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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 읽어주는 엄마
2012-10-08 02:49:57최종 업데이트 : 2012-10-08 02:49:57 작성자 : 시민기자   김순자

책 읽기 좋은 가을이다.
어릴때부터 책을 읽는것만큼 중요할까 싶어 아이들에게 독서를 참 많이 권하고, 아이들이 책을 읽도록 많은 노력을 해 왔다. 아마도 아이 키우는 집에서는 다들 그랬을걸로 안다. 

내 아이가 두살쯤 되었을때였던가. 
당시 우리 집 주변의 이웃들 중에는 심지어 갓 돌 지난 아이들에게 전집으로 책을 사주는 자녀교육에 열의가 있는 엄마들이 있었다. 처음엔 창작동화를 읽히고 그 다음엔 무엇을 읽히는 등 책을 구입하는 순서까지 정해서 말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의 책 읽는 능력이나 패턴, 혹은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나 흥미를 느끼는 것 같은 부분에는 신경 안쓴채 오로지 책 사들이는 것에만 신경 쓰고, 출판사의 전략에 따라 아이와 상관없이 책을 사들이기까지 했다.
지금도 가끔 어떤 집에 가면 두꺼운 하드커버로 씌워진 전집류를 사들여 유리로 만들어진 책장 안에 잘 모셔둔채 그걸 거실 한쪽에 보란 듯이 진열해 놓은 가정을 가끔 본다.

이것은 책을 읽기 위해 산 것이 아니라 거실 장식용으로 사들인것인데, 그 행동 자체가 '나는 지금 책 한권 제대로 읽지 않는다는 것을 티 내고 있는것입니다'라고 홍보하는 꼴이다.
어린 아기들에게 전집류를 사 주는 것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기에 이웃 주부들처럼 그렇게 책을 사주지도 않았고, 그런식으로 읽히지도 않았다.

시민기자는 꿋꿋하게 그런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아이가 다섯 살쯤 되었을때 비로소 창작동화 전집을 사줬다. 
그리고 단행본은 몇 권 있었어도 그때까지 책보다 장난감을 더 많이 사준 것 같다. 
처음으로 전집을 구입했을 때 읽지 않으면 아깝다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아이가 책을 읽어 달라고 하면 몇 권이고 상관없이 읽어줬다. 밤 늦게도 책을 읽어주고, 밖에 놀러 나갈때도 꼭 책을 들고 가서 그늘 아래 혹은 벤치에 앉아 아이에게 책을 읽어줬다.
아이는 그럴 때마다 귀를 쫑긋 세우고 책 읽어주는 소리를 들었으며, 나는 한밤중에 아이가 책을 읽어달라기에 졸린 눈을 비비며 읽어주다가 잠이 든 적도 있었다.

나는 책 읽어주는 엄마_1
나는 책 읽어주는 엄마_1

그런데 여기서 약간 문제가 생겼다.
책읽기를 늦게 시작한 탓인지 아이는 스스로 읽기보다는 엄마가 읽어주는 것을 더 좋아했다. 어느 때는 읽어 주지 않으면 스스로 책 한 권을 보지 않을 때도 많았다.

처음에는 스스로 읽게 되었는데도 혼자서 읽기보다 읽어주는 것을 더 좋아하는 아이가 걱정스러웠다. '언제까지 책을 읽어 주어야 하나, 지금은 읽어 줄 수 있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때까지 읽어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들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럴 때쯤 주부교실에 나갔다가 우연히 한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한 주부가 강사님에게 "언제까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줘야 하나요"라고 질문을 했었다.

그러자 강사님의 대답은 너무나도 간단했다.
"아이가 원할 때까지 읽어주세요." 
당시엔 이 대답에 공감할 수 없었다. 아이가 하루빨리 스스로 책 읽는 습관을 익혀야만 할 것 같았고 책을 읽어주니까 스스로 더 읽지 않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에는 엄마라는 의무감에서 책을 읽어 주었고, 시간이 흐르면서는 언제까지 읽어줘야 하냐는 생각에 빠져 한동안 고민도 했었던 것인데, 하지만 아이들이 원할때까지 읽어주라는 전문가 강사님의 말을 듣고 결국에는 그것이 진리임을 깨달았다. 

결국 아이가 원한다면 언제까지라도 읽어주겠다는 생각으로 그 후로도 계속 책을 읽어주었다. 
그러다 보니 나도 스스로 더 책에 대해 알고 싶고, 아이가 생각하는 바를 함께 공유하고 싶어졌다.  아이가 어떤 부분에서 기뻐하고 어떤 부분에서 슬퍼하며 어떤 책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아이와 함께 공감을 나누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엄마도 아이의 책 속에서 많은 것을 새롭게 느끼고 배웠다.

요즘은 아이가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한글을 깨우치게 되면 엄마들은 책 읽어주기를 멈추고 혼자서 읽기를 원해 무조건 읽으라고만 한다. 사실 여러 여건상 책 읽어주기가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엄마가 책을 읽어 주면서 아이와 함께 무언가를 같이 느낀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지금은 우리 아이들도 많이 커서 예전처럼 많은 책을 읽어주지는 않지만 아이가 잠자기 전  다만 몇줄이라도 꼭 책을 읽는다. '이 밤 아이가 꿈속에서 책 속 주인공을 만나지는 않을까'라는 심정에서.
완연한 가을, 엄마들이 나서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고, 아이와 함께 교감을 나누며 서로의 생각에 함께 축 빠져 보시길. 행복은 무척 가까운 곳에 있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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