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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글씨로 쓰는 편지
2012-10-08 10:56:40최종 업데이트 : 2012-10-08 10:56:40 작성자 : 시민기자   정순예
3주전쯤에 그동안 오랫동안 안부를 전하지 못했던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거의 10년 가까이 목소리를 듣지 못했던 친구였다. 친구는 중학교 동창이었고, 고등학교와 대학을 거쳐 결혼하고 직장에 다니면서 그래도 자주 만나던 사이였는데, 이 친구 말고도 함께 같이 만나던 친한 친구가 하나 더 있었다.

이렇게 우리 셋은 늘 마음은 가까이 있었지만 점차 남편들의 직장 때문에 자주 이사 다니고 아이들 커가면서 학교 때문에도 이사를 가고 하면서 연락이 뜸해지다가 결국 10년이란 세월동안 안부를 묻지 못하는 사이가 된 것이다.
그런데 10년만에 연락을 해 온 친구. 그간 전화번호도 바뀌었거늘 친구는 동창생들 여럿을 찾아 겨우겨우 알아냈노라며 반가워 했다.

고맙고 미안해서 눈물이 날뻔 했다.
이야기 도중, 또 다른 그 친구의 안부를 물으면서 마음이 착잡해졌다. 3년전에 뉴질랜드로 갔다는 것이다. 이민인지, 일시적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간건지는 모르겠으나 본인은 일시적으로 갔다 한다. 그러나 현지에 이미 다른 가족과 친척들이 살고 있어서 언제든지 거기에 눌러 앉을수도 있는 상황이라니... 이러다가 소중했던 친구를 영영 못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치 싹텄다. 

친구에게 물으니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 그리고 뉴질랜드에 놀러 오면 들르라며 알려준 자택 주소까지 알려줬다. 뉴질랜드 주소. 영어로 된 너무나 생소한 주소. 
전화를 하기보다, 이메일 보다는 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손 글씨로 쓰는 편지.

친구와 전화를 끊은 뒤 펜을 잡고 편지를 썼다. 물론 너무나 쉬운 휴대폰 문자와 통화로 안부를 물을수도 있었지만 웬지 손 글씨로 그에게 글을 날리고 싶어서 아날로그 타입으로 편지지에 글을 쓴 것이다.
과거의 추억, 학창시절 즐거웠던 일과 그간의 지내온 일들, 보고 싶다는 말과 함께 왜 그리 연락도 없이 훌쩍 떠나버렸느냐는 아쉬운 마음까지. 

손글씨로 쓰는 편지_1
손글씨로 쓰는 편지_1

안도현 시인의 시 중에 '바닷가 우체국'이라는게 있는데 그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우체국에서 편지 한 장 써보지 않고 / 인생을 다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또 길에서 만난다면 / 나는 편지봉투의 귀퉁이처럼 슬퍼질 것이다.' 

우리 시대는 종이 편지지에 편지를 쓰지도 않고, 우체국 소인이 선명하게 찍힌 편지를 받지 못하는 슬픈 시대이지만 나는 그래도 이렇게 안도현 시인의 말처럼 손 편지를 쓰면서 인생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줄 아는 사람이라는게 스스로 대견스러웠다.

그리고 열흘쯤 지난 어느날. 전화가 왔다. 국게전화였다. 뉴질랜드에서 내 편지를 받은 친구가 전화를 건 것이다. 너무 반갑디며, 우리는 국제전화 요금 아까운줄 모르고 통화했다.
친구는 그런 손편지를 받고는 가슴 벅찬 기쁨에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며, 우선 당장 목소리부터 듣고 싶어 전화를 걸었노라 했다.
친구는 앞으로 시간 내어 내게 꼭 편지 한 장 쓸거라며 웃었다.

골뱅이처럼(@)처럼 생긴 주소를 가진 세대는 종이에 펜을 들어 편지를 쓰지 않는다. 타이핑하여 클릭하면 편지는 지구 끝까지라도 실시간으로 '딩동'하며 날아간다. 즉시 답을 받아 돌아온다. 
그러니 편지를 쓰는 동안 오래된 추억을 끄집어 내는 즐거움도 맛볼수 없고, 편지를 부치러 나가는 동안 하루를 기쁘게 해주는 이웃을 만날 일도 없는 것이다. 참으로 건조하지 않은가.

우체국에 가서 친구에게 편지를 부치고 돌아 나오면서 꿈 많았던 학창시절을 떠올려 봤다.
그때는 참 많은 편지를 썼다. 어버이날 부모님께 쓴게 가장 많았고, 방학때 친구들에게도 쓰고, 연말연시 크리스마스때는 국군아저씨들께도 썼다. 
국국장병 아저씨들께 편지를 쓴건 초등학교때부터 고교 졸업때까지 썼던 기억이다. 그리고 이성에 눈뜬 고2때는 연애 편지도 써 보았고, 직장에 다니면서는 전화도 있었지만 그때도 역시 부모님께 손글씨로 편지를 자주 써서 보내드렸다.

그래서 지금도 고향 집에 한두개 남아있는 그때의 편지를 장롱 깊은 곳에서 발견하면 마치 몇십년전에 커다란 금덩이를 땅속에 묻어 뒀다 발견한 것처럼 기쁘기도 하다. 요즘 아이들이 들으면 무슨 고시대 유물쯤으로 생각하겠지만. 

거기에는 대학에 붙었을때 벅찬 기쁨을 친구에게 알린 뒤 그로부터 받은 축하 편지도 있고, 희미하게 어른거리는 옛 사랑뿐만 아니라 가슴 깊이 묻어둔 슬픔도 있다. 
이런 시대에 우리 e수원뉴스 기자님들과 독자님들, 수원시민분들께 손편지 같은 아날로그 인사법, 질박한 그 시절의 인간미를 한번쯤 느껴보는건 어떨런지 권해보고 싶다.  손편지의 마력은 정말 써 보지 않고서는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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