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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형제의 날'은 없을까?
깊이 나눠야 할 형제애
2012-10-31 02:27:17최종 업데이트 : 2012-10-31 02:27:17 작성자 : 시민기자   김기봉

동생네 가족이 우리 집에 놀러 와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가까이 살면서 늘 마음만 앞섰지 제대로 만나 편하게 대화조차 나눌 시간 없이 서로들 바쁘게 살다 보니 형으로써 항상 미안했다. 
우리 아이들과 동생네 아이들도 다함께 만났다. 중국집에 가서 부담 없는 정도로 음식을 시키고 우리는 고량주도 한잔씩 하면서 추석때 본 이후의 그동안의 생활과 회사 이야기, 아이들 크는 이야기등을 나누며 시간 가는줄 모르게 웃으며 식사를 했다.

나와 동생은 피를 함께 나눈 친형제지만 아이들은 사촌 간이다. 명절 같은 날, 혹은 어르신 생신, 혹은 누군가의 결혼식에 부모와 함께 참석했다가 우연히 만나지 않는 한 서로 자주 얼굴 보기도 힘들다. 

내가 결혼하기 전에 우리 형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한달에 한번 정도는 부모님이 계신 본가에 모여 점심과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고향이 시골이다 보니 우리 형제는 시골에 갈때마다 파종을 위한 흙 뒤집기, 시골집 유리창 닦기 등 대청소를 하고, 어머니가 하기 힘드신 일들을 도와가며 형제애를 다졌다. 

그리고 결혼 초기에도 자주 만났다. 그럴때마다 손자들이 마당이나 집안 구석구석을 운동장처럼 뛰고 돌아치며 함성을 내지르면 어머니는 "에구, 이제 우리 집이 사람 사는 집 같구나"하시면서 좋아 하셨다.
아이들이 날뛸때마다 적막하던 고향 집안이 돌연히 깨어나 함께 아우성을 치듯 들뜬 기운으로 모두어지는게 좋으신 것이다.

앉아서 쉬는 사람은 없다. 무엇이든 손을 움직이면서 서로 각자 이야기를 한다. 형제는 형제끼리, 며느리는 며느리끼리 무엇이 그리도 재밌고 즐거운지 주방에서 조잘조잘, 키들거리고 아이들은 스마트폰 게임과 만화 이야기, 장난감 조립하기 등으로 손과 입을 닫지 않는다. 결혼 초기 당시에 고향집은자주  법석대는 식구들로 정말 사람 사는 집이 되었다.

나는 형제가 만나는 이 모임을 중요시한다. 부모와 자식 간을 비롯해 형제와 동서 간의 우애, 사촌 간인 아이들끼리의 우애도 이렇게 '만남'으로써 생성되고 돈독해짐을 확신하기 때문이었다.
부모 자식간에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해 만들어진 어버이날, 어린이 날 등이 들어 있는 가정의 달 5월이 있기는 하다.

 

왜 '형제의 날'은 없을까?_1
사진은 제수씨가 담궈서 갖다 준 매실 원액입니다. 건강에 최고라는...

그런데 이 5월에 안타깝게도 '형제의 날'은 왜 없을까. 나는 언제부턴가 거기에 대한 괜한 궁금증이 생겼다. 정말 우애를 다져야 할 사람들은 형제들 아닌가 싶어서다. 
성서에 나오는 카인과 아벨부터, 형제들을 베고 왕이 된 조선의 태종과 그의 후예들,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면 드러나는 그 형제들의 비리, 그리고 요즘도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진 재벌가 형제자매의 대립.

이런 모든 일들은 안타깝게도 형제간에 가슴 깊은 우애와 사랑이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서 하루 날 잡아서라도 우애를 다질 필요가 있는 것이 형제지간 아닌가 생각하는 것이다.
다툴 권력과 재물이 없는 평범한 집안이라 해서 반드시 화목하고 원만한 형제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아니다. 한 집에서 서로 부대끼면서 사랑과 경쟁의 미묘한 줄타기를 거치며 성장한 아들딸이 커서도 누적된 사소한 문제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불편하게 지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족이란 누가 보지만 않는다면 어딘가로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라고 말한 사람도 있을 정도이고 보면, 가장 가까워야 하는 가족이 자칫 가장 보기 싫은 원수로 돌변하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사랑과 스킨십을 나누어야 하는 형제의 날도 필요하고 궁극적으로 형제애가 필요한 것이다. 

며칠전에는 충격적인 뉴스가 안방에 전달 되었다. 공원묘지 운영권을 뺏기 위해 남동생을 정신병원에 가둔 5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힌 사건이었다. 이 여성은 그 땅을 차지하기 위해 멀쩡한 남동생을 다른 사람을 시켜서 정신병동에 가둔 후 5개월간 용인과 인천 등지의 5개 정신 병원에 강제 입원시켰다는 것이다. 소름이 돋고 경악스러움을 지울수가 없다.
만약 돈문제가 그런식으로 뒤틀리지 않고, 또한 그래서 서로간에 반목하지만 않았더라면 그 그룹 형제들은 어찌 됐을까.

추석 전에는 제수씨가 담근 매실 진액 3통을 우리 집에 가져왔길래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 지금껏 먹고 있다. 매실이 좋다는 건 다 아는 일인데 그렇게 마음 써주는 제수씨께 감사하다. 그런 작지만 세심한게 형제애 아닌가 싶다.
경제가 어려울 때 일수록 형제들이 마음을 좀 더 열고 살아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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