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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장에서 음식 얻어먹는 노인들
노인 문제를 다시금 생각하며...
2012-10-08 02:17:59최종 업데이트 : 2012-10-08 02:17:59 작성자 : 시민기자   최음천

10월도 벌써 1주일이 후딱 지나갔다. 지난번 추석 연휴가 끼어 추석명절의 기분에 다들 들떠 있는 사이 10월2일 노인의 날을 잊고 지나갔다. 노인의 날을 굳이 왜 챙기냐고 할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에 어린이 출산 문제와 자꾸만 늘어 가는 노인 문제는 정말 작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요일이었던 오늘 낮에 결혼식장에 하객으로 참석했는데 결혼식을 마친 뒤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피로연을 하는 식당으로 갔더니만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피로연의 식당은 뷔페식으로 준비가 돼 있었는데 식당 앞에는 정복을 입은 예식장 식당 여직원이 서 있었고 그 직원은 출입자들로부터 일일이 식권을 받으며 사람들을 통제했다.

예식장 피로연장에서는 늘상 보는 일이었기에 그러려니 했는데, 소란이 일어난 장소가 바로 그곳이었다.
연세가 7순 후반쯤 되보이는 어떤 할아버지가 식권 없이 피로연을 하는 이 웨딩홀 지하 뷔페 식당으로 들어가려다가 제지를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식권이 없던 할아버지는 약간 정신이 혼미하셨는지 말씀이 어눌하셨고, 직원은 할아버지더러 왜 남의 식당에 와서 공짜로 밥을 먹으려 하냐고 소리치며 나가라고 말했다. 그러는 와중에 소란이 일어난 것이다.

이를 지켜 보던 많은 하객들은 뉘신지 모르나 한끼쯤 그냥 드리지 그걸 가지고 큰 소리를 내냐며 식당 직원을 나무랐고 다들 한마디씩 했다.
그러자 식당측에서는 주말마다 이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한두명이 아니라며 그 때문에 골치라며 하소연했다. 그 말을 들으니 영업하는 쪽의 입장도 이해는 되었다.

그런 실랑이와 옥신각신 하는 동안에 웬 젊은 주부가 나타나 "아버님"하면서 그 할아버지를 챙기는게 아닌가.
그 할아버지는 하객이었던게 맞는데 며느리인 이 젊은 주부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말씀이 어눌하신 할아버지는 졸지에 가짜 하객으로 오해를 받아서 쫓겨날뻔 한 것이다.

그 에피소드는 그걸로 끝이 났지만 이런 예식장 식당에 하객을 가장해서 밥을 얻어 드시러 오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적잖게 계시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 사회를 지나 완전 고령사회로 진입해 있다. 거기다가 노인의 숫자가 날로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혼식장에서 음식 얻어먹는 노인들_1
결혼식장에서 음식 얻어먹는 노인들_1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고령화가 우리 사회에서 특히 이슈화되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수치적으로 증가하는 노인의 수 때문이 아니라 그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를 아무런 대책 없이 맞게 된다면 노인들은 물질문명 발달 속에서도 긴 시간 동안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고통은 단순히 노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노인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그리고 언젠가는 노인이 될 젊은이들에게도 사회적 불안감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 글을 쓰는 시민기자 역시 그런 불안감이 없는게 아니다.
그래서 매년 노인의 날에는 각 자치단체마다 성대한 행사를 치르고 오늘의 잘사는 나라는 만들어온 우리 노인들을 위로하며 잔치를 베풀어 드린다. 그래서 10월만 되면 살아가는 맛을 잠시나마 느끼기도 하지만 대부분 1회성 행사에 그치고 언제 그랬냐는 듯 현실의 삶으로 돌아오게 되며, 그때부터 노인들은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내가 예식장에서 본 일처럼  우리 사회에 정말 밥을 굶는 할머니 할압지는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청장년, 중년, 노년으로 구분 했을 때 특히 노인들은 연대감이 강하다. 65세 이상은 노인으로 규정한 이유도 있지만 아마도 참전세대이기도 하며, 변화를 싫어하는 보수성과 함께 늙어감에 대한 동질감 때문일 것이다. 

노인들이 가지고 있는 강한 연대감을 가치 있는 일로 승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그러한 힘을 쏟을만한 밑받침, 즉 일거리가 없고 일거리가 없으니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늘 곤궁하게 사는 것이다. 
한 사람이 정년퇴직 후 주어지는 자유시간을 계산해 보니 무려 7만여 시간이나 된다고 한다. 가령 60세 정년퇴직하고 평균수명을 80세까지 볼 경우 20년에 해당되고 이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대략 17만 5200시간인데 이 중에서 밥 먹고 잠자고 생리적 시간이 하루 14시간 정도로 모두 10만 5000여 시간이 된다. 나머지 7만 시간 정도가 자유시간인 셈이다. 

이렇게 주어지는 7만여 시간. 과연 그 7만시간을 가진 노인분들을 위해 우리는 어떤 준비와 대책을 내놓을건지 이번 10월2일 노인의 날을 지나면서 다시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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