈은 어디서 나올까. 바로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은행에 저축을 하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기에 우리가 어릴때부터 가장 많이 들어온 경제 교육은 바로 저축이 아니었던가 싶다.

우리 같은 나이 든 세대의 추억이라면 어릴적 학창시절에 한달에 1000원씩 학교에 들고가서 학교에서 만든 통장에 입금을 하고, 졸업할 때 찾아가는 식의 저축이 있었다. 아마도 그런 저축은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때까지 계속했던 듯 싶다.
저축의 습관은 그렇게 길이 들여져 우리는 IMF때 나라를 구하기 위해 온 국민이 장롱속에 들어있는 금가락지까지 꺼내다 파는 저력을 발휘할 정도였으니 우리 국민들도 찬 대단한 민족이라는 생각을 스스로 해본다.

그리고아이들에게도 항상 돼지저금통을 만들어 주어 그곳에 짤랑거리는 동전을 꼬박꼬박 넣어 저축을 하라고 일러가면서 키웠다. 그때 아이가 돼지저금통에 써 놓았던 한마디의 문구는 지금도 웃음이 나와서 잊혀지지 않는다.
"동전이 생기면 돼지에게 주면 돼지"
참 아이다운 발상인데, 지금은 다 자란 우리 셋째 아이가 돼지저금통을 키우던 때에 잊지 못할 이야기가 하나 있다.

 

'FM' 둘째 아들의 황당한 저축 일기_1
'FM' 둘째 아들의 황당한 저축 일기_1

군대 갔다 온 남편한테서 배운 말 'FM'.  이를테면 융통성이 좀 부족하지만, 시키는대로 확실하게 하되 바르지 못한 길은 가지 않는, 그래도 삐뚤어진 경우보다 나은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고 들었다.  군대에서는 자기가 FM이었대나?
당시에 7살이었던 우리집 셋째 아들. 요놈이 자라면서 FM스러워졌다. 말과 행동이 어찌나 야문지.... 어른들이 보기에 때론 너무 어른스럽고 노련해서 오히려 아이 답지 못한게 염려스러울 정도였다.  그래서 우리집 셋째 아들 별명은 대내외적으로 FM이었다. 

아직 어린 셋째 FM에게는 용돈 기입장 대신 꼬박꼬박 돼지저금통에 넣도록 하는 습관을 들여줬다.  요놈이 FM이어서 100원 한푼도 함부로 쓰지 않고 반드시 돼지에게 밥을 주었다. 심지어는 제 돈은 전부 돼지 밥을 준 후 누나더러 과자를 사달라고 조를 정도로 '잔머리'도 늘었다. FM의 부작용(?) 이라고나 할까? 

언젠가 친정 부모님이 왔다 가시면서 아이들에게 돈을 2만원씩 쥐어주셨다. 친정으로 돌아가시는 두분을 터미널에 모셔다 드린후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우리를 맞는 큰딸이 호들갑을 떨며 흥분해서 외쳤다.
"엄마! 얘가(셋째) 일 저질렀어요"
"일? 왜? 무슨일인데?"
아이 말이 끝나자마자 집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누가 다쳤거나 무슨 일이 벌어져 있을줄 알고 화들짝 놀라서 뛰쳐 들어간 우리 부부의 걱정과 집안은 의외로 조용했다. 큰놈의 얼굴이 뭔가로 벌겋게 상기돼 있었고 셋째 FM이 고개를 숙인채 있을뿐.

"왜? 누가 어디 다쳤니? 무슨 일이야?" 다급하게 묻자 큰딸 하는 말이 기막히다.
"외할머니가 2만원씩 준거있잖아요. 근데 그게 돼지저금통장에 안들어가니까 얘가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서 돼지밥을 줘버렸어요!"
 "뭐~어?......."
우리 부부는 잠시 말을 잊고 석고처럼 굳은채 서 있었다. 받은 용돈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반드시 저축해야 한다는 셋째의 투철한 사명감(?)에 웃지도 울지도 못한채... 잠시 침묵이 흐른후 군대에서 자칭 FM이었다는 남편 왈 "안되면 되게 하라, 그게 군대지. 역시 넌 FM아빠의 2세가 맞거야. 하하하"
가위로 찢어진 2만원을 풀로 붙여서라도 좀 살려볼 요량으로 다시 돼지 저금통을 뜯으면서 나도 참을수 없는 웃음이 쏟아졌다. 돼지를 열어제껴보니 정말 너댓조각도 넘게 잘려진채였다.

"내일 은행에 가봐. 뭐 돌려주면 좋겠고 안돌려줘도 할수 없지. 2만원이 아깝기는 하지만 이놈이 커서 20억원을 아끼고 저축할 태세라니까. 싹수가 보이니까 다행이네..."
남편의 위로(?)를 들으며 우리 부부는 그날 밤 이불속에서 한참을 소리 죽여 웃고 말았다.
조각난 돈은 다음날 은행에 갔더니 현금으로 바꾸어 주었다. 지금도 돼지저금통만 보면 아이의 어릴적 행동이 기억나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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