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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 힘든 윷놀이 대박사건, 그 '게임의 법칙'
2012-10-02 15:04:30최종 업데이트 : 2012-10-02 15:04:30 작성자 : 시민기자   장영환

추석 전날, 온 가족이 모였다. 추석 연휴가 총 3일이니 연휴 첫날 모든 가족이 다 모였을때 기분이 가장 좋고 설레고 반갑고 그렇지 아니한가.
그리고 추석 당일에는 차례 지내고, 성묘 다녀 오고, 집으로 찾아 오는 손님맞이 한 뒤 점심식사 직후 오후 두세시쯤에는 꼭 가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처갓집이다.

아울러 우리 집에는 누님과 여동생 부부가 내려오는 식으로 서로간의 '임무교대'가 이뤄지는게 우리의 요즘 명절 시스템이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중에 뼈 있는 말이 있다. "명절날 처갓집에 안 가면 이혼 사유다"라는 말. 정말 우스갯소리라지만 아내의 친정에는 꼭 가는게 당연하다.

그래서 온가족이 둘러 앉아 명절 기분 제대로 내려면 결국 연휴 첫날 밤이 가장 적격이다.  멀리서 내려오는 가족을 만나 반기고 재회하는 기쁨과 설레임이 겹쳐 더욱 그렇거니와 추석 당일에는 그렇게 기분을 나눌 여유도 사실은 없다. 
이런저런 일정에 따라 움직이며, 가끔씩 바쁜 일이 있는 형제들은 차례가 끝나자마자 생업의 현장으로 달려가야만 하는 경우도 있으니.

우리 집에서는 명절 전야에 다같이 모여 식사 뒤 차 한잔씩 마시고 나서 윷놀이를 시작했다. 
윷놀이가 설때만 하는 것은 아니기에 우리집에서는 항상 추석때도 고스톱 대신 부모님이 한팀, 형님 부부가 한팀, 우리집 부부가 한팀, 동생네 부부가 한팀 이렇게 4개팀으로 나눠 각자 2만원씩 걸고 윷놀이를 한 것이다.
윷놀이를 하는 동안 "도야" "모야" "이거 잡아 저거 잡아" "저걸 죽이고 가야지, 네것만 나가려고 하면 어떻게 해"

 

믿기 힘든 윷놀이 대박사건, 그 '게임의 법칙'_1
믿기 힘든 윷놀이 대박사건, 그 '게임의 법칙'_1

"야, 막내. 너는 저기 가서 기다려. 저거 나가면 게임 끝이야"라며 말을 쓰는 동안에도 시끌벅쩍 난리가 났다. 
무조건 1등 팀이 걸린 돈을 전부다 먹는 방식이니 2등이 있을수 없었고, 그러다 보니 1등에 가장 근접한 팀을 견제하느라 순간적으로 부모 자식간의 정도 사라지고, 형제간의 우애도 사라지고 완전 전쟁터 같았다. 전략적 제휴에, 이합집산에 심지어 한시적 연대(?)까지 난무하는 윷놀이판이었다. 그 자체로 흥미진진했다. 

적은 돈이지만 타이틀이 걸려있으니 어쨌거나 이겨 보려는 피튀기는 싸움터 같았다. 너무나 유쾌하고 재미있었다. 옆에서 스마트폰 가지고 놀던 아이들이 죄다 쫓아와서 구경을 하면서 엄마 아빠들을 응원을 할 정도였으니까.
결국 첫판은 동생네가 먹었고 둘째 판은 어머님 아버님팀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유쾌하게 두판이 끝났지만  당연히 한판도 먹지 못한 형님네와 우리 부부는 은근히 약이(?) 올랐다. 

여기서 승부욕 강한 나의 긴급 제안. 
이번에는 5만원씩 걸고 마지막으로 한판만 더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아버님은 "둘째가 돈독이 올랐구나. 허허"라시며 웃었다. 어머니는 그렇게 큰 돈을 걸고 왜 하냐며 은근히 걱정도 하셨다. 
이미 한판 돈을 따낸 동생네 제수씨는 5만원이라는 말에 슬쩍 겁을 내는 눈치였다. 결국 진짜 5만원씩 걸고 마지막 한판을 더 놀기로 결정이 났다.

운명의 한판 더. 승리를 하는 순간 15만원이 한몫에 들어오는 대형 게임이었다.
드디어 첫 번째 출발자인 동생네 제수씨가 윷을 던지는걸 시작으로 3번째 게임에 들어갔다. 엎치락 뒤치락, 앞서거니 뒤서거니, 조금만 앞에 있거나 말판에 상대방 것이 있으면 무조건 잡고 가는 식으로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시간이 흘러 운명의 순간이 다가 왔다. 나는 3개의 말을 빼냈으나 마지막 남은 한 개는 말판에 올라가지도 못한 상황이었는데 형님네는 마지막 말이 먹여져 있었다. 윷놀이에서 말이 먹여져 있다는 것은 코스의 맨 마지막 칸에 올라가 있다는 뜻 아닌가. 
거기서 도만 낳아도 게임은 끝이 난다. 완전 절망적인 상황이었고 형님네는 이미 승리를 자축하며 걸린 돈에 입맞춤까지 해 가면서 난리가 났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 아내의 차례가 되었다. 말판에는 '도'의 자리에 동생네 마지막 말이 올라가 있었지만 동생네도 사실상 자포자기 상태였다. 
행여나 하느님이 보우하사 형님네가 3연속 혹은 5연속 '툇도'를 던지지 않는 이상 게임은 끝난거였다. 아마도 5연속 툇도를 던지려면 그게 확률상 몇십만분의 1, 혹은 몇천만분의 1쯤 되지 않을까.

그런데, 그런데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이 상황을 영화나 드라마로 찍으면 거짓말이라며 현실성이 없다고 할 일이었다.
윷가락을 잡은 아내가 절망적인 심정으로 힘없이 던졌는데 그게 도가 되었다. 그 덕분에 말판에 놓여진 동생네 것을 잡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서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형님네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였고 확률상 정말 일어나기 힘든 일이 벌어진 것이다.

도를 던져 동생네 도를 잡은 아내가 다시 던진 윷은 놀랍게도 '툇도'가 나온 곳이다. 즉 도만 나와도 게임을 끝낼수 있는 위치에서 순서만 기다리던 형님네의 먹여진 마지막 말을 아내가 도에 이어 툇도를 던져 순식간에 그걸 잡아버린 것이다.
우리 마지막 말은 가장 골찌의 위치에서 단 한방에 대역전극의 드라마를 펼치며 아내는 마지막 순간에 아예 모를 던지는게 아닌가.
"와아~~~~ 와아~~~~"

도만 나와도 끝날 게임에 모까지 던져 완전 피날레를 장식한 아내를 나는 부모님이 보는 앞에서 끌어안고 난리를 쳤다. 시골집 무너지지 않은게 다행이었다. 형님네는 허탈함에 말을 잇지 못했다. 게임은 그렇게 끝이 났다. 한마디로 대박이었다.

우리 부부는 그 돈을 모두 모아 어머님 아버님께 드렸다. 맛있는거 사 잡수시라고. 그리고 그 돈은 큰 형님이 드리는거라며 다같이 박수치고 웃었다.
'끝까지 마음을 놓지 마라, 승부는 아직 끝난게 아니다'
참 절묘한 게임의 법칙이다.  내년 설날에도 대박 한번 더 놀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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