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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 성형수술 시켜줘
딸을 보는 부모의 착잡한 마음
2012-10-09 12:05:40최종 업데이트 : 2012-10-09 12:05:40 작성자 : 시민기자   권혁조
어떤 칼럼을 보니 잘 생긴 것도 경쟁력이라고 했다. 그때는 별 쓸데 없는 말이라고 우습게 여겼다. 그게 약 20년은 된듯 하다.
그런데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정말 잘생긴게 경쟁력이 된 것이다. 내가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는게 놀랄 일이지만 세상이 변하는걸 내가 막을수는 없는 알이다.

우리 나이 세대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명제지만 하여튼 세상이 바뀌었으니 요즘은 별수없이 그게 대세인가보다.
하지만, 대세를 대세로 여기면 그만인줄 알았던 그게, 결국은 괴물이 되어 나에게 역습을 가했다. 대학에 다니는 딸내미를 통해 역공을 가한 것이다.
 
대학생인 딸애가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말한다.
"아빠. 나 쌍꺼풀 수술 시켜줘... 그리고 코도 너무 낮은데 함께 해줘" 
"엥? 은행 깍지처럼 예쁘고 반달처럼 절묘한 네 눈에 칼을 댄단 말야? 옳지 않은데..." 라며 내가 농담처럼 대꾸했더니 이녀석 정색을 하며 다시 채근한다. 
"아빠. 나 솔직히 친구들 보면 너무 부러워. 요즘은 취직이든 뭐든 잘나고 봐야 돼. 오죽하면 남자들까지 꽃미남 타령이겠어? 남자들도 수술 많이 한다니깐... 아빠~이잉~~"

요약하면 그렇다. 약간 과장하면 저희 친구들 중 수술 안 한 아이를 찾는 게 더 빠를 정도다, 고등학교 졸업때는 이미 코 높이고 졸업식에 나타난 애도 있다, 나도 이왕이면 좀 큰 눈을 갖고 싶다, 콧대도 높이면 금상첨화겠다는 요지였다.
겁이 많아 아직 귀도 못 뚫고 사는 제 엄마가 들으면 까무라칠 일이었지만...  
'신체발부 수지부모'를 되뇌는 구세대는 아니건만 웬지 내 자식 몸에 칼을 댄다 생각하니 기분이 심란해 졌다. 

하지만 누가 자식을 이기랴. 지금 결정해줄수 는 없고, 다만 겨울방학을 맞으면 그때 다시 생각해 보자는 단서조항을 붙여 위기(?)를 모면했다. 
아이와 입씨름을 하고 나니 눈에 보이는 건 온통 성형외과 간판에 사람들의 눈매였다. 저 사람 눈은 한 걸까, 안 한 걸까. 한 거라면 참 자연스럽게 잘 됐네. 누구한테 얼마주고 했을까…. 
만만치 않은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성형수술이 우리 생활 속에 감기 치료만큼이나 가깝게 다가온 것은 무엇 때문일까 생각해 보았다. 

아빠, 나 성형수술 시켜줘  _1
아빠, 나 성형수술 시켜줘 _1
언젠가 한 외국 언론에서 '한국 사람들이 온통 외모지상주의에 물들어 있다'고 꼬집은게 떠올랐다. 그래서인지 요즘 젊은 남녀들 머릿속엔 잘생기고 봐야 한다, 잘생긴 외모가 인생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깊숙이 박혀 있는듯 하다.
하긴, 가끔 신문에 나오는 기업 인사담당자들 설문조사 한걸 보면 "잘 생긴 외모에 호감이 간다. 솔직히 점수에 영향을 안미칠수 없다"고 말하고 있으니 정말 외모가 거스를수 없는 대세가 맞는가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형수술에는 이 같은 외모 지상주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는 것 같다. 그건 바로 자신감과 자기 만족이다. 
마흔이 넘어 갑자기 코를 높이고 나타난 선배가 있었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나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남은 인생이라도 예쁜 코로 살고 싶었어". 더 놀라웠던 건, 그렇게 만족스러워하는 그의 새 코가 내 눈에 예전과 별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는 점이다. 

역시 중요한건 자신감과 자기만족, 어떤 일에 대한 성취감 아닐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금 길거리에 실업자와 캥거루족이 넘쳐 나는 요즘. 성형으로라도 1점이라도 더 따보려는 젊은이들의 몸부림이 안쓰럽기만 하다.

일부 사람들은 부인 할 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는 분명 외모지상주의와 외모차별주의의 광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 예뻐지려고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 욕망이지만 이제 외모는 인종, 성별, 종교, 이념, 교육 등에 이어 인간의 불평등을 야기하는 강력한 차별 요소로 부각됐으니 말이다.
외모가 개인 간의 우열뿐만 아니라 인생의 성패까지 좌우한다고 믿어 외모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루키즘이라는 말도 알고보면 현대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설명하는 단어이다.

그러니 젊은 여대생들이 외모가 연애, 결혼 등과 같은 사생활은 물론 취업, 승진 등 사회생활 전반까지 좌우하기 때문에 외모 가꾸기에 목숨 거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결혼시장에서의 더 나은 배우자와 노동시장에서의 더 나은 일자리를 위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외모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성형병원으로 향하고 있는 지금, 나 자신도 그런 딸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지 고민스러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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