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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단속? 괜찮아 한잔 해라!
그래도 음주운전 유혹 끝까지 지켜냈습니다
2012-11-02 17:07:50최종 업데이트 : 2012-11-02 17:07:50 작성자 : 시민기자   이재령
초중고등학교 12년을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 동성애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절친했던 고향의 죽마고우 녀석이 최근에 아파트에 입주를 했다. 늦게서야 내집마련의 꿈을 이룬 것이다.  이놈의 내집마련을 누구보다 기뻐했던게 나였기에 주변에서도 오히려 날더러 축하 인사를 할 정도였다.

늦은 나이에 아파트를 장만했으니 최근에 가족 친지들 모시고 집들이를 했다.
얼마전 집들이겸 동창들 모임 겸해서 우리 친구들은 녀석의 집에 금요일 저녁 나절 다 모였다.
상다리가 휠 정도로 잘 차려진 음식에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어릴적 무서리 내릴때 땅콩 캐먹던 추억, 고구마 캐서 구워먹던 일, 남의 집 사과를 몰래 따먹다가 선생님한테 들켜서 벌 섰던 일등 왁자지껄 옛날 추억을 떠올리며 한바탕 신나게 술을 마셨다.

몇녀석이 거나하게 취할때쯤 바로 옆에 있던 한 친구가 정색을 하면서 내 어깨를 툭쳤다. "야 임마, 저 인간이 집 장만해서 제일 기뻐할 놈이 넌데 왜 소주한잔 안하냐?"며 농담조로 핀잔을 준다.
밖에 차를 가지고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자 옆에 있던 다른 녀석이 "에이, 운전 안해본 놈 있냐? 까짓거 한두잔 어때. 이런날 한잔 해야지"라며 부추켰다. 그러자 일제히 "야, 샌님같은 놈아 한잔 해라. 니가 축하 안해주면 어떡하냐"며 이구동성으로 나를 몰아세웠다.

정말 이런날 내가 한잔 정도는 마셔줘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과, 음주운전을 해서는 안되는데 하는 갈등이 교차했다. 옆에선 대리 운전 부르라는 말까지 나왔다. 
집 주인인 친구녀석이 날 보며 빙긋이 웃는걸 보니 정말 한잔 마셔야 할듯 했다.

결국 두눈 딱 감고 소주 한잔을 마셨다. 하지만 그건 소주가 아니라 눈치 빠른 집주인 친구놈이 잽싸게 주방에 달려가 소주병에 맹물을 담아다 준 것이었다. 
친구는 "오늘 내가 주인이니까 제일 친한놈한테 내가 한잔 따라줄께"라며 생수를 부어준 것이다. 

승용차 운전한 이래 단 한번도 병아리 오줌만큼도 술을 마시지 않았던 내 기록은 여전히 깨지지 않는 견고한 벽이고 절대 그 룰은 깨지지 않을 것이다. 
어쨌거나 맹물 소주를 두잔 들이키니 술을 마시라고 성화를 대던 친구들도 더 이상 아무말 하지 않았다. 그리고 친구 체면은 세워줬으니 됐다. 일단 위기는 모면.

집들이가 끝난후 모두 나와 헤어지려고 서로 인사할 무렵 술 좋아하는 몇몇이 바람을 잡았다. 맥주로 입가심 한잔 걸치자는 제안에 모두다 흔쾌히 동의했다. 
호프집에서 또다시 내게 맥주가 권해졌지만 난 정말 미안하다며 끝까지 사양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듯 한 녀석이 음주운전중 불심검문 하는걸 발견하고 차를 휙 돌려 꽁지 빠지게 달아났던 무용담을 자랑스레 늘어놓는다. 모두다 박장대소하며 웃었다. 

음주단속? 괜찮아 한잔 해라!_1
음주단속? 괜찮아 한잔 해라!_1

이어서 또 한녀석은  지금까지 음주운전을 열 번도 더 했지만 한번도 걸린적 없다며 자신의 배짱을 자랑했다.  "짜식들, 그건 니들 일이지. 난 겁 많고 소심해서 그렇게 못해"라며 웃고 말았다.
두차례의 '위기'를 무사히 모면하고 친구들과 헤어진게 새벽 1시쯤이었다.

차를 몰고 집에 가는 길로 접어들었을때 멀리서 번쩍번쩍 하는 경광등 불빛이 보였다. '무슨 사고가 난걸까?'해서 눈여겨 보니 음주운전 단속을 하는게 아닌가?
순간 술집에서 친구들이 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갑자기 차를 휙 돌려 꽁지 빠지게 달아났다는 친구, 지금까지 음주운전을 열 번도 더 했지만 한번도 걸린적 없다며 자신의 배짱을 자랑했던 친구...

정말 그럴까. 그랬을까. 그러다 사고가 나면 누가 다치고 누가 손해를 볼까. 나야 술한잔 마셨으니 다 내책임이고, 내잘못이니까 벌을 달게 받으면 그만이겠지만 나로 인해 사고를 당하고 정신적, 경제적, 신체적 피해를 당한 사람은 보험금 몇푼으로 끝나야 하니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가.

그런 생각을 하니 술은 한잔도 안마셨으면서도 나는 심장 뛰는 소리가 둥둥둥 하며 북치는 소리보다 크게 들렸다. 
"음주단속중입니다"라며 측정기를 대는 경찰관이 저승사자만큼 무서웠다. 그리고는 음주 측정기를 '후~' 하고 불었다.
"네, 협조해 주셔서 감사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차를 몰고 오면서 친구들의 유혹을 뿌리치길 정말 잘했다는 샏각과, 빈병에 맹물을 담아다 소주처럼 권한 친구의 센스에 다시금 감사했다
만약 그때 친구들의 강권을 못이겨 몇잔 더 마셨더라면 난 음주운전에 면허취소에 벌금을 내고 전과자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직장에서도 잘렸을지 모른다.

정말, 음주운전은 하지말자. 벌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음주운전은 남의 가족도 죽일수 있는 범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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