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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에 생각하는 ‘내사랑 수원’
2012-10-09 10:39:58최종 업데이트 : 2012-10-09 10:39:58 작성자 : 시민기자   오선진

한글날 566돌이 되었다. 세종대왕님의 후손으로 태어난게 무한한 자랑으로 여겨지는 한글날이지만 마음은 그다지 편치 못하다. 마냥 부끄럽기 때문이다
한글날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한글이 얼마나 이상적이고 우수한 문자인가를 찬양하기에 바쁘다. 그러나 한글의 우수성은 이미 입증이 되어 외국 사람들도 찬탄해 마지않는 일이니 다시 논할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우리에게 한글이 없었다면 어찌되었을까 하는 것을 생각해 보는 것이 더 절실한 일일 것이다. 
한글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도 한문 생활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한자를 변형해서 쓰고 있을까? 그도 아니면 로마자나 라틴문자를 빌려서 영어 비스무레 하게 쓰고 있을까? 

한글이 없이 과연 우리가 오늘과 같은 산업 사회, 정보 사회를 이루어 이른바 선진국 대열 문턱에 설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참으로 아슬아슬한 일이 아닌가? 
이렇게 보면 우리에게 있어서 한글의 창제는 서양의 산업 혁명에 비길 수 있는 큰 사건이고, 우리 역사상의 잊을 수 없는 큰 문화혁명이었다.

그런데 한글의 창제 이후에 한글이 심한 홀대를 받아왔다는 것은 우리가 이미 잘 아는 일이거니와 지금도 한글날은 그 흔한 공휴일의 지위도 얻지 못하고 그저 간단한 기념행사만 치르고 만다.
566년전에 세종대왕님은 백성을 위해 누구라도 쉽게 배울 수 있는 글자를 만들고자 했으던건데 백성을 생각하는 민본정신으로 탄생한 훈민정음이 오늘날 그 정체성을 잃고 헤매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고귀한 뜻은 뒤로하고 정체불명의 언어는 물론 외래어, 외국어가 범람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전국 어느 지역이나 다 마찬가지지만 우리 수원시도 예외는 아니다.
거리의 간판이나 상호명,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많은 것들이 우리말을 떠나 읽기도, 때로는 해석하기도 어려운 언어로 둘러싸여 있는 현실이다. 
미용실이 헤어숍이 된지는 오래되었고, 병원이 메디컬 센터가 된것도 예전의 일이다. 아파트 이름은 듣도 보지도 못한 파비뇽, 더 샾, 그랑시아 등 이상한 말들과 조어가 판친다.

지역 이름은 어떤가.
서울시나 광역시도는 Hi Seoul, Dynamic BUSAN, Fly Incheon...이런 식이다.
우리 수원도 마찬가지다. 언제부턴가 우리 수원도 느닷없이 외국도시로 변해버렸다. 세종대왕의 후손인 정조대왕님을 모시고 사는 도시로서 이건 깊이깊이 생각해볼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같은 영어로 된 슬로건을 내걸고 정책 이름마저 희망드림(Dream) 프로젝트, 한강 르네상스, 일어서自, 센터, 잡파라치 같은 말장난하는 듯한 표현도 난무한다.

한글날에 생각하는 '내사랑 수원'_1
한글날에 생각하는 '내사랑 수원'_1
얼마 전 모 방송에서는 '차칸 남자'라는 표기를 했다가 여론의 지탄을 받은 적이 있다. 외래어 범람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유력 정치인들을 곧잘 영어 머리글자로 표기하는 것도 이해할수 없다. 대통령을 일컬어 YS, DJ, JP라는 표기를 마구잡이로 써왔고 현 대통령도 MB로 부르곤 한다. 이 또한 언론매체들이 반성해야 하는 일이라고 본다.

중앙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아기들을 잘 돌보는 사람들을 통칭해서 '엄마'라는 너무나 좋은 말을 놔두고 기껏 생각해내서 쓰는 말이 '마더'이니 참 할말이 없다.
굳이 거론할 필요도 없이 한글은 외국 언어학자들도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한 미국인 교수는 한글을 일컬어 "소리와 글이 체계적인 연계성을 지닌 과학적인 문자로서 어느 한 나라를 뛰어넘는 세계의 선물"이라고 격찬했다. 

인도네시아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이 사라져 가는 토착어를 지키기 위해 한글을 사용하기로 한 것은 전 세계가 다 아는 일이다.
그럼에도 정작 모국에서는 한글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특히 인터넷과 휴대전화 사용이 일상화한 젊은 세대들은 생경하고 저급한 신조어를 남발하고 있어 한글 파괴가 위험 수준에 달한 지 오래다. 

방송들도 모범을 보이기는커녕 자막에서 비속어까지 마구잡이로 사용함으로써 문자 오염을 오히려 심화시키는 실정이다. 심지어 정부기관 인터넷 홈페이지도 영어단어로 도배가 돼 있을 정도니 한심하다. 
외국인들도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한글을 우리가 함부로 대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에게는 조상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만든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더욱 갈고 닦아 후손에게 물려줄 책임이 있다. 

유럽은 사진 조작을 처벌하는 법을 만든다는데 한글을 지나치게 파괴하는 행태에 대해 규제를 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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