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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이렇게 큰 고구마가?
고구마를 캐다가 성인 남자 종아리만한 크기의 고구마를 캔 날
2012-10-10 21:06:15최종 업데이트 : 2012-10-10 21:06:15 작성자 : 시민기자   최희연

이제 본격적인 가을 비가 내리면서 날씨가 급격히 하강 한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비가 오기 전에 고구마 수확을 해야겠다는 신념 하나로 열심히 고구마를 캐서 돌아왔다. 고구마를 심어 놓은 밭이 있는데, 이 밭은 남의 것도 아닌 우리 집이 소유한 텃밭이었다. 

원래 밭에 작물을 심는다는 자체를 생각 하지도 않으셨는데, 우연히 아버지의 친구께서 작은 밭을 사자고 제안을 하셔서 작은 텃밭을 부모님과 부모님 친구 분이 반씩 내고 사셨다. 
그렇게 해서 갖게 된 밭에 고구마를 심었는데, 고구마가 풍성하게 달릴 시기에 맞춰 캐러 다녀왔다. 오늘은 날씨가 어제보단 흐리고 햇빛이 덜 비춰서 고구마 캐기에는 안성 맞춤 이었다. 

어릴 적에는 고구마가 나무에서만 자라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아주 어렸을 때 슈퍼를 가면 흙이 묻어 있지 않은 깔끔한 고구마들이 비닐 봉지에 쌓여 있었고, 그램으로 파는 고구마들도 깨끗하게 나온 것들을 많이 봐서, 흙 속에서 자랄 것이란 생각은 못 했다. 
동화 책에서도 고구마가 자라는 과정을 본 적이 없으니 마냥 사과처럼 대롱 대롱 매달려 있는 것인 줄 알았다. 

가끔씩 흙이 묻은 고구마는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 처럼, 잘못 하다가 흙이 있는 바닥에 떨어져서 묻은 것인 줄로만 알았던 어리석은 옛날을 떠올려 보면 부끄럽다. 흙 내음이 진한 차가운 냉기가 도는 흙 속에서 주먹 만한 크기로 자라기 위해 인고를 시간을 버텼을 고구마가 기특하기도 하다. 

여러 가지 모양을 했고 크기도 각기 다른 고구마들이 줄줄이 흙 속에서 나왔다. 한 줄은 밤 고구마를 심고, 또 다른 한 줄은 호박 고구마를 심어서 한 번에 두 가지 종류의 고구마를 맛 볼 수 있게 했다. 개인적으로 텁텁한 맛이 강한 밤 고구마 보다는 물렁한 호박 고구마가 훨씬 달고 맛있어서 아버지께 부탁 드렸다.

내년에는 호박 고구마만 모두 심자고...그렇지만 아버지는 나의 제안을 거절 하셨다. 왜냐하면 호박 고구마는 밤 고구마 보다 수확량이 확연하게 적다는 것이었다. 호박 고구마만 100%를 심어도 수확하는 양은 전체의 70%밖에 안 될수도 있기 때문에 위험한 도전은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수확 하는 고구마 양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한 줄씩 다른 종류의 고구마를 골고루 심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보기만 해도 호박 고구마 보다는 밤 고구마가 더 튼실해 보이고 겉도 딱딱했다. 실제로 고구마를 캐면서 노란빛이 도는 호박 고구마 보다는 밤 고구마가 더 많이 나왔다. 
일단 땅을 파는데로 고구마가 딸려 나오니까 행복했는데 오늘 잊지 못할 일을 겪었다. 

그것은 바로 나의 발바닥 보다 더 큰 밤 고구마를 캤는데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봤던 고구마 중에 크기가 가장 컸다. 캘 때 호미 끝에 걸리던 느낌이 예사롭지 않던 고구마였는데 일반 고구마들을 6개정도 합쳐 놓은 크기였다. 성인 두 세명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 양이었다. 

헉, 이렇게 큰 고구마가?_1
헉, 이렇게 큰 고구마가?_1

그 누구도 아닌 내가 직접 내 손으로 캐낸 고구마인데, 한 번에 쪄서 먹을 큰 용기도 없어서 아직 시식을 보류한 고구마이다. 솔직히 작은 고구마 보다는 당도 면에서 떨어져서 맛이 별로 없을 것 같다. 굵기가 남성의 종아리만해서 분해해서 찜통에 넣지 않으면 속 안까지 확실하게 익기도 힘들 것 같다. 

묻은 흙을 떼어 내기 위해 성심성의껏 닦은 뒤에 내 방에 모셔 놨다. 그런데 왠지 비정상적으로 큰 밤 고구마가 먹기 아깝다. 미칠 듯이 고구마가 먹고 싶지 않은 이상 이 고구마는 관상용으로 둬야겠다고 합의를 봤다. 용기에 담아 놓으면 새싹이 자라 올라 올테니까, 이쯤에 고구마 키우는 기쁨도 맛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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