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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 받으려고 여기까지 온 줄 알아?
한 택시기사 때문에 '나쁜 택시'고정관념이 생겼어요
2012-10-10 15:59:57최종 업데이트 : 2012-10-10 15:59:57 작성자 : 시민기자   김수지

얼마 전 한 방송국에서 하는 특강쇼에 모델 '강승현'이 나왔다. 
강승현은 포드 모델대회에서 1위를 한 이후로 굉장히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고,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모델 중 한 명이다. 
그런 그녀가 말하길, 대회에서 1등할 수 있었던 비결은 동양적인 얼굴, 멋스러운 몸매가 아닌 '성격'이라고 얘기했다. 외적인 아름다움이 중요한 모델에게 우승 비결이 '성격'이라니, 굉장히 아이러니 했다. 

그녀는 어디서나 당당한 성격, 구성원들과 어울리려는 친화력, 긍정적인 그녀의 밝은 성격이 우승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했다. 이때는 그녀가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해서 처음엔 약간 기가 죽기도 하고, 서양의 다른 참가자들과 잘 어울리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던 중 그녀가 든 생각은 '나는 한국어, 영어, 2개 국어를 하는데 저들은 영어밖에 못 하잖아. 내가 더 잘 났어~ 당당하자!'와 함께 '그리고 저들이 살면서 한국인은 나만 만나고 죽을 수도 있을 텐데, 나로 인해 한국인이 당당하지도 않고 별로라고 생각하게 만들 수는 없다.'였다고 한다. 
유창한 영어실력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고, 이런 그녀를 살펴 본 관계자들은 그녀의 긍정적인 성격과 생명력을 높이 샀고 그녀는 우승했다. 

나는 이런 그녀의 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긍정적인 성격과 더불어 그녀의 강한 책임감도 느낄 수 있었다. '나 하나쯤이야'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그녀 스스로가 한국의 얼굴임을 인지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참가자들이 한국에 대해서도 좋은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1만원 받으려고 여기까지 온 줄 알아?_1
1만원 받으려고 여기까지 온 줄 알아?_1

우리가 가수 싸이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이유 중 하나도 세계인들에게 인기를 얻는 한국의 얼굴이라서가 아닐까. 외국인을 만났을 때,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따라 그들이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그녀의 말을 듣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의 사건을 겪고 나니,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대표하는 하나의 얼굴'이라는 생각이 확연하게 들었다. 
나 또한 한국의 얼굴이고, 우리 가족의 얼굴이고,(자식이 잘못 행동하면, 부모님께서 욕을 듣지 않는가.) 내가 다닌 학교의 얼굴이고, 내가 일하는 직장의 얼굴이고, 내 친구들의 얼굴(유유상종) 등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주위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큰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생각을 확고하게 해 준 그 사건을 '택시기사와 분실핸드폰 사건'이라고 이름하고 싶다. 
나는 밥을 먹으러 가기 위해 평소에는 잘 이용하지 않던 택시를 타고 친구와 식당에 갔다. 밥을 먹고 나니 핸드폰이 사라진 것을 알았고, 전화해보니 나의 핸드폰은 택시 아저씨가 받으셨다. 

식사를 하고 계신다고 해서 우리가 가겠다 말씀드렸지만,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던 기사 분께서는 흔쾌히 오시겠다하였다. 죄송하고 고마운 마음에 요금을 찍으면서 오시라고 했고, 어느 정도 사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택시비로 해도 1만원은 안 나올 것 같았고, 물건 찾아주는데 무슨 돈까지 오가나 싶어서 마실 것을 준비하려다가 택시비로 1만원을 준비했다. 

사실 나는 물건을 찾아주고도 돈을 받아본 적이 없기에 만원도 괜히 드리는 것이 아닌가, 물건 찾아주었다고 돈을 드려서 기분이 상하시는 게 아닌가 노심초사 했다. 택시가 도착하고 감사하다고 말씀 드리며 1만원을 드리니 아저씨께서는 노골적으로 1만원이 뭐냐며, 1만원 받으려고 내가 여기까지 온 줄 아냐며 불쾌해하시며 말씀하셨다. 
2만원을 더 얹어서 3만원을 드린 후에 집에 오면서, 나는 더 많은 돈을 노골적으로 요구하셨던 택시 아저씨의 태도에 엄청난 씁쓸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 물건을 찾아주면 당연히 사례비를 요구할 수 있는 사회가 된 것일까... 여태까지 사례비를 요구한 적도, 요구당해 본 적도 없는 나로서는 그 아저씨의 태도가 굉장히 충격이었다. 그런 나에게 친구는 택시여서 어느 정도 각오를 했다고 했고, 인생 수업료를 냈다 생각하라며 위로해주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택시에 대해 안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운전을 할 때도 신호위반과 끼어들기를 일삼고, 교통사고로 걸리면 된통 당하기 때문에 피해야한다고 들었다. 그래도 나는 모든 택시 기사들께서 그러진 않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을 통해서 나는 택시를 이용하기가, 택시 기사들이 두려워졌다. 그리고 요새는 지나가는 택시의 빨간불만 봐도 사실 기분이 좋지 않고 택시를 탈 생각이 잘 안 든다. 물론 좋은 택시 기사들도 많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택시를 자주 이용하지 않는 나에게는 그 기사 아저씨께서 택시의 얼굴이 된 것이다. 이 일을 겪고, 한국인의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당당하게 행동했다는 강승현 씨의 말을 생각해보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하자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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