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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여성이 애국자가 되는 그날을 고대하며
2012-10-29 15:05:59최종 업데이트 : 2012-10-29 15:05:59 작성자 : 시민기자   좌혜경

늦게 결혼한 회사 여직원이 둘째를 낳기 위해 조금 일찍 휴직계를 냈다. 정말 축하한다며 푹 쉬면서 아기 낳을때까지 걱정말고 있으라며 보냈다.
이 직원은 그동안 큰 애를 보육원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었고, 나이가 많으니 둘째를 갖는 것에 대해 내심 노산이 걱정되었지만, 그래도 아이 하나만 가지고는 안된다는 친정엄마의 간곡한 성화(?) 덕분에 둘째를 가진 것이라 했는데 이제 석달 후면 아기를 낳을 것이다.

노산이고, 체력적으로도 부담스러워 아주 일찍 휴직계를 낸 것인데, 회사에서도 다행히 그런 부분에 대해 눈치 주는 경우가 아니라 여직원은 마음 편하게 집으로 떠났다.
한때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둘도 많다, 하나만 낳자"고까지 산아제한을 했던 과거를 생각하면 우리도 참 무지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당시에는 아이가 많아서 걱정이라는 생각을 했을수 있으나 무척 단견이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급격하게 출산 인구가 줄어들자 뒤늦게 아차 싶었는지 이제와서 아기 낳아라고 요란하게 떠들지만 그게 지금은 너무나 힘든 일이 되었다.
아기를 낳을수 없는 요건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엄청난 육아 비용에, 사교육비에, 대학 등록금에, 결혼비용까지...

아이들이 웬수라는 말이 절로 나올 지경이니 아이들을 낳지 않는 것이다. 
아마도 이번에 둘째를 가져서 육아휴직계를 낸 직원 역시 늦게 결혼해서 아이한테 몸과 마음과 경제적 부분까지 죄다 뺏기며 고생하느니 하나만 낳을 생각을 했었을 것이다. 결국 어르신들의 간곡한 주문 덕분에 하나 더 낳기로 해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뒤늦게 깨닫고 여기저기서 아이를 낳으라고 하는게 요즘의 세태다. 
"아기는 국력이다. 출산은 애국이고 여성들은 국보급 애국자다."
주변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언제부터 여성들을 그렇게 높이 치켜세워주셨을까 싶어 은근히 비꼬아주고 싶은게 아기 낳는 여성들의 심정일 것이다. 이렇게 출산에 대해 왠지 딴지(?)를 걸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은 그동안 출산과 육아에 관한한 거의'철의 여인'이 돼줄것을 요구하던 세상이 저출산으로 다급해지니까 뒤늦게 난리 법석을 떨기 때문이라는 생각 탓이다. 

여성들도 정말'애국'하고 싶다. 하지만 역시 뭐니뭐니 해도 육아비용, 즉 직장에 다니는 여성들이 그게 참으로 어려운게 문제가 아닐런지 싶다.
나도 한때 두 아이를 키우면서 이웃집 육아 도우미 아줌마한테 한달에 거의 100만원씩은 들어갔다. 지금이야 그보다 훨씬 많이 필요하겠지만 내가 아이를 키우던 그 당시만해도 이정도면 참 큰 돈이었다. 

모든 여성이 애국자가 되는 그날을 고대하며_1
모든 여성이 애국자가 되는 그날을 고대하며_1

아이 맡겨본 엄마들 마음, 겪어본 사람들은 다 안다. 우리 아이 혹시 우유 굶기지는 않는지, 운다고 때리지는 않는지, 비데오만 틀어주고 있지는 않는지, 수면제 먹여서 재우지는 않는지 등등. 육아 도우미 아줌마는 상전이고 그집 대소사는 물론 아줌마 결혼기념일까지 챙겨야 한다.  정말 '애국자'되는거 장난 아니다.

큰 아이 키우면서 이사는 한두번 다녔나?  큰애를 맡기기 위해 친정 엄마, 어린이집, 친정 언니 등의 손을 거치며, 그때마다 힘들어하는 아이와 함께 씨름을 했다. 결국 둘째아이는 그렇게 방랑생활을 하지 않을려고 돈좀 들여서라도 한곳에서 키우고자 한달에 100만원의 거금을 투자한 것이다. 
여성들은 직장을 계속 다니고 싶지만 육아땜에 도중에 관두면 재취업도 어렵다. 그러니 아이 맡기고 직장에 뛰쳐나가야 하는 것이다. 

나도 큰애 낳았을때 유난히 병치레를 많이 하는 녀석이 안쓰러워 한달 더 쉬겠다고 집에 있었더니 빨리 나올수 없냐는 부장님 독촉 전화에 결국 열흘만에 백기 투항하고 출근했던 추억이 있다.
안그러면 지금쯤 그 책상 주인이 바뀌었을 것이고 나는 아마 지금도 집에서 전업주부로 눌러 앉아 있을지 모를 판이다.

그나마 육아휴직도 있고 나름대로 세상 좋아진 요즘에도 어찌된건지'애국자'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요즘 여성들이 끈질기고 모진 면이 줄어들고 애 낳는것도 힘든거라고 생각해서 그런건가? 
하기사 과거에는 아이를 키워줄 든든한 지원군 이었던 시어머니, 친정 어머니의 '자원봉사'도 이제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분들도 신식이 돼서 힘든거 잘 안할려고 하시며 "네가 알아서 아줌마 사서 키워라"고 하시니 딱히 할말 없다. 

방법은 딱 하나다. 보육시설을 늘리는것 뿐이다. 젖먹이부터 초등학교 들어갈 아이까지 싼값에 키울수 있는 보육시설이 도처에 있다면 아이 낳지 말라고 사정해도 아이를 가질 것이다. 직장 앞에 값 싸고 질 좋은 보육원이 있다면 우리나라 모든 여성들이 다 애국자가 될거라는 확신을 가지며 하루빨리 그날이 오기를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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