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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에서 남한산성으로 떠난 가을여행
여름휴가로 떠났던 남한산성을 추억하며
2012-10-10 12:05:57최종 업데이트 : 2012-10-10 12:05:57 작성자 : 시민기자   이소영

난 여행에세이 서적을 좋아 하는 편이다. 피곤한 일상에 지칠 때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데 경제적 여건도 시간적 여건도 모두 따라주지 않을 때 여행 에세이 책을 펼치면 그 답답한 마음이 조금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늘 그런 생각이 드는 것만은 아니다. 

전국 전 세계를 마음껏 여행하고 다니는 여행 작가들을 보면 '팔자 한 번 좋네.'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펼치는 이유가 뭘까. 그 진정한 이유는 옛날에 신혼부부 첫날밤 신방에 창호지에 손가락으로 구멍 내는 것 마냥 훔쳐보는 스릴과 재미가 있어서 인 것 같다. 무엇을 훔쳐보느냐. 다름 아닌 작가의 생각이다. 긴 여행 이던 짧은 여행 이던 '여행' 그 자체는 사람을 변화 시킨다. 작던 크던 무언의 깨달음이 있고 좀 더 멋진 의미를 부여하자면 '자기 성찰'을 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여행 에세이'가 여행 중 그리고 여행 후 작가의 정리된 생각 노트라고 생각한다. 내가 피차 느끼지 못했던 여러 생각들을 책에서 발견하고 관찰할 때는 창호지를 뚫어 신혼부부를 훔쳐본 선비마냥 기분이 좋아진다. 헌데 여행 작가가 쓴 에세이로 감정 충족이 안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내 핸드폰 사진을 뒤적거린다. 

나는 사소한 것도 핸드폰 사진기로 순간순간을 찍어 간직하는 편이다.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 없으니 사진으로나마 과거의 시간을 추억하고 싶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어제는 잠이 안와 모두가 잠든 새벽 조용히 핸드폰 사진을 보고 있었다. 막무가내로 넘기다 여름휴가로 다녀왔던 남한산성 사진에서 손이 멈췄다. 
올 8월. 중국 상해를 갈까 완도에 있는 청산도를 갈까 고심 끝에 마음의 여유는 가까운 곳에서 먼저 찾아보자하여 다녀왔던 곳이다. 초록잎이 참 싱싱했던 나무들, 남한산 자락에 있던 남한산 초등학교. 

그러고 보니 벌써 가을이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이 언제였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 해질 만큼 가을이 와버렸다. 제법 쌀쌀한 바람이 곁을 스쳐가니 그토록 오기를 바랐던 가을인데 여름이 또다시 그리워진다. 그리운 마음을 달래볼 길이 없을까 하니 갑자기 글을 쓰고 싶어졌다. 
이미 지나간 여름이지만 사진과 함께 글로써 남한산성을 소개하기도 하며 또 개인적으로 그날을 추억하며 그렇게 여름을 보내 버리고 이번 주말 시민기자들과 함께 갈 전주와 통영에 가야겠다 싶다. 

남한산성 이야기를 그럼 지금부터 시작해본다. 
남한산성을 여름휴가로 선택했던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구지선 작가의 '여자를 위한 친절한 등산 책'에 나온 그녀의 남한산성 등산기를 보고서였다. 그녀의 크고 작은 생각과 깨달음이 어느새 나의 발걸음을 중국이 아닌 완도가 아닌 지하철 8호선 '산성역'에 이르게 한 것이다. 

지하철 8호선 산성역 2번 출구로 나와 조금만 걸어 내려와서 9번 버스를 타면 남한산성의 남문과 북문 코스가 나온다. 버스 배차간격은 10분. 원래 처음 정했던 코스는 '남문'이었다. 
그러다가 너무 더워서 오래 걷는 것은 무리일 듯 해 비교적 쉬운 코스인 '북문'을 선택했다. 수원에도 남문과 북문이 있어서 더 없이 친숙했다. 남문 코스와 북문 코스를 간단히 소개해본다. 

수원화성에서 남한산성으로 떠난 가을여행_1
남한산성 북문과 남문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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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에서 남한산성으로 떠난 가을여행_2
남한산성의 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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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에서 남한산성으로 떠난 가을여행_3
수어장대로 향하는 길

<남한산성 코스 간략 안내> 

-남문 코스 
◎ 난이도 '중' 
◎ 거리 약 4.7km 
◎ 2시간 40분 
◎ 지하철 8호선 산성역 2번 출구로 나와 버스 정류장에서 9번 버스를 탄 후 남문 매표소 앞에서 내리면 되는데 이때 방송에서 남문 매표소라는 안내 방송이 나와도 꼭 산성터널을 지난 후 내려야 한다. 버스에서 내려서 오른편으로 걷다가 다시 왼편으로 걸으면 남문을 만날 수 있는 비석 숲이 나온다. 

-북문 코스 
◎ 난이도 '하' 
◎ 거리 약 3.8km 
◎ 1시간 35분 
◎ 지하철 8호선 산성역으로 나와 버스 정류장에서 9번 버스를 탄 후 종점인 산성 로터리에 내리면 된다. 산성 로터리에서 북문까지 이어지는 길에 음식점이 쭉 늘어서있다. 

남한산성은 경기도 광주시 중부면 산성리 남한산에 있으며 조선시대의 산성이다. 북한산성과 함께 더불어서 서울을 남북으로 지키는 산성중의 하나였다고 한다. 북문은 병자호란 당시 기습 공격을 감행할 때 사용하던 문이란다. 패전의 경험이 있는 곳이기도 해서 그때를 잊지 말자고 해서 '전승문'이라 칭하기도 했단다. 

수어장대로 향하는 길목에서 나는 계속해서 의자가 있으면 앉아서 물도 마시고 드문드문 생각나는 글도 쓰고 책도 읽었다. 누군가가 말했다. "산에서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그 속에는 약간의 조급함이나 불한감도 없다." 

워낙 길치이기 때문에 처음 오는 길이라 아이들을 이끌고 열심히 인솔하던 선생님 한분에게 이 길이 북문 코스가 맞느냐고 물어보았다. 자기들도 북문으로 가는 길이라며 앞으로 함께 쭉 같이 갈 것 같은데요 라고 친절하게 대답해주시던 선생님. 혹시라도 이 글을 읽게 된다면 감사의 말을 늦게나마 전하고 싶다. 고마운 선생님 덕분에 산성로터리부터 북문, 수어장대, 남문, 마지막 유원지 입구로 나오는 코스를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 

남한산성은 교과서 밖의 병자호란을 맛볼 수 있는 곳 역사 교육의 살아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둘레만 해도 무려 8000미터가 넘는다고 한다. 처음 가본 곳이라 낯설기도 했을 법한데 나는 너무나도 친숙했다. 그 이유는 늘 자주 보는 수원화성 성곽의 아빠 같았기 때문이리라. 산의 능선을 닮은 단단한 성, 너무나도 고요한 이곳에서 쓰라린 역사의 아픔이 있었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한 시간 반이면 충분 하다고 했던 북문 코스가 내게는 두 배 이상이 걸렸다. 여름 휴가 이니 만큼 쉬고 싶을 때 쉬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책 읽고 싶을 때 읽고 글을 쓰고 싶을 때 쓰니 시간이 훌쩍 지나간 것이다. 북문 코스를 걸으며 느낀 것은 화장실이 참 많았다는 것이다. 생각나는 화장실만 해도 3군데나 되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여자 혼자 걸어도 참 괜찮았던 구간인데 아주 편한친구와 함께 단둘이 대화를 하며 이런저런 걷기에도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생뚱 맞는 소리지만 가끔 난 소개팅을 카페가 아닌 이런 둘레길에서 하고 싶다. 왜 누군가가 좋은 사람인지를 알고 싶다면 그 사람과 오래 걸어보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늦게 따라온 영혼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것만 같은 시간을 선사해주었던 무더운 내 여름날의 이열치열 등산은 그렇게 끝이 났다. 얼마 전 읽은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책에서 좋은 글귀를 발견했다. '힘들면 한숨 쉬었다가요.'라는 시의 한 단락이다. 
병가내고 며칠 훌쩍 여행을 떠나요. 경춘선을 타고 춘천으로 가도 좋고 땅끝 마을의 아름다운 절 미황사를 가도 좋고 평소에 가고 싶었던데 못 가봤던 곳, 그런 곳으로 혼자 떠나요. 

가을. 어디론가 홀연히 떠나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사람들로 북적거리지 않고 멀지도 않은 곳 뚜벅뚜벅 아무 생각 없이 걷기 좋은 곳 '남한산성'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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