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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님이 크게 노하실 일
새로 생겨 난 신조어 때문에, 의사 소통이 안 됩니다
2012-10-18 14:59:41최종 업데이트 : 2012-10-18 14:59:41 작성자 : 시민기자   오승택

"아까 걔 레알 통맹 인거야. 짜세도 완전 유리 멘탈이어서 말이 안 통하더라." 작년에 갓 입학한 중학생 아이가 핸드폰으로 주고 받는 이야기들이다. 
난 분명 한국 사람이 맞는데, 왜 아이가 말 하는 것들이 죄다 외국어라고 느껴지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외국어도 내가 알지 못하는 부족의 언어 같았다. 

아까 무슨 이야기를 그리 나누었느냐. 난 도저히 말을 이해 못하겠는데, 어떤 의미가 내포 되어 있는지 말 해달라는 나의 말에 신이 나서 설명을 해준다. 레알의 뜻은 영어로 '진짜'를 의미한다고 했다. '통맹'은 의사소통에 무지한 사람을 말 하며 '짜세'는 행태가 멋져 보일 때 쓰는 말이라고 했다. 

그리고 '유리 멘탈'은 유리가 깨지기 쉬운 성질이 있듯이, 정신상태도 유리 처럼 쉽게 깨져서 흐려진다는 뜻이었다. 한 마디로 다시 제 정리를 하자면 "아까 걔 진짜 말 안 통하는 얘더라. 하고 다니는 모습도 완전 이상해서 내가 그걸 보고 정신이 흐려질 정도였다니까." 라는 말이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말을 했더라면 쉽게 알아 들었을 이야기들을 왜 그리 어려운 단어들을 써서 말을 하게 되었는지 물어 보자, 요즘에는 다들 그렇게 쓴다고 한다. 다 알아 듣는데 형만 못 알아 듣는다 면서 인터넷에서 배우라고 한다. 누가 언제 만들어서 이렇게 널리 사용 되고 있는 것인지 출처가 불분명한 단어들 조합이었다. 

세종대왕님이 크게 노하실 일_1
세종대왕님이 크게 노하실 일_1

한번만 더 내 앞에서 못 알아 듣는 신조어나 은어를 쓰면 혼난다며 경고를 했다. 나도 모르게 신조어가 생겨난 것이다. 남자들 사이에서는 말을 주고 받을 때 가끔 거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신조어를 남발 할 정도의 대화는 한 적이 없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언어가 변질 되었는지 모르겠다. 

훈민정음을 창제하시면서 자음과 모음의 조화를 생각 하신 세종대왕님이 하늘에서 내려다보시면 크게 노하실 노릇이었다. 어떻게 해서 문장의 처음과 끝이 모두 이상한 단어들의 조합일까. 더욱 이해가 안 가는 것은 한 나라의 언어 처럼 서로 소통이 가능 하다는 것이었다. 

요즘에 은어나 신조어 그리고 욕설로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이것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 위해 캠페인도 TV로 방영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대화 속에서 너무 많은 신조어와 비속어가 섞이다 보니, 이상한 단어를 빼고 말을 하라고 하면 말문이 막힐 정도의 사태가 된 것이다. 

이제는 모르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지 않고 중학생 아이의 말대로 인터넷에서 검색 하면서 뜻 파악을 해야 할 것 같다. 아직 모국어인 한국어 조차 잘 모르는 사람이 태반일 것이다. 나도 기사를 쓰면서 띄어쓰기나 맞춤법이 틀리는 일이 무진장 많다. 

나 말고도 많은 이들이 모국어 조차 무지한 상태에서 신조어나 은어를 탄생 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하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가 없다. 이제는 어른과 아이 사이에서 소통이 힘들 것 같다. 더 나아 가서 시간이 지나서 국어사전에 신조어가 기재 되는 일까지 벌어질까봐 겁이 난다. 

아이들이 말을 익혀 나가기 시작하는 나이부터 올바르게 언어를 가르쳐야 하는 어른들이 노력이 필요 한 것 같다. 그리고 아이들이 자주 보는 TV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언어 순화를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고, 올바른 우리나라 말을 가르쳐 주는 방송도 많이 생겨나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이 나쁜 은어나 신조어를 쓰고 있다는 것을 자각 하지 못하면 자신의 말을 알아 듣지 못하는 어른을 보며 아이들은 어른을 그저 '통맹'으로 생각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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