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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마을 오래된 느티나무 '살려주세요'
2012-10-09 13:40:39최종 업데이트 : 2012-10-09 13:40:39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이 공원은 평소 부락을 위하여 헌사해 오신 박건재씨가 공사비 일체를 희사하여 조성된 것입니다. 그분 뜻을 기림과 동시에 후세들의 애향심을 고취시키기 위하여 이 시비를 세웁니다. /총 공사비: 삼백만원/ 기증자: 박건재/ 서기: 1986. 5/ 못골. 새마을회 (공적비 전문)

수원시 팔달구 지동 465번지 조그만 공원엔 수령 500년 된 노거수 느티나무가 서 있다. 그곳에서 오른쪽 야트막한 언덕위에도 수령 450년(지동 230번지)된 동종의 나무가 우직하게 지나온 세월을 보여준다. 보호수로 지정된 해가 1982년도이니 두 노거수의 나이에 30여년을 보태면 각각 530년, 480년이나 된다.

지동마을 오래된 느티나무 '살려주세요'_1
높이 15m, 나무둘레 4.5m 수령 530년 된 느티나무. 주변은 쓰레기더미

지동마을 오래된 느티나무 '살려주세요'_2
시멘트 건물과 자동차, 쓰레기로 둘러싸인 노거수.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얼마 전 지동마을 경로당에 볼일이 있어서 들렀다가 약간의 여유가 있어서 그곳을 찾아갔었다. 그간 말로만 듣던 두 노거수를 만나면서 가슴 벅찬 희열보다는 가슴이 미어지는 고통이 먼저 다가왔다. 목재폐기물, 골프가방, 이불, 막걸리와 소주병, 음식물을 넣은 검은 비닐 등이 널브러져 있고 찢겨진 봉지에서 음식물이 새어나와 악취까지 진동을 했다. 

노거수! 수 백 년을 한자리에 서서 마을사람들과 갖은 풍상을 지켜보며 동고동락해온 산 증인이자 신목(神木)이다. 가족의 평안, 나아가 나라의 안위까지 가져다준다고 믿고 믿었던 수호신이 노거수인데, 어쩌다 이런 지경이 되었는지 실로 안타까웠다. 퇴물이 된 노인네가 어디로 가지도 못하고 뒷방만 지키고 있는 느낌이었다. 

높이 15m, 나무둘레 4.5m의 530년 된 느티나무는 오래전 대수술을 받았는지 2/3는 시멘트로 몸의 반을 두르고, 군데군데 상처투성이 일부만이 겨우 목숨을 지탱하고 있었다. 힘겹고 안쓰러워 보였다. 그러니 주변의 쓰레기 더미를 보는 순간 내 마음이 어떠했겠는가. 양손으로 가만히 쓰다듬으며 용서를 빌었다. 

지동마을 오래된 느티나무 '살려주세요'_3
수령 480년된 느티나무 바닥에 온통 시멘트를 발라놓아 숨쉴 곳이 필요하다

지동마을 오래된 느티나무 '살려주세요'_4
지동마을 오래된 느티나무 '살려주세요'_4

그곳에서 오른쪽 석축으로 쌓인 골목길로 올라가니 조금 전의 느티나무보다는 한결 상태가 양호한 느티나무가 우뚝 서서 가을바람을 맞고 있었다. 위로 아래로 좌우로, 멀리도 가보고 가까이 다가가 보기도 하면서 나무를 경이롭게 찬찬히 관찰해 나갔다. '아 다행이다. 잘 살아줘서....'라고 읊조리며 하늘을 보고 땅을 내려다보다가 깜짝 놀랐다. 나무 밑동만 빼고 온통 시멘트로 철갑을 두른 것이 아닌가. 숨은 어찌 쉬라고. '헉' 숨이 막혔다.

나무는 마음의 의지처다. 오랜 세월 농경사회때부터 마을 공동체의 구성요소이자 민간신앙의 한 형태로써 우리네 조상들의 삶과 늘 함께했다. 때로는 마을의 쉼터이기도 했고, 마을을 지켜주는 당산나무이기도 했기에 오래된 나무에는 정령이 깃들어 있다고 믿어왔다. 그렇기에 복(福)과 화(禍)를 관장한다고 믿었던 조상들은 해마다 음력 정월이면 간절히 빌고 비는 제를 지냈다.

이곳에서도 고사를 지냈다고 한다. 
지동 마을에서 25년째 살고 계시는 양재근(88세) 어르신에 의하면 "옛날에 그곳에서 큰 구렁이 한 마리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5~6년 전인가. 그곳에서 살던 어르신이 돌아가시는 바람에....이제는 제를 지내는 사람이 없어. 일 년에 1~2번 바로 신목 옆에 살고 계시던 할머니가 해마다 정기적으로 정성껏 고사를 지냈지.."라고 전했다. 

선조들의 삶이 느껴지는 두 노거수를 직접 만나보면서 가슴이 설레기도 했고 상처에 마음이 아리기도 했다. 
아직 오랜 세월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만큼 더 늦기 전에 보살펴야 한다. 
지동마을의 수호신으로서 수원의 역사와 함께 오랜 세월을 이겨냈듯이 사람들의 보호 속에서 천년은 더 살아야 한다. 강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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