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네가 사춘기면 난 오춘기다
주부의 갱년기를 확 쫓아버리자
2012-10-08 15:31:45최종 업데이트 : 2012-10-08 15:31:45 작성자 : 시민기자   최순옥
"얘, 너는 엄마 말을 귀로 듣냐, 귓등으로 듣는거냐? 아니면 엄마가 하는 말은 죄다 구워먹냐? 무슨 애가 그리도 말을 안듣는거니?"
나는 그동안 꾹꾹 눌러 참았던 말들을 작심하고 딸 아이에게 쏘아 부쳤다. 나도 억눌렸던 것이 일순간에 터져버리고 만 것이다
"그럼, 엄마는 나한테 뭘 잘해준게 있어? 애들 노는데 언제 한번 '그래 갔다와라'하고 속시원하게 말해준적 있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캐묻고 못믿고 그랬잖아. 친구들이 나한테 뭐라고 하는줄 알아? 불쌍하대. 교도소에서 사는거 같대. 그래서 숨막혀서 어떻게 사느냐고 해. 엄마는 내가 그렇게 지내는거 몰라서 그래? 나도 숨막힌단 말야..."
"뭐?"

딸내미의 반격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시험 끝나고 친구들은 돈 걷어서 빕스도 가고 노래방도 가고 그래. 엄마 딸만 시험 끝나고 집에 와서 라면 끓여 먹거든. 노래방에 가서 스트레스 풀고 온 아이들은 전부 불량학생인줄 알어? 우리반에서 1등 하는 애가 노래방 제일 좋아 하거든! 엄마는 왜 엄마 식대로만 생각하는데? 왜! 맨 날 엄마 마음대로 하냐고!"

큰 딸아이 볼맨 소리는 쉴새없이 터져 나왔다. 나도 한숨 고르고 눈 한번 감았다 떠 보지만 화가 좀처럼 삭여지지 않는다.
큰 딸아이도 독기 오른 뱀처럼 고개를 곧추 세우고 그 작은 눈으로 날 내려다 보고 있다.
그 작은 턱을 높이 쳐들고 두 팔을 꼬아 겨드랑이에 낀 채 씩씩거린다. 그 모양이 하도 우스워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 피식 웃는다.
그 때 작은 아이와 눈이 딱 마주쳤다.
작은 애가 누나를 도와준답시고 한 소리 거든다.
"엄마, 누나 사춘기래."
"뭐? 사춘기 같은 소리하네. 야, 네가 사춘기면 난 오춘기다."
말도 되지 않는 억지로 대꾸하고 말았다.

오늘 싸움은 내 참패다. 사춘기란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겨우 중학교 2학년 15살인데 벌써부터 저리 까칠하게 굴면 나이먹은 엄마는 어찌하라고.
딸아이는 사춘기로, 엄마는 갱년기로 몸살을 앓고 있으니 말이다. 참! 산 넘어 산이다.

살아가면서 많은 경우를 겪기도 하지만 곳곳에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 중에 가장 무서운 위험이 '오래 사는' 위험인 것 같다. 
평균수명이 80세로 가고 있는데 40세가 되면 어디에서나 퇴물취급을 받기 일쑤다. 자신만만한 젊은 후배들과 함께 하노라면 왠지 주눅 들기 십상이다. 그것도 건강하기만 하다면야 상관없지만 요즘 아이들이 인간이 아닌 로보트처럼 느껴지는 것도 그런 까닭에서일까?

청년기에 배웠던 모든 지식들은 시간의 가속도를 이겨내지 못하고 모두 소진하고 마는 이 느낌! 그래서 동떨어진 우주에서 살아남기처럼 안간힘을 쓰다보니 사는 재미가 점점 줄어들어 힘들기까지 하나보다.
이렇게 경제도 어렵고 정신까지 힘든 이 때에도 우리의 많은 아줌마들이 제 2의 인생을 위해 많은 시간들을 자신들의 미래에 투자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네가 사춘기면 난 오춘기다_1
네가 사춘기면 난 오춘기다_1

수원시청에서 주관하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이나 대학과 연계하는 학위와 자격취득, 주부교실 같은것을 찾아 다니며 꽃꽂이도 배우고, 한지공예도 배우고, 노래도 배우고, 악기도 배우면서 자신의 제2 교육에 과감하게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다.
그나마 그렇게라도 자기관리를 하고 자기를 키우는 일에 소홀하지 않아야 갱년기도 극복하고, 중년의 우울증도 이겨낼수 있다 하는데 이 기간동안에 아이들과의 불가피한 마찰은 복병중에 복병이다.

한마디로 말해 엄마도 우울증과 갱년기를 극복하기 힘든 판에 아이는 아이대로 사춘기라니.
둘 다 스스로 잘 견뎌내면 다행이고 고맙겠지만 서로 힘들면 이거 참 낭패가 아닐수 없다.
물론 나이 든 엄마, 철 든 어른인 엄마, 어린 아들딸보다 더 이성적인 엄마가 더 넓은 마음으로 보듬고 품어야 하겠지만, 그게 또 살다 보면 어려울 때도 있는 법이다.

"아이고, 잘 살겠네!"보다는 "아이고, 나 죽겠네!" 하는 아우성 치는 이때 사춘기에 내 마음 나도 몰라 하는 내 딸아이처럼 우리 아줌마들도 제2의 사춘기를 맞이하고 있다. 제2의 사춘기인 갱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50~80세의 모습이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 지가 훤히 내다보인다.

빨라진 딸아이의 사춘기처럼 우리의 불안한 노후도 어느 순간 우리의 곁에 와 있다. 우리가 사춘기의 불안한 그 시기를 슬기롭게 보냈던 것처럼, 제2의 사춘기인 주부의 오춘기, 즉 갱년기를 잘 보내기 위해서 나도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고 쉼호흡 크게 한번 더 하고 마음을 다잡아 본다.  
그리고 또 어떤 하나의 취미나 일에 매진하면서 처녀시절의 열정을 불살라 보고 싶다.
주부의 오춘기, 갱년기 가라!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