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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감 따기 한 마당
이웃집과 함께 하는 신명나는 감 따기
2012-10-30 19:05:45최종 업데이트 : 2012-10-30 19:05:45 작성자 : 시민기자   김유미
나는 본디 감을 먹지 않았다. 딱딱한 것은 사탕을 포함해 거의 먹지 않고 그렇게 좋아하는 복숭아도 전부 말랑말랑한 것만 먹어 난 우리 집에서 일명 '과일 영감'으로 통한다. 
과일만은 영감님들처럼 물컹한 것들만 먹는다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그러다 사회에 나가 생활하다보니 홍시나 곶감 등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고, 하나 둘씩 입을 대다 보니 이젠 감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물론, 물컹한 것만 먹는 습관은 아직 버리지 못했다.

올해는 감이 풍년이라고 한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곳곳에서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열린 것을 보면 딱히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우리 이웃집에도 감나무가 자라고 있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 집에 살았으니, 저 감나무도 족히 10년은 넘은 나무이다. 

이 감나무는 우리 집 울타리를 훌쩍 넘어 쑥쑥 자라나있다. 그렇다 보니 나뭇잎이 떨어질 쯤에는 우리 집 계단에 낙엽들이 우수수 떨어지니 청소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이를 이웃집에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니 나뭇가지 좀 쳐주시거나 나무를 베어주시오." 이리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10년 넘게 그냥 우리가 알아서 청소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사이에도 옆집에는 두 어명의 집 주인들이 바뀌어갔고, 일년 전 쯤 할머니 내외분이 이사를 오셨다.

날이 제법 추웠지만 햇살만은 따듯했던 오늘, 오랜만에 맞는 휴식일에 어머니와 함께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창 감 따기에 열중이신 옆집 할머니를 뵙게 되었다. 
어머니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자 마침 잘되었다며 한 아름 감을 안겨주시며 올해는 감이 풍년이라고, 아직 떫을테니 홍시 만들어 먹으라며 다 들고 가지도 못할 개수의 커다란 감들을 선물받게 되었다. 
나무 아래서 힘겹게 감을 따시는 할머니에 어머니와 나는 안겨주신 감에 대한 보답을 하고자 할머님의 뜰채를 받아들고 우리 집 쪽으로 뻗어있는 감들을 따기 시작했다.

신나는 감 따기 한 마당_1
감 따기에 열중이신 어머니
,
신나는 감 따기 한 마당_2
방금 딴 싱싱한 감을 할머니께 건네 드리는 어머니

처음에는 자꾸 빗나가기만 하고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할머니가 가르쳐준 방법대로 감을 다다 보니 하나 둘씩 따지기 시작했다. 뜰채도 자세히보니 할머니가 긴 나무 막대기를 이용해 직접 만드신 거라 그물 입구에는 엑스자 모양으로 끈이 달려 있었다. 이런 것이 옛 어른들의 지혜인지 이 끈을 이용해 나뭇가지들을 끊어내니 훨씬 수월하게 감이 따졌다. 

한 박스가 넘는 감을 따고 보니 어느 새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어머니와 나는 번갈아서 뜰채를 쥐고 요리조리 자리까지 이동해가며 감 따기에 열중하였다. 제일 꼭대기에 높은 감들은 그냥 까치밥으로 두고, 나머지는 조금 더 있다 홍시가 되면 따자는 할머님의 말씀에 우리의 감따기는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나중엔 할머니께서 고맙다시며 여섯 일곱개의 감을 더 주시어 우리는 20개 가까이 되는 감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튼튼한 상자에 넣고 홍시를 만들자는 나의 말에 어머니는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는 말씀을 하셨다. 통풍이 잘 되는 베란다에 감을 정렬해 놓고 보니 새삼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어머니께서는 10년 넘게 이 집에 살면서 옆 집 감나무에서 열리는 감을 처음 받아본다며 기쁘게 웃으셨고, 나 또한 이런 게 이웃간의 정이라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털 나고 처음 감 따기를 해본 어머니와 나는 이를 아버지께 알려드렸더니 아버지께서도 아는 분이 사무실에 들렀다 주고 가셨다며 대봉감 한 봉지를 사진 찍어 보내주셨다.
감 풍년은 감 풍년인가보다. 
여기저기서 감이 들어오니 이번 겨울은 홍시 속에 파묻혀 사는 달달한 겨울이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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