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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장, 하객은 들러리가 아니랍니다
하객 모두가 주례자가 되는 결혼식
2012-10-18 10:31:18최종 업데이트 : 2012-10-18 10:31:18 작성자 : 시민기자   김윤남

청첩장이 하루가 멀다 하고 날아오는 계절, 가을. 역시 가을은 선남선녀들의 새출발을 축하는 계절  맞는가 보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청첩장이 수도 없이 날아드는 것을 받아 볼때마다 '나도 결혼할때는 그랬지'하면서 혼자 웃어본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국가이니 아기를 낳아 길러본 엄마로써, 혹은 거창하게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우선 당장 결혼을 한다는 사람들을 보면 애국자구나 하는 생각부터 하게 되고, 또 결혼하면서 아이는 안낳겠다든가 혹은 하나만 갖겠다는 사람을 보면 그건 안된다고 타이르는 축에 들었으니 나도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 하는 생각도 갖는다.
어쨌거나 그래서 결혼을 하는 사람들의 청첩장은 당장은 내게 경제적인 부담을 주지만 길게는 진정 반가운 선물이다.

지난 주말에 참석한 결혼식은 내가 지금까지 찾아 다닌 그 어떤 결혼식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건 주례가 없는 결혼식이었다.
일반적인 결혼식은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로 한껏 멋을 낸 신랑신부를 중심으로 대체로 엄숙하게 시작된다.
주례선생님의 진행으로 성혼선언이 되고, 인생선배로서 결혼생활에 도움이 되는 주례사가 들어있다.

그래서 결혼을 하는 사람들은 날짜 맞추고 예식장 잡으면서 주례 선생님을 누구로 할것인지 무척 고민하게 된다. 스승님을 찾아 가서 부탁도 하고, 혹은 회사 사장님께 부탁도 하고, 아니면 오래전의 고마운 분께도 부탁한다.
주례선생님의 학식이나 덕망이나 혹은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더 선호하고, 주례가 빛나 보이는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사실 결혼식장에 다니다 보면 주사가 길면 결혼식이 지루해 지고 산만해지기 시작하면서 참석자들은 주례선생님의 덕담이 무슨 내용인지 잘 기억하지 못한다. 

지난주에 참석한 친척 결혼식장에서 본 주례가 없는 결혼식은 그래서 여러모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주례 없는 결혼식은 아마도 주인공이 들러리가 된 듯 한 일상적인 결혼식의 단점을 보완하는 의미를 가진 것 같다.
이날 결혼식은 주인공인 신랑, 신부를 중심으로 진행이 되었다.
사회자가 주진행자로서의 역할을 맡았고 성혼선언은 신부의 아버지가 해 주었고, 주례선생님의 주례사를 대신해서 부모님들의 덕담, 친구들의 덕담이 있었다. 

신랑 신부의 입장에서 서로에게 하고픈 말, 부모님께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시간 등 내용은 다양했다.
진행자나 참가자 모두가 아마추어 이다 보니까 진행이 조금은 어설펐지만 어설픈대로 더 생생하고 실감나고 감동적이었다.
참가자는 떨기도 하고 말을 더듬기도 하며 어색해 하고, 신부는 감정에 북 받혀서 눈물을 흘리느라고 말이 잘 하지 못하는 등의 모든 모습들이 오히려 정감 있게 다가 왔다.다음엔 또 뭘 하려나? 싶은 기대감으로 결혼식에 집중도 되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결혼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는 느낌이 물씬 드는 시간이었다.

 

결혼식장, 하객은 들러리가 아니랍니다_1
결혼식장, 하객은 들러리가 아니랍니다_1

올해 봄에 시민기자는 전통 혼례식을 구경한 적이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신부측에서는 여성들의 로망인 웨딩드레스는 웨딩촬영을 통해 여러 가지를 입어보고, 사진 촬영도 하니까 결혼식 날 꼭 입어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았고, 남과 다른 특별함을 추구해 전통혼례식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물놀이패가 지나가고 전통 악기가 연주되면서 사모관대를 한 신랑이 청사초롱과 기럭아범을 앞세우고 신부 집에서 허락을 득하고, 연지곤지 찍고 족두리 쓴 신부를 가마 태워 데려오는 전안례로 혼례식을 시작했다.
신랑과 신부가 서로 상대방에게 절을 함으로써 백년해로를 서약한 후, 한 표주박을 둘로 나눈 잔에 술을 나눠 마심으로써 부부의 화합을 기원하는 등의 례를 진행했다.
결혼식이 끝난 후 전통결혼식을 구경한 사람이 더 기분이 좋았을만큼 느끼는 바가 컸던 전통혼례 결혼식이었다. 

그후 이번 가을에는 느닷없이 주례 없는 결혼식을 보니 그 나름대로 의미도 크고 정감 있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더 가족같은 느낌, 친구와 선후배들은 항상 결혼식장에 찾아와 돈 봉투만 주고 가는 그야말로 들러리였는데, 이번 결혼식은 그동안 옆에서 가장 많이 지켜 본 친구 선후배들이 그들의 당부와 진정한 충고와 격려를 담아 전할수 있는 시간을 나눠 갖는 결혼식이어서 보기에 좋았다.

신랑의 한 친구는 결혼하는 신랑에게 정중하게 친구로써 축하의 말을 하다가 맨 끝에서 "이 부러운 놈아, 나를 평생 부럽게 해줘!"라며 좌중을 웃겼다. 얼마나 진솔하고 소박한가.
주인공 따로 관객 따로인 행사가 아니라 신랑 신부가 주인공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이런 주례없는 결혼식.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순간의 큰 의미를 가진 축제라는 생각으로 나만의 개성 톡톡 튀는 결혼식을 기획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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