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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따오신 가을산의 선물 ‘으름’
2012-10-16 14:29:55최종 업데이트 : 2012-10-16 14:29:55 작성자 : 시민기자   이승화

요즘 아이들 간식거리를 보면 콘플레이크, 과자, 빵, 우유, 각종 과일 등 맛있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내가 어렸을 적 시골에서는 그러한 간식이 흔하지 않았다. 그래서 제철에 나는 과일과 야채, 구황작물들이 대부분 간식으로 요리되었다. 
친구들과 여럿이 모여 산이나 들로 먹을 것을 따 먹으러 돌아다니기도 하는데 삐삐라든지 까마중 열매, 산딸기 등을 따먹었는데 요즘 같은 가을 날씨에 '으름'을 찾아 나서기도 했었다. 

아버지가 따오신 가을산의 선물 '으름'_2
으름 속 모양

으름은 다른 나무를 감아서 자라기 때문에 잘 관찰하지 않으면 찾을 수 없다. 열매도 특별한 색이 아니라 나무와 비슷한 갈색이니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래서 으름을 찾아 나선 날은 목이 아프기도 했다. 넝쿨식물로 높이 올라가 열매 맺는 으름이기에 찾으려고 고개를 너무 하늘을 바라보고 다녔기 때문에 목이 아팠던 것이다. 
또 친구는 으름을 따려고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가 떨어져서 깁스를 한 적도 있다. 으름을 먹으려고 애쓰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요즘 내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으름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열심히 생김새나 맛을 설명해도 한 번도 못 봤다며 신기한 걸 이야기한다고 시골 여자라고 놀리기도 한다. 그러나 간식이 귀하던 시절 발견한 으름 맛이 달달하고 부드러웠기에 나는 잊을 수 없는 으름이다. 이렇게 날씨가 선선해지니 으름이 또 생각난다. 

아버지 생신으로 인해 시골에 살고 계신 부모님이 수원으로 올라오셨다. 가방에서 고이고이 꺼내서 우리들에게 내미시는데 바로 요즘 내가 생각났던 으름이었다. 
아버지가 산에 갔다가 발견하여 요즘 없어지는 추세라서 귀한 것이라며 따서 딸에게 주려고 수원까지 곱게 가지고 오신 것이다. 고이 싸오셔서 으름 모양이 그대로 였다. 우리 딸들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으름이라며 모두 신기해했다. 

으름은 머루, 다래와 함께 산에서 얻는 세 가지 중요한 과일이다. 동그라면서 길쭉한 열매가 3~4개씩 붙어서 아래로 대롱대롱 매달리기 때문에 우리는 바나나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었다. 
껍질은 바나나 보다 단단하지만 안의 내용물은 바나나 보다 더 부드럽다. 바나나와 달리 내용물 안의 절반이 씨앗인데 씨를 씹으면 매우 떫고 쓰다. 그래서 입에 넣고 오물오물 하여 씹지 않고 씨만 걸러 뱉어야 하는 단점이 있는데 특별한 맛은 없지만 잘 익은 으름은 단맛이 나면서 부드럽고 그 특유의 향이 난다. 

아버지가 따오신 가을산의 선물 '으름'_1
아버지가 따오신 으름

이러한 으름은 우리나라 산지에 자생하며 넝쿨식물로 자웅동주이다. 전국에 걸쳐 으름을 칭하는 단어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전국에서 으름이 살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으며, 햇빛을 받아야 잘 크므로 우거진 숲에서는 볼 수 없다. 적당한 숲에 빛을 받기 위해 가장자리에 나므로 사람들이 쉽게 발견 할 수 있는 것이다. 

으름 이야기가 한창 피었는데 아버지는 으름 넝쿨로 옛날에는 바구니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고 설명하셨다. 재료가 귀하던 시절에는 으름 넝쿨이 재질이 질기고 모양을 구부리기가 요긴하여 바구니를 만들면 오래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산에 다니다가 으름을 보면 꼭 넝쿨을 거두어서 지게에 지고 내려왔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넝쿨 식물이라서 이러한 용도도 가능한 것이다. 
열매 뿐 만 아니라 씨앗을 모아 기름을 짜기도 했었단다. 기름을 짜서 쓰려고 으름을 마당에 키우는 집도 있었다니 줄기, 열매, 씨앗까지 우리 삶에 도움을 주니 외국 바나나보다 우리나라 으름이 훨씬 훌륭한 듯 하다.

 

이승화, 가을, 으름, 줄기, 열매,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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