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여성에게 필요한 것
2012-10-19 13:34:43최종 업데이트 : 2012-10-19 13:34:43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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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에 식당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등산을 다녀오는 듯한 아주머니들의 대화가 좀 크게 들렸다. 나이 든 여성에게 필요한 것_1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유난히도 걷기 싫어하는 내가 버스를 한구간 먼저 내렸다. 왠지 걸어주어야만 할 거 같아서. 이대로 집으로 들어가기엔 한없이 아쉬움을 주었고, 뭔가 생각이란걸 해야할거 같았다. 그러나, 마음과는 달리 머릿속은 너무나 막막하기만 했다. 40대 중년 주부의 머릿속은 이렇게 아무런 생각조차 저장할 수 없는 공간이 되어 버린건가? '돈과 친구와 딸.' 중에 돈과 딸. 돈이야 많으면 좋겠지만 적당히 쓸 만큼만 있으면 되는 일이다. 적당히 라는 말이 좀 모호하기는 하나 자녀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지 않고 생활해 나갈 수 있고 아플 때 마음 편히 치료를 받을 수 있을 정도가 적당한 수준이 되지 않을까. 딸 부분에서 나는 지금 자라는 내 딸보다, 친정 엄마의 딸로써 내 엄마를 먼저 생각해 본다. 아이들을 키우는 동안 우리의 어머니들은 자신을 치장하거나 친구를 만나고 사귈만한 시간도 여유도 갖지 못하였다. 남편과 자식의 주변만 맴돌며 살다보니 함께 늙어갈 친구가 없는 것이다. 30~40대에는 아이들의 교육문제며 잡다한 가족 친지들과의 관계에 얽혀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기 마련이다. 또한 살며 어려운 일이 닥쳐도 친구들과는 묘한 자존심에 얽혀 고민을 털어 놓게 되질 않는다. 50대 나이쯤 되고 보면 그제서 살림을 꾸려가는 일에서 한숨을 돌리게 되고 잃어버리고 살아 온 자신의 이름을 되새겨 보게 된다. 하나씩 아이들을 짝지어 분가 시키고 나면 가슴에 밀려드는 허한 바람을 혼자서 이겨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딸! 딸과 어머니와의 관계는 애증의 관계라 했던가. 무조건 순종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어머니를 보며 절대로 어머니처럼 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한두 번씩은 해봤으리라. 출가를 하고 나면 어머니는 마냥 그리운 존재가 된다. 오직 가족을 위해 꾹꾹 참고 사랑하며 살아오신 인고의 세월에 감탄하게 된다. 그리고는 어느새 어머니와 닮아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때론 어머니께 모진 소리를 하고 나서는 뒤돌아서기 무섭게 후회의 눈물을 쏟고 그런 딸이 마음 아파할까봐 무한정 품고 달래주는 어머니와 딸의 사이. 그래서 딸은 무조건 어머니의 편이 될 수밖에 없나보다. 아직 제대로 딸 노릇을 하지 못한 나는 송구스럽기만 하다. 늘 바쁘다는 핑계로 어머니를 향한 안쓰러운 마음만 가지고 살아왔다. 집에 도착해서 번호키를 누르자 아이들과 남편이 반긴다.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하고 온양 반갑게 뛰어나온 가족들. 우리는 약속이나 한것처럼 번갈아 안아주었다. 우리 남편은 아직 고독해 하는 느낌을 엿볼 수가 없다. 당연하다 해야 할지, 감사하다 해야 할지... 유머처럼 사용되는 나이 든 여성의 준비 조건인'돈과 친구와 딸'이 정말 필수일지 아닐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경제적인 여유는 늘상 만나고 싶은 친구를 아무런 부담없이 만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고, 또한 그 원동력을 바탕으로 자주 만나면 친구 역시 내 주변에 있을 것이고, 딸내미는 언제나 살갑게 옆에 있어주는 또 다른 친구 역할을 해줄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니 이 3가지 모두 필수가 맞는가 싶다. 중년 여성분들, 미리미리 준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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