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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련한 운전자의 필수 덕목은 '양보'
그리고 30초의 여유
2012-10-20 13:01:14최종 업데이트 : 2012-10-20 13:01:14 작성자 : 시민기자   오새리
노련한 운전자의 필수 덕목은 '양보'_1
노련한 운전자의 필수 덕목은 '양보'_1

'밥 하다 나왔어요'
'뒤에서 경적 울리면 급후진 합니다'
'3시간째 직진중'

이게 무슨 글귀인지 운전하시는분들은 금세 아실 것이다. 초보 운전자들이 붙이고 다니는 애교 섞인 문구이다. 그래서 이런 문구를 본 매너 있고 노련한 운전자들은 양보도 해주고 배려도 해 준다.
그렇지만 일부 개중에는 이런 초보들을 마구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기도 한다. 

한번은  퇴근길에 고색동 사거리에서 접촉 사고를 낸 승용차 두 대가 길을 막고 서서 서로 잘했네 잘못했네 옥신각신 다툼 하는걸 목격했다.
"아저씨, 그렇게 느닷없이 끼어들면 어떻게 해요?"
"아니, 이 아줌마가 어따 대고 큰소리야? 내가 깜빡이 넣고 들어 가면 아줌마가 당연히 양보를 해줘야 하는거 아냐? 그런데 무작정 직진을 하니까 사고가 난거지!"
"누가 무작정 직진했다고 그래요? 그리고 차가 직진하지 후진합니까? 직진차 생각도 안하고 무조건 끼어 들어온 아저씨가 잘못이죠. 내가 옆만 보고 달려요?"
"정말 보자보자 하니까. 당신 초보잖아. 차는 왜 끌고 나왔어?"

초보 운전자인 한 주부와, 무작정 반말부터 쏘아 붙이는 어떤 중년의 남성.
누가 잘못 했는지는 담당자들이 알아서 조사하면 나오겠지만, 사고를 당한 같은 아줌마 입장에서 보니 그래도 운전이 노련한 아저씨가 조금 더 배려하고 양보 했으면 사고가 안났을것 같았다.

아저씨의 주장대로 초보인걸 뒤에다 대문짝만하게 붙이고 가는 운전자였다는걸 알았으니 미리 방어 운전을 해야 했고, 그 차가 빠져 나간 뒤에 진입을 하는게 좋지 않았을까?
하지만 초보인 아줌마 차 앞으로 웬 차가 불쑥 끼어드니 브레이크 잡을 겨를조차 없이 엉겁결에 당황한 나머지 그대로 박은듯 했다. 나도 초보때는 이런 사고를 당해봐서 그런 생각이 더 들었다.

마침 옆에 수퍼가 하나 있길래 조미료 한통 사 가지고 나와 보니 그 두사람은 여전히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또 든 생각. '왜 싸울까?'
서로 일부러 그런게 아니니, 그냥 양쪽의 보험사 직원을 부르면 서로 알맞게 책임 소재를 가려서 처리를 해줄텐데... 저렇게 목숨 걸고 핏대 높혀서 싸워봤자 정말이지 남는거 하나도 없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나도 남의 일이 아닌것 같아 그 두사람을 지켜봤다. 

"이, 아줌마가 운전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차를 끌고 나와서 큰소리야?"
이젠 반말에 험악한 모욕적 언사를 사용하는 남자 아저씨. 거기에 질세라 아줌마 역시 "당신이 운전을 똑바로 해야할거 아냐? 눈이 삐었나?"라며 맞대응을 했다. 아줌마도 더 이상 상대방의 반말 투에 참을성이 다했던 모양이었다.

'삐뽀~삐뽀~' 그 직후 결국 신고를 받고 보험사 차량이 견인차와 함께 출동한걸 보면서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 두사람은 어떤 식으로 처리됐는지 모른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그런 싸움을 한두번 본게 아니다. 길거리 운전자뿐만 아니라 매사에 서로의 주장을 내세우며 다투고, 헐뜯고, 욕하며 심지어 주먹다짐에 칼부림까지 서슴치 않는 세상. 삭막하고 험악하다.

더군다나 상대방이 초보운전자라면 그 자체를 인정해 주고 받아 주는 여유조차 없다. 누구나 태어날때부터 운전을 한게 아니고, 운전대를 잡는 순간부터 베스트 드라이버가 아닌데. 하물며 '초보' 딱지를 대문짝 만하게 붙이고 가는걸 뻔히 보았으면서도.

사람이 살다보면 끊임없는 결정의 순간을 맞게 된다. '30초 규칙'이란 말이 있는데 이것의 유래는 미 대중연설가인 호아킴 데 포사다라는 사람이 '마시멜로 이야기'라는 저서에서 처음으로 인용하였던 말이다.
즉 어떤 일을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 섰을 때 딱 30초만 생각하라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험악한 표현을 내뱉기 전 30초만, 술을 마신채로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운전대에 앉기전 30초만,   길을 걷다가 주위를 살펴봐도 휴지통이 없어서 손에 쥔 쓰레기를 길거리에 버리기 전 30초만, 사소한 일로 혹은 술김에 누군가와 다투게 된 경우 등 잠깐 30초만 더 생각하고 행동을 한다면 충분히 자제할 수 있고 후회하거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일은 없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그날 접촉사고를 낸 운전이 노련한 아저씨는 딱 30초만 생각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다. 
"저 아줌마가 초보이까 내가 저 차 뒤로 들어가야겠다"라면서 굳이 그 차 앞으로 들어가려는 욕심을 버렸다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초보 딱지를 못 보았더라도 깜빡이 넣고 30초 더 생각하며 안전하게 천천히 진입했다면 사고는 막을수 있지 않았을까. 또한 사고 직후 다짜고짜 큰소리내며 상대방에게 윽박지르기보다 30초 더 생각한 뒤 "어디 다치신데는 없어요?"라며 상대방의 부상여부부터 물어봐 주는 배려심은 왜 없을까.

차 사고로 다툰 두 어른들은 가정에 돌아가면 다 큰 자녀들이 있을것이고 존경스런 엄마 아빠일것이다. 그런분들이 길 한복판에서 입에 담기 힘든 험악한 소리를 해가며 다투다가 돌아갔으니 왼종일 불쾌하고 기분나쁠 것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결정과 결단의 순간이 있다. 매 순간의 결정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매사에 30초만 더 생각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자. 그러면 다투고 갈등하고 불쾌함을 나눠 갖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특히 운전 좀 하시는 분들, 초보 운전자 앞에서는 하해와 같이 넓은 아량을 배풀어 주는 매너를 발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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