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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아빠 입맛 때문에 피곤한 우리 엄마
모든 음식에 멸치육수를 고집하시는 엄마와 비릿한 맛이 싫으신 우리아빠
2012-10-12 11:12:59최종 업데이트 : 2012-10-12 11:12:59 작성자 : 시민기자   이수진

우리 집의 부엌에는 비릿한 냄새가 진동을 할 때가 많다. 냄새의 범인은 새끼 손톱만한 멸치들 때문이다. 엄마는 시간이 날 때 마다 멸치 똥을 제거 하기 위해 널따란 종이에 멸치들을 펴 놓으시고 손질을 하시기 때문에 비릿한 냄새는 온 집안을 가득 채운다. 

엄마가 이리도 멸치 다듬기에 열의를 보이시는 이유는 조미료 대신 육수를 우려 내기 위한 재료를 만드시려는 것이다. 엄마는 MSG가 포함 된 조미료를 굉장히 싫어 하시는데 어쩔 수 없이 음식에 소량 첨가 하시는 것도 못마땅해 하시다가, 이제는 조미료 대신 진한 국물 맛을 내게 하는 재료를 사다가 육수를 만드신다. 

이 재료가 바로 멸치들인데 안 들어 가는 곳이 없다. 품질 좋은 멸치를 구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의 좋은 멸치들이 우리 집으로 배달 되어 온다. 멸치 육수들은 된장찌개를 끓이거나 소면 같은 얇은 면으로 만드는 국수를 만들 때도 빠짐 없이 들어 간다. 북어 국이나 오뎅 국을 만들 때도 빠짐 없이 멸치 육수가 사용 되는데, 이제 나는 점차 적응이 되어 가는 중이다.

까다로운 아빠 입맛 때문에 피곤한 우리 엄마_1
까다로운 아빠 입맛 때문에 피곤한 우리 엄마_1

멸치만을 넣고 끓이는 물은 비눗물 처럼 뿌옇고 멸치 비닐이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형태를 하는데, 마실 수 없는 비릿함이 강하게 전해져 온다. 처음에는 비릿한 국물 맛이 썩 좋지 않았다. 해산물에 적응이 잘 안 되서 간혹 강한 비릿내가 날 때는 음식을 먹기가 곤혹 스러울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확실히 맹물에 국이나 찌개를 끓일 때 보다, 멸치를 우려 낸 물로 끓일 때가 맛은 훨씬 좋았다. 진한 맛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하지만 문제는 아빠의 민감성 때문에 일어 난다. 

아빠는 지극히 예민한 미각을 가지고 계신다. 음식에서 멸치 맛만 나면 절대 드시지 않는다. 계속 멸치로 육수를 만드는 것에 불만이 많으신 아빠가 엄마에게 부탁 하는 말이 있다.
 " 수진이 엄마, 멸치로 만드는 육수 보다 조미료를 조금 넣어." 이런 말을 들을 때 마다 엄마는 흔쾌히 알았다는 답변을 해 주지만 말로만 그러실 뿐 다시 열심히 끓는 물에 멸치를 집어 넣으신다. 

항상 아빠의 까다로운 입맛 때문에 결혼 한 이후로부터 편할 날이 없으셨다는 엄마의 푸념이 시작 된다. 아빠는 찌개나 반찬이 조금이라도 비릿하거나 달콤 하다면 드시질 않는다. 
달게 해야만 하는 음식도 달면 안되는 것이 아빠의 입맛이다. 그런 아빠의 까다로운 입맛에 비유를 맞추기 위해 애쓰시는 엄마의 입장은 일리가 있다.

몸에 나쁜 조미료 대신 멸치를 이용하여 육수를 만들어 먹는 것이 좋은 것인데, 까다로운 사람 때문에 조미료를 사용 하여 나머지 가족이 먹어야 겠냐는 것이다. 아빠의 건강을 위해서 번거롭더라도 천연 조미료를 이용하여 음식을 만드시는 것이 잘못 된 것은 아니다. 

잘못이 있다면 매일 나가서 집 밖의 밥을 사 드시는 아빠가 조미료 맛에 길들여졌다는 것 뿐이다. 원래도 까다로운 입맛이신데, 바깥 음식까지 자극적이어서 아빠의 입맛을 완전히 바꿔 버렸다. 
어느 가정을 가도 남편의 까다로운 입맛에 힘들어 하는 아내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아무거나 해 줘도 아무 말 없이 잘 먹는 남편이 최고의 남편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남편의 입맛 맞추기라는 까다로운 시험대에 매일 매일 오르락 내리는 아내들은 피곤 할 것이다. 

결혼 하신지 30년이 다 되어 가시는 우리 부모님도 아직 아빠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기 위해 실갱이를 벌이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가 내린 결론은 아빠가 드시는 음식에는 조미료를 조금씩 넣고, 아빠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이 먹는 음식에만 멸치 육수를 사용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엄마는 가족의 건강을 위해 절대 멸치로 육수 내는 일에 미련을 못 버리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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