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화성에서 남한산성으로 떠난 가을여행
여름휴가로 떠났던 남한산성을 추억하며
2012-10-10 12:05:57최종 업데이트 : 2012-10-10 12:05:57 작성자 : 시민기자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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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행에세이 서적을 좋아 하는 편이다. 피곤한 일상에 지칠 때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데 경제적 여건도 시간적 여건도 모두 따라주지 않을 때 여행 에세이 책을 펼치면 그 답답한 마음이 조금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늘 그런 생각이 드는 것만은 아니다. 남한산성 북문과 남문코스 남한산성의 북문 수어장대로 향하는 길 <남한산성 코스 간략 안내> -남문 코스 ◎ 난이도 '중' ◎ 거리 약 4.7km ◎ 2시간 40분 ◎ 지하철 8호선 산성역 2번 출구로 나와 버스 정류장에서 9번 버스를 탄 후 남문 매표소 앞에서 내리면 되는데 이때 방송에서 남문 매표소라는 안내 방송이 나와도 꼭 산성터널을 지난 후 내려야 한다. 버스에서 내려서 오른편으로 걷다가 다시 왼편으로 걸으면 남문을 만날 수 있는 비석 숲이 나온다. -북문 코스 ◎ 난이도 '하' ◎ 거리 약 3.8km ◎ 1시간 35분 ◎ 지하철 8호선 산성역으로 나와 버스 정류장에서 9번 버스를 탄 후 종점인 산성 로터리에 내리면 된다. 산성 로터리에서 북문까지 이어지는 길에 음식점이 쭉 늘어서있다. 남한산성은 경기도 광주시 중부면 산성리 남한산에 있으며 조선시대의 산성이다. 북한산성과 함께 더불어서 서울을 남북으로 지키는 산성중의 하나였다고 한다. 북문은 병자호란 당시 기습 공격을 감행할 때 사용하던 문이란다. 패전의 경험이 있는 곳이기도 해서 그때를 잊지 말자고 해서 '전승문'이라 칭하기도 했단다. 수어장대로 향하는 길목에서 나는 계속해서 의자가 있으면 앉아서 물도 마시고 드문드문 생각나는 글도 쓰고 책도 읽었다. 누군가가 말했다. "산에서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그 속에는 약간의 조급함이나 불한감도 없다." 워낙 길치이기 때문에 처음 오는 길이라 아이들을 이끌고 열심히 인솔하던 선생님 한분에게 이 길이 북문 코스가 맞느냐고 물어보았다. 자기들도 북문으로 가는 길이라며 앞으로 함께 쭉 같이 갈 것 같은데요 라고 친절하게 대답해주시던 선생님. 혹시라도 이 글을 읽게 된다면 감사의 말을 늦게나마 전하고 싶다. 고마운 선생님 덕분에 산성로터리부터 북문, 수어장대, 남문, 마지막 유원지 입구로 나오는 코스를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 남한산성은 교과서 밖의 병자호란을 맛볼 수 있는 곳 역사 교육의 살아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둘레만 해도 무려 8000미터가 넘는다고 한다. 처음 가본 곳이라 낯설기도 했을 법한데 나는 너무나도 친숙했다. 그 이유는 늘 자주 보는 수원화성 성곽의 아빠 같았기 때문이리라. 산의 능선을 닮은 단단한 성, 너무나도 고요한 이곳에서 쓰라린 역사의 아픔이 있었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한 시간 반이면 충분 하다고 했던 북문 코스가 내게는 두 배 이상이 걸렸다. 여름 휴가 이니 만큼 쉬고 싶을 때 쉬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책 읽고 싶을 때 읽고 글을 쓰고 싶을 때 쓰니 시간이 훌쩍 지나간 것이다. 북문 코스를 걸으며 느낀 것은 화장실이 참 많았다는 것이다. 생각나는 화장실만 해도 3군데나 되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여자 혼자 걸어도 참 괜찮았던 구간인데 아주 편한친구와 함께 단둘이 대화를 하며 이런저런 걷기에도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생뚱 맞는 소리지만 가끔 난 소개팅을 카페가 아닌 이런 둘레길에서 하고 싶다. 왜 누군가가 좋은 사람인지를 알고 싶다면 그 사람과 오래 걸어보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늦게 따라온 영혼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것만 같은 시간을 선사해주었던 무더운 내 여름날의 이열치열 등산은 그렇게 끝이 났다. 얼마 전 읽은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책에서 좋은 글귀를 발견했다. '힘들면 한숨 쉬었다가요.'라는 시의 한 단락이다. 병가내고 며칠 훌쩍 여행을 떠나요. 경춘선을 타고 춘천으로 가도 좋고 땅끝 마을의 아름다운 절 미황사를 가도 좋고 평소에 가고 싶었던데 못 가봤던 곳, 그런 곳으로 혼자 떠나요. 가을. 어디론가 홀연히 떠나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사람들로 북적거리지 않고 멀지도 않은 곳 뚜벅뚜벅 아무 생각 없이 걷기 좋은 곳 '남한산성'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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