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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점 떡전거리축제에서 춘향이가 됐어요
이몽룡도 들러 떡으로 요기를 했다는 병점
2012-10-08 09:37:36최종 업데이트 : 2012-10-08 09:37:36 작성자 : 시민기자   이소영

난 냄새에 민감한 '개코'는 아니지만 유독 몇 가지 냄새를 맡고 흥분하는 편이다. 몇 가지라 함은 한약방 약 다리는 냄새, 갓 구운 커피번 냄새와 떡 냄새. 
그리하여 떡집 앞과 빵집 앞은 번번이 그냥 못 지나치고 눈으로 라도 봐야 직성이 풀린다. 엄마는 그런 내게 떡순이와 빵순이 라는 별명을 안겨주셨다.

떡순이가 송편을 잔뜩 먹을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추석이 지나간 어느 오후. 화서역에서 전철을 타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나를 위한 포스터 하나가 내 눈에 포착되었다. 이름 하여 '병점 떡전거리축제'.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쫄깃쫄깃 바로 그 떡을 말하는 것인가 놀란 가슴 가라앉히고 일정을 보니 10월 6일과 7일 주말이었다. 다이어리 일정을 확인해보니 아뿔사 정조대왕 축제와 겹쳤다. 허나 이번만큼은 애국심 못지않은 나의 수원사랑을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

일요일 오전 11시 병점역에 도착했다. 1번 출구에 나오니 축제임을 증명이라도 한 듯 사람들 무리가 바글바글 했다. 
축제에 함께 가기로 한 지인이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혼자 와서 아쉽긴 했지만 이왕지사 이렇게 된 것 융의 '테메노스'(고대에 희생제의가 치러지던 신성한 공간을 말하는데 개인의 내면에 만들어지는 심리적 공간을 의미한다.)를 실현 하듯 자발적 왕따가 되어 나를 위한 이 축제를 마음껏 즐겨보리라 다짐했다. 내가 연 축제에 당신들이 놀러온 것이요 하며.

향토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행사장은 입구에서부터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그곳에는 축제장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돈을 엽전으로 환전해주고 있었는데 엽전을 받아보니 동심세계 아니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날아 온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또한 행사의 수익금은 불우이웃을 위해 전액 사용된다 하니 더없이 뿌듯한 출발을 할 수 있었다.

병점 떡전거리축제에서 춘향이가 됐어요_1
병점 떡 전거리 축제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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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점 떡전거리축제에서 춘향이가 됐어요_2
행사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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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점 떡전거리축제에서 춘향이가 됐어요_3
무료로 나눠주던 인절미와 송편

일렬로 늘어진 축제거리에는 가마니 짜기 체험, 짚풀 공예, 포도청, 방앗간, 서당, 떡 카페, 점술집, 떡 전거리 주막 등등 볼거리 먹을거리들이 다양했다. 농협에서 나와서 우리쌀로 만든 인절미와 송편을 종이컵에 담아서 무료로 나눠 주고 있었는데 갓 만든 뜨끈뜨끈한 떡 맛이 일품이었다. 

대표적인 농경사회인 동아시아 특히 동남아시아의 떡들도 전시하고 있었는데 우리떡만 보다가 다른 나라들의 떡을 보니 그 나라로 날아가고 싶었다. 가래떡, 쑥떡과 같이 쉬운 우리나라 떡과는 다르게 이름이 무척이나 어려웠다. '찌앙 미니언까오'는 중국 떡 이름이고 '렘펠'은 인도네시아 떡, '반뗏'은 베트남 떡 중 하나였다.

적당히 둘러 봤겠다 이쯤되면 궁금해질 법 했다. 각 지역마다 내세우는 특산물이 있다. 경북 상주는 '곶감', 나주는 '배', 보성은 '녹차', 횡성은 '한우'. 그렇다면 왜 병점은 '떡'일까. 고개를 갸우뚱하니 축제의 마지막 골목에 커다랗게 내 궁금증을 풀어줄 글귀를 발견했다. 

병점은 예로부터 경기도에서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등 삼남으로 통하는 길목으로 사람들의 통행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떡장수들이 모여 떡전거리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장원급제한 이몽룡이 춘향이를 만나러 가던 중 요기를 하던 곳이기도 하단다. 
또한 주변에 넓은 논들이 많이 있어 질 좋은 쌀들이 많이 생산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맛있는 떡들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단다. 슬프게도 이걸 잘 아는 일제놈들은 병점역을 통하여 쌀을 강제 운송하기도 하였단다.

한눈으로 병점 떡전거리의 역사를 읽어본 후 행사장을 다시 둘러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떡을 주제로 한 장원급제 백일장에 참가한 학생들은 조선시대 엄숙하면서도 진지한 선비 같았고 주막에서 파는 선지국과 부침개를 나르는 아주머니들은 주모로 보였다. 
내친김에 할까 말까 망설였던 한복입기 체험에 도전했다. 얼굴을 두껍게하고 다가가 하늘색 치마와 배색이 잘 어울리는 분홍색 꽃무늬 한복과 중전마마 같은 단아하면서도 기품 있는 한복을 선택해 입었다. 
포졸들에게 부탁해 사진을 찍은 것을 확인해보니 이몽룡이 아닌 춘향이가 떡전거리에 나타났는 줄 알았다. 착각은 자유라더니.

돌아오는 길 전철철 안에서 짧지만 인상 깊었던 축제사진을 다시 보았다. 다시 봐도 재미나다. 가까운 곳에 이런 축제가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해마다 한다고 하니 내년에는 가족들과 함께 갈 생각이다. 가을은 축제의 계절. 발품 팔아서 또 괜찮은 축제가 없나 눈여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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