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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수원이여, 화성이여
매향교다리 갤러리, 수원화성 옛 사진 교체해 주시길
2013-10-25 12:52:01최종 업데이트 : 2013-10-25 12:52:01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평일 팔달문으로 나들이를 갔다. 주말이 아니니 행궁광장에서 무슨 특별한 행사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맞이하여 어디를 갈까, 고민 끝에 그곳으로 정했다. 
이곳은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이라는 보물을 차치하고라도 인간미가 넘치는 너른 시장이 있고, 문화와 예술을 품은 갤러리들이 즐비해 어디로 향하든지 간에 지루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차가 없어도 튼튼한 두 다리 만으로 성안을 모두 내 것으로 취할 수 있다는 생각과, 하도 많이 다녀서 눈감고도 걸을 수 있다는 익숙함 때문이기도 하다.

팔달산(143m) 아래 품격 있게 자리한 행궁 광장에 섰다. 
시야를 넓히니 저 멀리 서장대의 아우라가 빛난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아담하다. 광장에서 바라보는 서장대는 화성의 제일 꼭대기에 자리한 기품을 보여준다. 게다가 불그스름 익어가는 가을 산을 아우르고 있어 조화도 그런 조화가 없다. 도심 속의 명소로서 자리한 이유겠다.

1년365일 한자리에서 셀 수 없는 사람들을 맞이하는 신풍루와 화성행궁은 또 어떤가. 정조와 어머니 혜경궁의 마음이 서린 봉수당과 장락당 앞을 걸으며 또 다른 생각도 품는다. 
'사중지공(私中之公)', 결국 공공의 이익으로 돌아온 수원화성, 그 본연의 모습은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현상과 다르지 않는지 뒤돌아본다. 때문에 이곳에 오면 늘 자랑스러우면서도 마음 한편은 역사의 이면을 따지게 된다. 

사랑한다! 수원이여, 화성이여_1
수원천변 돌다리를 건너는 여인들의 모습이 싱그럽다

한동안 행궁에 머물다 수원천으로 발길을 옮겼다. 눈부시게 푸르른 가을날 천변 길을 걷는 맛이란 31가지의 아이스크림을 맛보는 것과 진배없는 즐거움을 얻는다. 
수원천은 수원북쪽 끝의 광교산(582m)에서 발원해 시내도심을 관통해 서해안 황구지천으로 빠져나간다. 일제강점기 때 남아있는 사진들을 보면 한여름 천변 아름드리 버드나무 아래서 아이들이 목욕을 하고 아낙들이 빨래를 한다. 60이 넘으신 어르신들의 증언에 의하면 40년 전만 하더라도 천에 물을 들이는 천연염색도 했다.

수원의 젖줄과도 같은 그곳이 산업화· 도시화를 거치면서 제방에 변형이 생기고 냄새나는 하천으로 급락하더니만 급기야는 시내 중심부(매향교~매교) 구간이 복개되면서 천변풍경은 사라지는 듯했다. 그렇지만 의식 있는 시민들과 환경운동가들의 역할 덕분에 2012년 5월 복개됐던 시멘트가 모두 걷어지면서 생태하천으로 복원됐다. 시민들 품으로 돌아온 수원천은 날이 갈수록 단장되면서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어갔다. 

수원천은 상류부터 하류까지 물줄기 사이로 세류교, 매교, 지동교, 매향교 등 다리가 놓여있고 곧바로 천변으로 향하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시민들의 지름길이자 휴식처로서 편리를 도모한 천변 길을 걷노라면 문화예술 공공작품들이 곳곳에서 반긴다.
그중 수원화성박물관이 보이는 곳을 찾아 내려갔다. 매향교 아래다. 2012년부터 '다리 밑 갤러리' 작은 미술관으로 조성된 곳이다.

공공프로젝트 작품 네모타일과 손바닥 타일이 앙증맞다. 모두가 어린이들 작품이다. 그림도 귀엽고, 소원을 적은 글씨도 어린이다운 발상이니 사랑스럽기만 하다. 2012년에는 꿈길 프로젝트로 설정됐다는 것도 알려주고, 최근에 제작한 것이라는 것도 알려준다. 생태교통도시 수원이란 글씨가 쓰여 있는 것을 보니. 다리를 지탱하는 기둥사이로 그려진 기린의 모습도 멋지다. 

그런데 조금 전 까지만 해도 흐뭇했던 마음이 싹 사라지는 풍경과 마주했다. 바로 앞에 수원의 옛 모습을 실사한 필름들이 벽에 붙여놓았는데, 반 이상이 떨어져나갔다. 
어떤 것은 너덜너덜 날렸다. 그것도 그냥 그림이 아닌 수원화성의 옛 모습이었으니 화성을 사랑하는 한사람으로서 내 마음도 찢어져 날리는 듯했다. 

사랑한다! 수원이여, 화성이여_2
다리밑 갤러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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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수원이여, 화성이여_3
수원화성의 옛 사진들이 바람에 날려 흩어져버렸다

그리고 같은 매향교 아래지만 흐르는 물 사이를 두고 박물관 쪽 다리 밑은 빈 공간이다. 같은 일직선 라인이니 특색 있는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오가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작은 바람을 지닌 채 햇살 잘 드는 너른 바위를 찾아 앉았다. 천변에서 듣는 물소리가 여름 한때 귓가에 쏟아지는 우렁찬 소리는 아니다. 그러나 '또르르 총총' 흐르는 것이 꼭 욕심을 덜어버리라는 듯 맑은소리로 들린다.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검은 봉지 서너 개를 든 아주머니 두 분이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연신 수다를 떨며 지나친다. 때늦은 반바지를 입고 달리기를 하는 중년의 남성은 쌩하고 달려간다. 그곳에서 난, 조용히 자전거를 끌고 걸어가는 남자도 만났고, 돌다리를 건너는 젊은 여자들도 만났다. 모두가 수원화성에서 사는 우리 이웃처럼 보였다. 사랑한다. 수원화성이여!

사랑한다! 수원이여, 화성이여_4
화성문화제 기간중에 인기몰이를 했던 수원천 등불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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